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중학교, 점심시간 도서실 풍경

2008.04.13 20:29:00


사서교사가 없으니 도서실은 죽은 공간이다. 창고나 마찬가지다. 아무 때고 가 보면 문이 잠겨 있다. 한 두 번 이런 경험을 한 학생은 도서실을 찾지 않는다.

도서실 문을 열자. 도서실의 문턱을 없애자. 도서실을 학생들이 내 집 드나들게 하자. 학생들이 책을 가까이 하게 하자. 쉬는 시간에도 도서실에 달려가게 하자.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몰려 오게 하자. 방과 후에도 학생들이 찾는 도서실을 만들자.

살아 숨쉬는 도서실 만들기, 학생들이 즐겨찾는 도서실 만들기. 이게 학교장이 바라는 바다. 부족한 예산, 간신히 만들어 4월 1일부터 시간제 사서교사를 채용하였다. 도서실 개방 안내 가정통신도 보내고 학교 홈페이지에 홍보도 하였다.

책 한 권이 우리 인생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실로 책은 위대한 것이다. 우리 학교 도서실 풍경, 어떻게 바뀌었을까? 개방 후 점심시간에 가 보니 20명 정도가 이용 중이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만화책이 인기다. 그림으로 되어 있어 재미있고 이해하기가 쉬운가 보다. 아무렴 어떠랴! 그게 책을 가까이 하는 과정이라면 받아 들이리라.

며칠 후 도서실을 또 찾았다.  와, 손님이 늘었다. 한 50여명이 된다. 책상에서 학과 공부하는 학생, 소파에 앉아 독서하는 학생, 창가에 앉아 숙제를 하는 학생, 서가에서 책을 고르는 학생.... 이 정도면 절반의 성공인 듯 싶다.

다만 신설교라서 장서가 1,500권에 불과한 것이 아쉽다. 책꽂이가 휑하니 빈 것이 눈에 거슬린다. 저 곳을 꽉 채워야 하는데…. 올해 학교 예산을 투입하고 지방자치단체 보조를 받고 또 기증도 받고 하면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다. 그러면 조금은 위안은 되리라. 

우리 학교 도서실, 방과후에는 어떨까? 오후 4시 30분쯤 가니 학생들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방금 몇 명이 학원에 가야 한다며 나갔다는 것이다. 사서교사는 책정리에 바쁘다. 내일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다.

교장은 사서교사에게 말한다. 

"사서 선생님, 퇴근시간이 지났지만 '30분만 더 있을 게요!' 하는 학생들이 나오면 성공입니다. 방과 후 20명만 잡아 보세요. 학생들이 책의 마력에 흠뻑 빠지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바랍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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