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교장공모제, 계속 억지부릴 것인가

2007.07.30 08:59:00

교육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교장공모제가 시범학교 운영부터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시범학교 운영을 위한 학교선정에서부터 단위학교 교원들의 충분한 동의없이 선정되었다는 문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당초의 목표대로 단위학교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기는 커녕, 온통 문제만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공모과정에서부터 선정과정까지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많은 정책들이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시범운영을 거치고 있는데, 만일 시범운영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 정책은 당연히 재고 되어야 한다. 완전히 폐기 할 수도 있고, 보완을 거쳐서 다시 추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장 공모제의 경우는 다른 정책과는 차이가 있다. 도입할 당시에도 교육혁신위원회에서 부결되었던 안을 다시 논의하여 시행을 의결했기 때문에 시범운영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많이 나왔다면 당연히 폐기해야 할 정책인 것이다. 보완하여 시행할 수도 있지만 단순한 보완으로는 문제해결이 어렵다고 볼때, 다른 정책과는 차별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공모제 심사 자체가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계속해서 억지추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말 이대로는 곤란하다고 본다.

더우기 8월말이나 내년 2월말로 임기가 끝나는 교장이 재직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시,도교육청에서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하기도 한다고 한다. 즉 '교장공모제를 시행하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공모제를 시행할려면 여러가지 거쳐야 할 절차가 있지만 특히 학교운영위원회의 결정이 절대적으로 작용한다고 볼때 대표성 문제나 객관성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은 공모제 시행을 결정해 놓고 거꾸로 절차를 거치는 꼴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압력 행사의 시발점은 당연히 교육부일 것이다. 교육부에서도 시,도교육청에 일정부분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시범운영 초기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정책과 비교해 보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타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한 적이 있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런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분야의 문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또한 시범운영을 신청했음에도 대상자를 선정하지 못했다는 것은 내부적으로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다는 것쯤은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계속 추진한다는 것은 의미없는 일에 에너지를 소비하는 꼴이 될 것이다.

교장임용제도가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대안이 꼭 교장공모제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어차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딱 한가지만 검토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가지 검토하는 과정에서 교장공모제도 검토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다른 방안은 전혀 검토없이 교장공모제만을 부각시켜 추진했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결국은 교육부에서 나홀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인 것이다. 대부분이 공감하지 않는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문제가 다양하게 발생했고 앞으로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무자격교장공모제는 더 늦기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문제의 일부만을 재검토하여 계속 추진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전면 백지화가 옳은 방법일 것이다. 그 이후에 시간을 두고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여 훌륭한 교장을 임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무조건적인 공모제추진은 교육계는 물론 공모교장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두에게 인정받는 교장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면백지화 후에 교장임용제도의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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