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철폐라고는 하지만...

2008.04.17 09:33:00

교육과학부에서 일선학교와 각 시·도 교육청으로 대폭적인 권한을 넘기겠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일선학교에서는 신중한 반응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이런 추세로 간다면 교원의 지방직화도 멀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교육자치의 기본취지에는 공감을 하더라도, 한꺼번에 규제를 철폐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는 쉽게 접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우기 공교육과 사교육의 경계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은 방과후 학교에 일반학원도 참여가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도 공교육이 사교육에 보이지 않게 홀대받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앞으로 학원이 방과후 학교에 참여하게 된다면 학교와 학원의 경계가 무너짐은 물론,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끌어들임으로써, 학교의 학원화가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어느정도 자리가 잡힌다면 방과후 학교의 수강료가 천정부지로 인상되어 학부모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물론 우려가 우려로 끝난다면 다행이겠지만 최소한 현재까지의 분위기로 볼때는 가능성이 충분히 높은 것으로 보여진다.

공교육을 활성화하여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함에도 단순히 규제만 철폐하여 권한을 넘겨주겠다는 것은 단순히 교육과학부에서 책임을 각 시도 교육청에 떠넘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옳은 방향이지만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각 시·도 교육청과 학교에 권한을 떠넘기게되면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당장에 이양받은 권한을 모두 소화할지도 의문스럽다. 보완없이 갑작스런 권한이양이 학교교육에 도움이 될지 독이 될지는 좀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0교시와 수준별 수업이 이슈화되어 이를 두고 논란이 가중될 수 있다. 우·열반 편성문제만 하더라도 당장에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을 불러 것이다. 이 때문에 사교육을 찾는 비중이 더욱더 높아질 것이다. 학교교육의 불신이 더욱더 커질 것이다. 또한 0교시 문제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인가도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다. 무조건 시작만 해놓고 별다른 효과없이 진행된다면 학생과 학부모들만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선학교에 권한을 주었지만 실질적으로 학교장이 발휘할 수 있는 권한이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이다. 결국 시·도 교육청의 지시와 방침에 따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교자치가 이루어지는 것이 진정한 교육자치가 될 수 있다고 볼때, 단위학교에 더 많은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학교의 자율권확보는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학교장과 단위학교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학교교육방안을 논의하도록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원의 신분에 관한문제가 대두될 가능성도 있다. 교육과학부의 규제철폐계획만 놓고 보더라도 재정여건이 지역별로 차이가 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교육자치만을 앞세워 교원의 지방직화가 가속된다면 교원들의 신분불안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렇게 된다면 현재도 지역별로 교육여건의 차이가 있는 현실에서 교육격차가 더욱더 벌어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여러가지 문제를 사소하게 생각하지 말고 충분히 검토되어야 한다. 단순한 규제철폐만으로 교육이 발전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의 과제해결을 위한 노력이 더욱더 절실히 필요하다 하겠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