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초콜릿 상자에 있는 초콜릿과 같다. 어떤 초콜릿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맛이 틀려지듯이, 우리의 인생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 중에서 -
여름방학이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번 여름방학은 나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채우기 위해 책과 열애하는 중이다. 눈이 더 나빠지기 전에, 영혼을 채우는 독서시간으로 꽉 채울 생각으로 교사의 필수 과정인 각종 연수로부터 한발 뒤로 물러서기로 했다.
책이 주는 포만감을 한없이 느껴보고 싶어서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행복도 여름방학이 주는 선물이다. 교직 생활을 하며 방학 때마다 연수 프로그램을 쫓아다니던 목마름을 책으로 해결하기로 한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연수장에 가서 보면 젊디 젊은 후배 선생님들이 80%를 차지하고 머리가 희끗한 선배 선생님들은 연수에 참가하면서도 뭔가 당당하지 못한 듯한 인상을 받곤 했었다. 딸이나 아들같은 후배 선생님들 속에서 당당하게 자신감을 유지하며 배움의 자세를 견지하려면 정신무장이 필요하다. 이번 여름 방학 동안 강진 도서관에 출근하여 독서연수를 철저히 하여 재도약을 위한 정신무장의 기간으로 삼기로 했다.
그 첫 번째 책으로 <갈매기의 꿈>을 선택했다. 이 책은 제자들에게도 자주 사주거나 권하는 책이기도 하고 가끔 읽는 책인데 어느 사이엔가 책꽂이에서 사라지고 없어진 책이라서 다시 사들였다. 영문판까지 곁들여진 책이라서 마음 먹고 영어 공부도 할겸 자신 있게 골랐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서 시중에 나와 있는 번역본도 수십 종에 이른다. 마음을 다잡고 목적의식을 갖게 하기에는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작가인 리처드 바크는 조나단리빙스턴시걸이라는 특별한 갈매기를 통하여 작가의 내적언어를 들려준다.
"대부분의 갈매기들은 해안으로부터 먹이를 찾으러 갔다가 되돌아오는 가장 단순한 비행법 이외에는 애써 배우려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나는 것이 아니라 먹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나단 시걸에게는 먹는 것보다 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라고.
요즈음 유명인들의 학력위조로 지식인들을 보는 눈빛이 따갑다. 아니 근본적으로 도덕적 불감증을 치유하기 위해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갈매기 조나단은 바로 그 배움을 위해 끝없이 자신을 갈고 닦으며 사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불완전한 인간이 한 사람의 완벽한 인격체로 거듭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전 생애를 걸쳐 높이 나는 법을 연마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그러면서도 갈매기 조나단은 배움의 끝에서조차 겸허함을 보여준다. 완벽한 비행을 하며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목적을 달성한 조나단은 가르침을 몸으로 보여주는 스승의 모습까지 말없이 수행한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홀연히 무대 뒤로 사라지는 그의 모습을 보며 한 사람의 인간으로 태어나 가르침의 자리에 머무는 동안 제자들의 성숙을 위해 어떻게 바르게 날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그는 나는 것을 배웠고 자신이 지불한 대가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았다. 조나단 시걸은 지루함과 공포와 분노 때문에 갈매기들의 수명이 짧아졌다는 것을 알아내고, 그것들을 생각에서 몰아냄으로써 참으로 길고 멋진 삶을 살았다. " 라는 대목에 이르면,
인간이 길고 멋진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일상 지루함과 걱정과 공포, 미움과 분노를 날마다 지우개로 지워내는 연습을 일상적으로 샤워하듯이 씻어내야 함을 깨닫게 된다. 발은 대지에 두었으되 이성은 늘 깨어 있어서 높이 나는 방법을, 한발 더 나아가 진실과 정직으로 최선을 향해 끝없이 해바라기를 하며 자신과의 선한 싸움에서 지지 않아야 함을 깨닫게 한다.
내 안의 갈매기는 그 동안 얼마나 높이 날았을까? 아니 먹는 것에 눈이 팔려 날아보려는 생각조차 잊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조바심이 났다. 날아오르기에는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날개를 퍼덕일 힘이 남아 있는 것일까 자신에게 물어보며 내 삶 속에서 나를 얽어맨 일상의 지루함과 공포, 분노의 찌꺼기를 이제부터 하나씩 청소를 해나가야겠다.
무디어진 내면의 날개를 꺼내어 털고르기를 시작한 이 여름의 땡볕은 젖은 내 날개를 말리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냉방 시설이 잘 된 강진 도서관에서 젊은이들과 학생들처럼 읽고 싶은 책을 읽고 감명 깊은 대목을 기록으로 남길 때마다 내 날개는 하나씩 길들여질 것이다. 책 속에서 걸어나온 작가의 분신들은 마음 밭에 뿌려져서 열 배 스무 배의 알곡을 선사하리라.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날,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님을 조나단은 내게 속삭여 준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말처럼 이제 나는 조나단을 내 안의 갈매기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그에게 날마다 나는 법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내일은 내 인생의 초콜릿 상자에서 어떤 초콜릿을 고를 지 지금부터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