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취임식에 그 흔한 현수막이 없네요"

2008.05.24 19:41:00


장학사 시절, 결재 도중에 K교육장이 말한다.

"이 장학사도 나중에 교육장 한 번 해 봐! 직위에 따라 체험할 수 있는 것이 달라. 지역단위 기관장들과 인간관계도 맺을 수 있고...난 지금 교육장 생활이 좋아."

K교육장은 교감 경험도 없는 나에게 교육장의 꿈을 불어넣는다. 리포터는 교감을 거쳐 교장이 되었다. 교감의 경험도 아직 생생하기만 한데 교장이 되니 모든 것이 새로운 체험이다.

5월 23일(금) 10:00 수원에 위치한 주한 미군 패트리어트 미사일 부대장 이취임식에 참석하였다. 작년에 원어민 2명을 보내주어 우리학교 교육에 도움을 주었기에 시간을 낸 것이다. 미국과 미군의 문화를 접하는 순간이다.

"와, 문화가 이렇게 다를 수가?"

단상과 단하가 없다. 그 흔한 현수막 하나 붙어있지 않다. 초청된 인사의 명찰은 의자 밑에 붙어있다. 부대의 상징인 깃발을 소중히 다루어 접고 펼친다. 군인들의 행동에 절도가 있다.

더 큰 놀라운 사실은 오늘의 주인공(사령관)인 이임 부대장과 취임 부대장이 병사들과 함께 서 있다는 것이다. 앞 쪽에 부대기 바로 옆에 서 있다. 처음엔 몰랐다. 연설 시간이 되니 주인공이 대열에서 나오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뜻밖의 사건이다. 이렇게 문화가 다른 것이다.

일부러 식사 장소에도 가 보았다. 케잌을 절단하는데 긴 칼로 단박에 내려친다. 지그시 누르는 우리 풍토와는 다르다. 이어서 뷔페식 식사, 메뉴를 보니 김밥, 깎두기, 오이소배기가 보인다. 참석한 한국인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외협력관 문대영씨는 말한다. 부대장이 바뀌는데 부대원들이 1/3씩 세 차례 장기간에 거쳐 임무 인계인수가 이루어졌다고. 우리나라의 공군과 긴밀히 협조체제를 이루어 방공을 책임지고 있는 미 방공대대. 영공수호에 한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아니되리라 본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사회 일각에서 쇠고기 수입을 빌미로 반미를 외치고 학생들을 촛불문화로 선동한다고 한다. 미국을 무조건 미워할 것이 아니라 국익을 생각하고 그들의 합리적인 문화를 받아들일 줄 아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작년, 이 부대와 관련을 맺은 시흥은행중 경혜영 교장은 학생 대표들과 학부모, 교사들과 함께 이취임식에 참석하여 눈길을 끌었다. 식사 전에는 취임한 부대장에게 작은 선물을 전달하는 것도 보았다. 교육을 생각하며 학생들에게 미국 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경 교장에게 리포터가 발견한 여러가지 특이한 모습을 이야기하니 "그게 바로 문화의 차이가 아니겠냐?"고 되묻는다. 혹시 우리에게 남아있는 '일회용 과시 내지는 허례허식'을 지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문화는 다르지만 우리의 교육을 재삼 생각해 보는 취임식이 되었다. 교장으로서 색다른 체험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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