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넘치는 한 젊은 선생님!

2007.07.14 15:15:00

얼마 전 한 젊은 선생님께서 교장실에 찾아 와서 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무엇인지 물어 보았더니 매달 지급되는 연구지원비 육만 오천 원을 보람되고 유익하게 사용하고 싶어 작년부터 모으기 시작했는데 그 동안 열 달 동안 모은 육십 오만 원을 가장 어렵고 힘든 학생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해 달라는 것이었다.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교직경력이 얼마 되지 않는데 이런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다니! 정말 감격스러웠다.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기를 원치 않아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평생 잊지 못할 선생님으로 기억에 남을 만하다. 이와 같은 선생님이 계시기에 학교는 더욱 아름다워지고 빛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장학금 사용하는 것을 저에게 일임한 터라 어떻게 사용할까 고심하다 그 선생님과 상의하여 우리 학교에 소년소녀가장이 한 명 있는데 그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싶어 그렇게 하면 어떻겠느냐고 하니 그게 좋다고 하셨다. 그래서 이 달부터 매달 십 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이 학생을 볼 때마다 정말 안쓰럽기 그지없고 얼굴에 핏기가 하나 없어 어찌 도울 수가 없을까 하던 차에 선생님의 힘이 큰 도움이 되게 되었다. 그 전에도 조금씩 사랑의 손길을 펼치고 있는 분이 몇 있지만 너무 미흡하던 차에 또 한 선생님의 지원이 액수는 얼마 안 되지만 따뜻한 마음과 훈훈한 정이 함께 늘 전해지고 있어 힘과 용기가 되리라 본다.

우리 주위에는 이같이 어머니 부재, 아버지 부재 또는 어머니,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충격과 상처를 받고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 이들에게 손길을 펼치며 치유해주는 부모 대리교육은 우리들이 해야 할 몫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선행은 어느 누구도 밝히기를 꺼려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지만 아마 많은 선생님들이 이러한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선생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가족의식을 갖고 늘 사랑하고 격려하는 배려가 진하게 묻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선생님, 학생 할 것 없이 우리 모두는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 있는 '우리 가족'이라는 가족의식을 가졌으면 한다. 이는 사랑이 밑바탕이 되어야 가능하리라 본다. 비록 같은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교육'이라는 띠를 매었기 때문에 그러해야 한다. 그러기에 우리들은 우리에게 맡겨진 학생들을 우리들의 자녀처럼 대하고자 하는 마음이 늘 있어야 할 것이다.우리가 학교식당에서 한솥밥을 먹는 것만으로는 그렇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교육'이라는 공통적인 목적을 향하여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는 일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들은 가족의식을 갖고 가족애로 부모의 부재로 인해 상처받고 망가질 대로 망가진 학생들을 아끼며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부모와 마찬가지로 사랑하고, 격려하고 위로하고 기쁨을 주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선생님들은 편부, 편모, 부모 없는 자녀, 부모 구실 잘 못하는 있으나마나 하는 부모의 자녀까지 부모의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모두 안으면서 내 자식처럼 대리교육을 해야 한다. 그리하여 불행한 가정들을 행복한 가정으로 세우고 지키며 이끌어가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져 있기에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이렇게 함으로 이들을 통해 교직의 강한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 선생님들은 앞서 소개한 한 선생님처럼 언제나 따뜻한 인간성을 가졌으면 좋겠다. 혹자는 '교사는 노력과 실력만으로 자기 일을 하는 전문가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좋은 선생님이 될 수가 없다. 선생님은 전문지식과 따뜻한 인품을 나누어주는 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따뜻한 인간미를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학생들 중에는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가는 학생들이 많이 있음을 알고 부모로부터 받지 못한 사랑을 따뜻한 인간미로 다가가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상처받은 학생들에게 따뜻하게 상흔을 치유해 주는 역할도 함께 했으면 한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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