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도에 교육혁신위원회에서는 대학입시개선방안으로 미국의 입학사정관제를 기본으로 하는 방안을 연구한 적이 있었다. 그 연구의 근간으로 학교생활기록부를 다양화 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방안이 제시되었지만, 너무 방대하고 객관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와 너무나 파격적인 내용이었기에 결실을 보지 못하였고, 이후에 출범한 혁신위원회에서는 교원들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무자격교장공모제와 교원승진규정개정에 더 매달린 탓에 더이상 논의되지 못했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실시된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서울대학교가 입학사정관제를 시범도입함으로써 주목받기 시작했다. 서울대 입시에서는 입학사정관의 활약에 의해 당락이 결정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실제로 수능점수가 낮은 학생이 입학사정관들의 전체회의에서 당락이 바뀐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런 입학사정관제의 긍정성 때문인지 정부에서도 이를 적극 도입하도록 대학측에 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선 고려대학교가 내년(2009학년도)입시에서 '학생부 우선전형'에 한해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는데, 학생부 우선전형은 학교 내신성적을 포함해 인성, 잠재력, 지도력 등을 종합 평가해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로 올해 수시2차모집에서 처음 도입되게 될 전망이다.
여기에 정부에서는 이 제도를 도입하는 대학들에 모두 백억 원이 넘는 재정 지원을 하기로 하고 적극 권장하고 나섰는데, 정부에서는 이를통해 단순한 점수위주의 선발에서 탈피하여 학생들의 다양한 특성을 중시하고, 인성과 사회성 계발도 강화함으로써 공교육 정상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교과성적위주의 선발도 중요하겠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제 도입으로 다양한 학생들을 선발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미국에서는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가 활성화된 상태이며, 재작년 하버드대 입시에서 미 수능시험인 SAT 만점자 가운데 44% 가량이 불합격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 대학들도 자율성이 부여되는 추세인 만큼 다양한 학생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선발할 수 있는 입학사정관제의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입학사정관제 도입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해당학생들을 수년동안 관찰하여 선발에 활용하고 있으며, 이에따라 한 학생에 대한 정보의 양이 방대하다고 한다. 그 방대한 양을 객관화시켜 선발을 하는 만큼 우리나라의 경우도 학생개개인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를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주관적으로 학생을 선발하게 되면 입학사정관제가 뿌리를 내리기전에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결과를 중시하는 선발이 아니고 가능성을 중시하는 선발체제로의 변화도 중요하다. 여기에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을 선발하여 어떻게 인재로 육성하느냐도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어쨌든 2009학년도 대학입시에서는 입학사정관제의 도입 여·부가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막 도입이 시작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가 향후에 대학입시의 주요 전형방법으로 자리를 잡아 가능성있는 인재도 선발하고 공교육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인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