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박사학위, 지도층의 종속물인가

2007.10.09 14:55:00

 한국 사회를 이끌어 가는 지식인 사회의 풍속도는 요지경으로 바뀌어 가는가? 이번 삼성 회장에게 명예박사를 수여함으로써 파문이 일게 된 지식인 집단의 문명의 흐름타기는 시대의 조류에 따른 흐름에 편승하기에 지나지 않는지. 아니면 우리 사회의 지식인에 대한 폄하를 드러내는 산 증거인지. 밝고 맑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어 보겠다고 개혁을 부르짖던 현 정권에서도 그 개혁의 수레바퀴에 발목을 잡히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 것인가?

지식인 집단은 곧은 정신을 이어받아야

물은 고여 있으면 썩게 마련이고, 권력은 10년이 지나면 부패해 지기 싶고, 꽃은 10일이 지나면 시든다는 등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격언처럼 전해진다. 사회의 흐름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장기간 지속되게 되면 어느 한 순간에 모래성처럼 무너지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의 지연, 학연, 혈연이 한국 사회의 오랜 병폐인 양 바꾸어 보고 변화시켜 보려고 했건만 그 틀의 깊이를 바꾸어 가는 데는 아직도 미흡한 상태다. 한 집단이 유지되고 지속되기 위해서는 그 시대의 조류를 거역할 수 없지만, 그래도 시대의 외양 패션에 둔감해야 하는 것이 지식인 집단의 자세인 것이다.

옛 선비들이 시대의 조류에 편승해 살아가는데 실패했기에 오늘의 입장에서 되돌아 보아야 할 과제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의 딸깎발이 정신이 있었기에 지식인 사회는 병들어 가는 현대 사회에서도 그 명맥을 유지해 가고 있는 것이다. 지식인이 세속의 물질에 오염되기 시작하면 그 끝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신정아 사건도 지식인의 잘못된 생각이 자신에게는 물론 타인에게 미치는 효과는 다른 사건의 배 이상의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지식은 그 뿌리가 한 순간에 형성되는 것도 아니고, 다른 것과 연맥상을 지니고 있기에 뇌의 지식 뱅크는 채워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선비가 물질적으로 타락하게 되면 추하게 보이고, 권력과 타협하게 되면 중심을 잃고 오만방자해 지기 마련이다. 신돈이 돈과 권력에 물들지 않고 공민왕을 잘 보필하였다면 고려 역사는 어떠하였을까? 명예학위박사를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좋다고는 하나 그것이 남용되는 사례가 된다면 이 사회를 위해서나 자신의 분야에 헌신적으로 일한 업적의 대가로 받은 명예학위박사를 소유한 사람의 권위도 그만큼 평가절하되기 마련이다. 귀금속이 귀하게 여겨지는 것도 그것이 쓰이는 곳도 다른 것에 비해 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명예박사학위, 인기몰이식 남용말아야

정치인이나 재계인사나 사람이면 누구나 명망이 있으면 있을수록 좋아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지나친 인기몰이식 영욕을 위한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요즘 말해서 그 흔한 명예박사학위 하나 없는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이라 한다. 그러면 박정희 대통령을 수행하는 비서진은 이런 일을 추진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고 한다.

박대통령은 미국 방문시 미국의 모 대학에서 명예학위박사를 받도록 돼 있었으나, 박대통령은 그런 쓸데없는 일에 신경쓰지 말고 일이나 열심히 하라고 한 이후부터 그 누구도 명예박사학위를 입밖에 끄집어 내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최고의 위치에 있는 장일수록 중용의 도를 지켜 나갈 때 우리 사회의 흐름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움직여 나가기 마련이다. 인기몰이식 사고에 빠져 자신의 영욕을 채우려고 할 때는 어느 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비난받게 됨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조기철 인천 초은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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