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제도 다시 활성화한다고?

2007.07.12 22:57:00

교육인적자원부는 2008학년도부터 초,중,고교에서 학기중 재량에 따라 기간을 정해 쉬는 재량휴업(단기방학)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고 12일 밝혔다.[연합뉴스,2007-07-12 11:32] 이에따라 지역문화 축제나 명절, 각종 기념일, 토요휴업일을 적절히 끼워 휴업을 정하면 3~7일간의 학기중 단기 방학 운영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방학일수를 줄여서 실시하기 때문에 연간수업일수는 변동이 없다.

이 기사를 접하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학교장의 재량휴업실시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 재량휴업을 곱지않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점에서 왜 이런 방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는지 의도가 궁금하다. 올해의 경우 지난 5월에 석가탄신일을 재량휴업일로 한 학교들이 많았기에 언론의 표적이 되었었다. 학교장이 재량으로 휴업일을 정할 수 있음에도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과연 교육부의 의도대로 현재보다 더 활성화될지 의구심이 든다. 또한 방학기간까지 줄이면서 학기중 재량휴업일을 늘려서 단기방학을 운영할 학교가 몇이나 될지도 궁금하다.

다른 제도적인 장치는 모두 그대로 둔 채, 단순히 재량휴업일을 늘려서 학생들의 체험학습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특히 월2회의 토요휴업을 실시하면서 재량휴업을 하기란 쉽지 않다. 꼭 필요한 경우만 재량휴업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대략 일선학교들은 징검다리휴일이나 명절때 재량휴업일을 1-2일정도 실시하고 있다. 이것을 앞으로 더 확대하도록 한다는 것인데, 현실성이 떨어진다. 방학일수는 이미 토요휴업으로 인해 조금 줄어든 상태이다. 대부분의 학교들이 여름방학을 거의 30일정도 실시할 것이다. 토요휴업이 실시되기 전에는 이보다 좀더 많은 기간을 방학일수로 했었다.

일선학교에 이러한 제도를 활성화시킬 의도가 있다면 최소한 수업일수를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한다. 학사일정을 짜다보면 수업시수는 남는데, 수업일수 때문에 재량휴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의 방학기간을 제외하고나면 재량휴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 주5일 수업제의 전면시행이 다소 늦어진다고 보면 수업일수의 조정은 필수적이다. 현재보다 2-3일을 줄여도 수업일수를 맞추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따라서 수업일수가 먼저 조정되어야 교육부의 의도대로 재량휴업이 활성화 될 수 있는 것이다.

기존에 있는 제도를 활성화한다고 발표하면 일반인들이 볼때는 학교가 수업보다는 쉬는 것에 더 치중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법정수업일수나 수업시수를 모두 채우고 있으면서도 비난받을 소지가 있는 것이다. 여건상 지금보다 더 활성화되기 어려운 제도를 또다시 교육부에서 홍보하는 것은 정책을 추진하는 교육행정기관에서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또 한가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이미 교육부에서 이런 방안을 마련했기 때문에 일선학교에 방학일수를 줄이더라도 재량휴업을 실시하라고 압력을 넣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이다. 방안을 발표했으니 올해보다는 더 많은 학교들이 재량휴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학교장의 고유권한으로 넘겨야 한다.
 
그래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다. '단위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시기와 기간을 정하되 각 교육청이 지역별로 가급적 동일한 시기를 정해 운영토록 유도해 나가기로 했다.'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교육부에서 이와 관련하여 압력을 행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교장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

결국 수업일수의 조정없이 추진하는 이번의 방안이 기존보다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좀더 발전적인 방안이 되기 위해서는 수업일수의 감축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다. 주5일 수업제에 대비해서라도 수업일수를 줄이는 방안이 함께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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