좋은 수업하기

2007.06.28 20:31:00

오늘 오후 세 시부터 강북교육청 2층 소회의실에서 학력향상 T/F팀 4차 협의회가 있었다. 팀장으로서 인사를 하면서 아라비아 속담 하나를 소개했다. ‘무엇인가 하고 싶은 사람은 방법을 찾아내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사람은 구실을 찾아낸다’고 했다. 그렇다. 학력향상을 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방법을 찾아내려고 하지 핑계만 대고 환경만 탓하고 구실만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방법을 찾을 때도 가까운 데서 찾아야 한다. 우리의 학교 현실 속에서 찾아야 한다. 깊이 있게 찾아야 한다. 우물을 팔 때도 처음에는 꾸중물이 나오지만 계속 파들어 가면 맑은 물이 나오지 않느냐? 이번에는 ‘좋은 수업하기’에 대해서 토론을 할 텐데 좋은 수업에 대한 좋은 의견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렇게 서두 인사를 하고 나서 참여한 모든 선생님들 나름대로 말씀을 하셨다.

참여한 분들 중에는 교감선생님을 비롯하여 경력이 얼마 되지 않는 선생님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얼마나 진지하게 말씀을 나누고 토론을 했는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두 시간이 지나갔다. 마무리 시간에 좋은 수업에 대한 저의 의견도 말씀 드렸다. 좋은 수업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연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좋은 수업이란 학생들에게 감동을 주는 수업, 학생들 머릿속에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수업이 아니겠는가? 좋은 학교는 좋은 선생님과 좋은 학생이 있어야 하는데 좋은 수업을 하는 좋은 선생님이 계시면 그 학교 학생들은 좋은 학생들이 될 것이다. 좋은 선생님과 좋은 학생은 반비례하는 것이 아니고 비례하는 것이다.

좋은 선생님 하면 좋은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이 먼저 떠오른다. 좋은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 하는데 좋은 선생님의 요건은 실력과 열성이다. 아무리 자기 과목에 대한 실력이 있어도 열성이 없으면 좋은 수업을 할 수 없고 아무리 열성이 있어도 실력이 없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무엇보다 자기 과목에 대한 교재연구가 필수다. 자기 수업에 자신이 있도록, 학생들이 인정해 주도록 교재연구에 충실해야 한다. 현재 자기가 하고 있는 교재연구 시간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좋은 수업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무엇보다 성실하게 수업에 임해야 한다.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해야 한다. 열성을 갖고 수업에 임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믿음을 심어줄 수 있는 수업을 해야 한다. 그게 바로 좋은 수업이 아니겠는가?

학습자료 활용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수학 시간에 한 시간 내내 컴퓨터를 이용한 수업을 했다고 하자. 과연 자료 활용을 잘했다고 볼 수 있을까? 45분 시간에도 수업의 흐름이 있는데 언제 자료를 투입해 학습효과를 올릴 것인지에 대한 고심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한 시간 내내 인쇄물로 문제를 풀게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하자 과연 좋은 수업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학급 학생들 전체를 살리는 수업을 하는 것이 좋은 수업이 아닐까? 그렇게 하는 것이 어디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수준별 수업이다 하면서 전체 학생들을 살리는 수업을 하려고 애를 쓰지 않는가? 옛날에는 완전학습 하면서 전체를 살리는 학습을 하려고 애를 썼지만 요즘은 그러하지 못한 것 같다. 완전학습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 학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업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은 수업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 수업하시는 선생님이 수업을 이끌어 가야지 끌려가서야 되겠는가? 선생님은 두 가지 면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하나는 어느 정도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즉 강한 면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업시간을 통제할 수가 없다. 자는 학생들이 많이 생기게 되고 떠드는 소리가 교실을 진동하게 될 것이다. 한편으로 온유한 면 즉 부드러운 면도 함께 지녀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접근하게 되고 따르게 될 것 아니겠는가?

수업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는 우선 쾌적한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교실에 책상 줄이 바르지 않고 교실바닥에 온갖 쓰레기가 뒹굴고 있다면 수업이 제대로 될 수 있겠는가? 쾌적한 환경조성이 수업분위기 조성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한 선생님께서는 수업 시작하기 전 급장이 ‘열중 쉬어’ 하면 학급 전체 학생이 따라서 ‘열중 쉬어,’ ‘차렷’ 전체 학생이 ‘차렷’하고나면 수업분위기가 잡힌다고 말씀하기도 하셨다.

수업시간에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평가가 있어야 한다. 시작할 때 진단평가, 마칠 때 형성평가를 해야 한다. 학습목표와 일관된 평가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그 시간에 배운 내용 중 핵심은 머릿속에 입력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에 학교에서, 학원에서  엄청나게 많은 양의 공부를 하게 되는데 수없이 많이 배운 내용이 잘 정리가 되겠는가?

수업을 할 때 피그말리온효과를 생각하면서 학생들이 질문에 대답을 잘한다든지 칭찬할 만한 거리가 생기면 그것보다 더 많이 칭찬을 해주는 것이 자신감을 갖게 하고 공부에 대한 열의는 말할 것도 학력의 향상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수업을 하고 나서 자신의 수업에 대해 이렇게 질문을 해보는 것이 좋다. ‘오늘 내가 한 수업에 대해 만족을 하나?’ ‘내가 한 수업이 재미가 있었나?’ ‘내가 한 수업에 보람을 느끼나?’ ‘내가 한 수업이 학생들에게 빨려 들어감을 느꼈나?’ ‘내가 한 수업이 학생들로부터 튕겨 나오지 않았나?’

이와 같은 내용으로 말씀을 드렸다. 좋은 수업은 우리 모두가 바라는 바다. 선생님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학생들도 원하고 있고 학부모님도 원하고 있다. 좋은 수업을 하기 위해 늘 고심하고 연구하며 하나씩 실천에 옮김으로써 학생들의 학력향상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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