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부모, 실종된 孝교육

2007.10.15 15:05:00

인륜이 무너졌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얼마전 모 방송국이 필리핀에 버려진 80대 노부부의 사연을 소개한 일이 있다. 말로만 듣던 현대판 고려장을 확인하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고 도대체 사람됨의 근본이란 무엇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문제는 이들 노부부에 한정된 사연이 아니라 타국에 부모를 버리는 패륜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식에게 재산을 빼앗기고 버림받은 부모일수록 배신감으로 인한 심리적 공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하다. 많은 부모들은 호의호식은 커녕 오로지 자식이 잘 되기만을 바라며 평생을 자식 뒷바라지에 헌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조상들은 부모님이 열로하여 거동이 불편하면 자식이 봉양하는 것을 당연시했으나 시대가 바뀌고 가치관이 변화하면서 부모를 봉양하는 자식들의 숫자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문제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며 2005년 437만명이던 노인 인구가 2030년 경에는 119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을 뒷받침해줄 사회 보장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고 노부모에 대한 자식들의 시선은 날이 갈수록 냉랭해지고 있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자식에서 사기를 당해 버려진 노부부를 보면서 지난해 돌아가신 부모님의 묘소 옆에 여막을 짓고 사 년 동안 시묘살이를 마친 유범수씨의 모습이 떠올랐다. 범수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꼬박 사 년 동안 살을 에는 바람과 추위 그리고 한여름의 찌는 듯한 무더위까지 묵묵히 견뎌내며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다했다.

유범수씨가 시묘살이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한 후, 아무래도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가 머물고 있는 산중의 여막을 찾아 가벼운 수인사를 나눈 후, 고행을 자처한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다. 반포지효(反哺之孝)라는 말처럼 미물인 까마귀도 부모가 나이들어 거동을 못하면 먹이를 물어다 입에 넣어주는데 하물며 사람이라면 생명을 주신 부모님을 지극 정성으로 모시는 것은 물론이고 명(命)이 다하여 저 세상으로 떠났어도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다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오히려 반문하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난 6월에는 90을 넘긴 부친께 금강산을 보여드리기 위해 의자를 지게처럼 만들어 그 위에 아버지를 앉히고 금강산을 다녀온 이군익 씨의 사연도 떠오른다. 온 종일 지게를 지느라 어깨가 시퍼렇게 멍들어 움직이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더 없는 보람을 느낀다는 이씨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세상이 바뀌어도 결코 변해서는 안 될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효행이다. 그래서 옛 성현들이 인륜의 근본을 가르치는 교육의 역할을 그토록 강조한 것이다. 한창 배움의 단계에 있는 학생들에게 어떤 가치를 불어넣느냐에 따라 그들의 행실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지금처럼 인륜의 근본을 가르쳐야 할 도덕이나 윤리 과목이 입시 수단으로 전락하여 오로지 점수를 따기위한 방편에 그친다면 가정의 윤리는 물론이고 국가를 지탱하는 도덕의 뿌리마저 심각하게 흔들릴 것이 분명하다.

교육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입시가 아니라 바른 사고와 올바른 윤리 의식의 함양을 통한 도덕적 인재의 배출에 있다. 그래서 학교의 모든 교육활동은 인성교육에 바탕으로 두고 그 나머지를 적절하게 안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 아무리 학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해도 인성 교육을 능가할 정도는 결코 아니다. 개인의 출세를 위해서는 공부를 잘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보다 부모를 섬길 줄 아는 학생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이끌어갈 인재라는 공감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최진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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