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학생 어찌하나요?

2008.04.25 09:17:00


"술에 취해 인사불성인 우리 학생이 불쌍하기만 합니다. 얼마나 세탁을 안 했는지 교복 셔츠의 흰소매가 까맣더라고요."

며칠 전 저녁,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모 부장교사의 현장 목격 소감이다. 옥상에서 음주하는 중학생들이 있다는 이웃 대학생의 신고가 있었다. 총6명이 어른이 없는 빈 친구집에 모여 그 집에 있는 술을 나누어 먹은 것이다. 일부는 벌써 줄행랑을 쳤다.

지금 교정에는 철쭉과 연산홍이 활짝 피었다. 박태기나무꽃이 한창이고 수수꽃다리 향내가 교정에 퍼진다.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학생들의 움직임이 활기차다. 바야흐로 만물이 약동하는 봄이다. 온갖 꽃들이 만개하여 세상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그러나 어두운 면도 있다. 봄바람에 마음은 들떠 있지만 학업에 전념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학생들이 있다. 가정에서 부모님이 보살펴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다. 직업상 부모가 저녁에 출근하여 새벽에 들어오니 자녀들이 방치 상태에 놓여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즐길만한 놀이문화도 없고 놀 곳도 마땅하지 않아 또래끼리 모여 음주와 흡연을 하는 것이다. 정신적 방황을 하다가 일탈을 하는 것이다. 마침 눈에 띄는 술병을 발견하고 어른 흉내를 내는 것이다. 새내기 대학생도 환영회 때 과음으로 사망하기도 하는데 중학생들이 술 무서운 줄 모르는 것이다.

겁도 없이 학교에 라이터를 가져오는 학생도 있다. 흡연을 하기 때문이다. 화장실 소변기 버튼이 불에 그을려 망가졌다.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학교 생활에 의미를 두지 못하니 엉뚱한 일을 저지르는 것이다. 인생에 대한 목표와 꿈이 불분명하고 이끌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웃 학교 교장 이야기를 들으니 요즘 가출 학생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봄을 맞아 학교마다 가출 학생들이 몇 명씩 있다. 따뜻한 날씨에 가슴은 부풀어 오르는데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을 하는 것이다. 한 때의 방황이 정신적 성숙을 주기도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인생이 망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교장으로서 학생들을 탓하기 전에 학교교육을 먼저 반성해 본다. 학교가, 교사가 그들을 제대로 인도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만약 공부를 못한다면 그들이 갖고 있는 다른 장점을 살려 줄 수도 있는 터인데. 선생님이 좋아, 학교가 좋아 학교생활을 즐겁게 만들 수도 있었을 터인데. 

이런 학생들에게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학교생활 적응이 우선이다. 학부모에게는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녀교육을 소홀히 해서는 아니 된다. 그래서 부모 노릇이 어려운 것이다. 학교에서도 이들을 문제 학생으로 낙인 찍어서는 아니 된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 지도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학교에 몸담은 사람은 안다. 4월과 5월이 가출의 달이라는 것을. 가정교육을 살리는 것이 시급하다. 가정과 학교교육의 연계가 필요하다. 따뜻한 시각으로 방황하는 학생들에 대한 상담이 시급하다. 그들이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 주어야 한다.

이제 곧 5월, 청소년의 달이 다가온다. 그들에게 진정한 애정과 관심을 쏟아야 한다. 마음을 열고 다가가야 한다. 방황하는 그들을 올바르게 잡아주어야 한다. 그게 기성세대의 의무다.

교정의 신록이 싱그럽고 봄햇살이 따뜻하지만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교육자의 길, 갈수록 어렵고 힘들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