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는 지난 4월 15일, 다양하고 질높은 교육을 위한 학교중심 자치 기반 마련을 위한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을 전격 발표하였다. 교육관련 규제 29개를 즉시 철폐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국 시도 부교육감들은 두 차례의 모임, 교육감들은 한 차례의 모임을 갖고 교육부의 규제 폐지에 대해 시도교육청의 입장을 개진하고 0교시 수업과 우열반 편성 등에 관해 의견을 조율하였다.
후속대책으로 15개 시도교육청에서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교육수요자 중심의 다양하고 특성화된 교육을 통해 학교의 자율화와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학교 자율화 세부 추진계획’을 발표하였다.
일선 학교의 반응은 어떨까? 한마디로 시큰둥하다. 별 볼일 없다는 이야기다. 교과부는 마치 ‘교육의 전봇대’를 뽑은 양 폼 잡고 교육감들은 학교장에게 권한을 주었다고 큰소리 치지만 일선 학교에서의 변화는 60일이 지난 현재까지 감지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실속 없는 겉껍데기만 학교 자율로 준 것은 아닐까? '허울 좋은' 학교 자율화라는 것이다. 29개 지침 폐지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이것 갖고는 일선 학교의 자율과 변화를 가져오게 할 수는 없다고 본다.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의 ‘학교 자율화 추진 계획’을 냉철히 비판해 보고자 한다.
4월 15일, 교과부 우형식 제1차관은 “이번 계획은 교육과학기술부과 시·도 교육청 담당자, 현장교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마련한 것”임을 밝히고 있는데 언제 어느 지역의 어떤 학교급과 직위에 있는 일선 교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교원단체의 의견은 수렴 여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러니 교과부가 현장과 겉돌고 교원들의 환영을 못 받는 것이다.
교과부의 29개의 폐지 지침 중 충북이 26개, 경기도가 24개, 서울이 19개 등을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중앙에서는 규제 폐지 방향을 설정하였는데 시도 부교육감들이 모여 다시 규제를 논의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말이 협의 내지는 의견 조율이지 사전 담합인 것이다. 폐지 확대를 건의하고 일선에 침투시켜야할 시도교육청이 일선 학교를 염려(?)하여 규제를 풀지 말자고 의기투합한 꼴이다.
폐지된 지침의 폐지 사유를 보니 법적인 근거나 구속력이 없는 것을 행정력으로 남발하였거나(학업성적관리 종합 대책, 초등학교 어린이 신문 구독) 지침의 효과가 없거나(사설 모의고사 참여 금지) 중복 규제를 가하던 것(교육과정 운영 기본 계획, 학사 지도 지침, 초중등 주요업무 계획, 학습부교재 선정 지침, 촌지 안주고 안받기 운동 계획), 이미 관련 법령에 명시되어 불필요한 것(재량휴업 활성화 방안, 학교 안전교육, 학교 안전교육 활성화, 학교 홈페이지 구축 운영 지침)을 없앤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무용지물인 것을 없앤 것이니 일선 학교에 변화가 있을 리 없다.
폐지의 핵심인 재정과 인사 분야가 빠졌고 교육과정에 대한 규제 폐지가 미흡하다. 학교회계예산이라고는 하지만 공립학교회계규칙에 묶여 자율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것이 학교장들의 볼멘 소리다. 한국중등교육협의회 회비나 연수 참가비조차 업무추진비로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행정실장의 정당한 지시에 불응하는 기능직 인사권도 갖지 못한 학교장의 왜소함을 탓하는 현장의 목소리다.
경기도교육청 29개 지침의 추진부서를 살펴보니 중등교육과 12개, 초등교육과 6개, 학교정책과 6개, 과학산업교육과 2개, 체육보건급식과 1개, 감사담당관실 1개, 행정관리담당관실 1개이다. 전문직 담당부서가 93%이고 일반직은 7%다. 교과부와 시도교육청, 지역교육청에는 일반직이 전문직보다 4-5배 정도 있어 각종 규제와 지침을 생산하고 있는데 폐지는 거꾸로 되었다. 이게 잘못된 것이다. 정작 풀어야 할 족쇄는 그대로 두었기 때문이다.
교과부의 이번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 방향 설정은 옳다. 권한의 하부이양과 이에 따른 책무성 강화도 당연한 것이다. 교육관련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학교교육의 자율성과 다양성, 특성화를 지속적으로 꾀할 수 있도록 교과부가 선두에 서야 한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알맹이가 없다. 규제 철폐라는 생색내기에 불과한 것이다. 학교 현장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자율화 추진 계획이 필요한 것이다. 학교장을 비롯한 일선 교원들의 화색이 감돌게 하는 학교 자율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국민이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교육정책이 아쉽기만 하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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