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字千金>을 꿈꾸는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2008.06.18 11:18:00





사랑하는 아들아, 계절은 벌써 여름을 향해 달리는구나. 비좁은 하숙방에서 마음대로 욕조에 몸을 담그지도 못하며 서울 생활에 길들여져 가는 네 모습을 생각하니 어미는 아픈 마음이 앞서는구나. 이렇게라도 너를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독서 편지라도 쓰면 어미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 이 글을 쓰노라. 이제는 글씨 쓰는 일이 버겁고 눈도 침침해서 책을 보는 일도 쉽지 않지만 내가 읽은 감동이 너에게까지 전해진다고 생각하니, 편지를 쓰는 동안만이라도 내 마음의 끈이 네게 닿을 것이라는 위안이 되는구나.

오늘은 지난 2월에 일독을 마친 <생각이 힘이 세다>를 다시 읽어 보는 중이란다. 처음 읽던 때의 감동을 되살려보며 새롭게 와닿는 글귀를 메모하다보니 숨겨진 행간이 보여서 참 행복했단다. 요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생각'이 절실한 시대가 도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생각의 국제화'가 필요함을 절감하게 된다. 설득과 소통을 위한 전제는 '생각의 힘'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지. 어떻게 하면 생각이 깊은 삶을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읽은 책이란다.

내 마음 속에서 가장 귀엽던 아이 시절의 모습으로 떠오르는 네 모습이 점점 자라서 이제는 어엿한 성인으로 자리잡고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멋진 청년이 된 너를 생각하면 어미는 눈가가 촉촉해지는 그리움으로 잠시 먹먹해지는 가슴을 어찌할 수 없구나. 어미의 이 편지들이 네가 살아가는 서울 하늘 길섶의 작은 풀꽃이라도 될 수 있다면, 이른 아침 귀를 적시는 한 마리 참새라도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말수가 적은 너를 불러내기에는 편지가 제 격이라 여겨서 시작한 일이니 부담 갖지 말고 읽어주렴. 자주 전화를 하는 것도, 문자를 보내는 것마저도 형식적인 인사치레로 여기는 너와 소통하는 방법을 책 속에서 찾아냈단다. 그렇다고 답장을 꼬박꼬박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니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읽어주기만 하면 된단다. 그저 어미가 아들과 이야기하고 싶어서 선택한 궁여지책일 뿐이다.

어려서부터 생각함이 깊었던 사려 깊은 너를 곁에서 지켜주지 못하고 일하는 여성의 삶을 선택한 결과, 네가 자라는 모습을 기록해 주지도 못했고 때 맞추어 네 질문에 응대해 주지도 못했던 시간들이 아프게 찌르는구나. 이제는 어미의 손길보다 그냥 곁에서 지켜 봐주는 눈길만으로 족할 너에게 수다를 떠는 게 아닌지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읽으면서 담아두고 싶은 귀절들을 적어보련다. 책과 함께 8장의 편지도 함께 부쳐주마. 퇴근 길에 강진도서관에 들러 2시간씩 책을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단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탓인지 몸은 파곤해도 정신이 행복하니 즐겨하고 있단다. 내가 무엇이 되고자 하거나 뭔가를 이루기 위한 적극적인 독서라기보다는 숨 쉬는 동안 하지 않으면 안 될, 생명이 있는 한 해야 될 필연, 필수라고 인식하기 때문이지. 그럼 어미의 잔소리는 이쯤에서 접고 본문 요약으로 들어갈게.

작가 위기철이 엮은 이 책의 특징은 딱딱한 주제를 알기 쉬운 예화 자료를 곁들여서 읽기 쉽게 접근한 점이 특징이란다. 나이 어린 초등학생부터 일반에 이르기까지 읽힐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돋보인다. 과학적이고 심리학적인 용어들을 다양한 눈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친절하게 엮은 책이지. 전체적으로 생각에 대하여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고 읽어주렴.

11p-사고의 힘 : 이성적 인식은 사물이나 현상의 보편적인 특성, 내적인 본질, 그것들의 고유한 연관.법칙성을 반영하는 발전된 형태의 인식이다.('사고'의 시작)

16p-사고의 간접성과 개괄성 : 개괄적 사고 능력이 뛰어날수록 우리는 그만큼 사물의 본질을 더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사람의 두뇌는 사회적 실천 과정을 통해 두뇌에 축적한 경험과 정보를 개괄적으로 사고하여 판단한다는 점에서 전자 두뇌와 다르다.

36p-물질불변의 법칙 : 인공적이거나 천연적인 조작으로 없던 물질을 창조해 낼 수는 없다. 때문에 어떤 조작을 가해도 조작 전후의 물질 총량은 같고 그 요소의 질과 양은 변하지 않으며 오로지 교체되고 변형될 따름이다.(프랑스 화학자, 라부아지에가 물을 100일 동안 끓이는 실험으로 찾아냄) -

(이 대목에서 어미는 한참이나 딴 생각에 젖었단다. 나의 사후 세계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을 하고 있었어. 육안으로 보이는 내 존재가 사라져도 물 몇 방울, 한 줌의 흙, 형태를 알 수 없는 영혼의 존재까지도 불멸할까 라는 질문 말이다. 이것은 어미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잠들기 전에 나를 괴롭힌 질문이었어. 이 물음을 해결하지 못해서 어떤 종교에도 깊이 몰입할 수 없었다고 해야 바른 변명이 될 거야. 종교는 과학이 아니라는, 오로지 믿음 그 자체여야 한다는 가르침이 주입이 안 되었단다. 앞으로도 이 문제는 진지하게 살펴볼까 한다.)

38p-개념, 판단, 추리: 가장 기초적인 형태인 개념, 개념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판단, 기존의 판단들로부터새롭게 다른 판단을 이끌어 내는 추리가 사고의 대표적인 형태이다.

42p-귀납추리: 귀납추리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수많은 경험 재료를 앞에 쌓아 놓고도 아무런 판단을 끌어 내지 못할 것이다. (개별적인 것에서 일반적인 것을 끌어 내는 추리 -핼리 혜성이야기)

46p-연역추리:어떤 사물이나 현상의 일반적 속성, 관계, 본질을 추리해 내는 사고 형식으로 오늘알 과학에서 매우 중요한 추리 방법이다.

50p-가설: 가설은 기존 지식에서 미지의 지식으로 확장하는 과도기적 이론이기 때문에 가설에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지식이 한데 결합되어 있다. (예화:신화를 역사로 바꾼 소년 슐리만은 일리야드를 읽고 트로이를 찾아낸다.)

59p-원형: 창조적 상상에 작용하는 것들은 영감, 감정, 체험, 원형이다. (예화: 안나카레니나의 모델은 실존 인물의 외형+사고 기사로 작성함)

-영감 혹은 직관은 비약적 형태로 일어나는 사고. 이는 지력 수준이 평소의 수준을 뛰어넘어 비약적으로 상승함
-영감은 조용하고 산뜻하며 마음이 편안할 때
-산보, 잠시 쉴 때, 대화할 때, 유쾌하고 발랄할 때
-돌발성, 순간성을 지님
68p-영감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노력할 때만 생긴다. 차이코프스키는 "영감은 우아하게 손을 내미는 사람에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무지막지한 황소처럼 온 힘을 다해 밀어붙이는 사람에게 생긴다."

82p-탄력적 사고 능력을 지닌 사람은 변화에 민감하고, 임기응변능력이 강하며 능숙하고 신속하게 문제를 분석하며 민활하고 기동성 있게 문제를 처리한다.

91p-적극적인 사고는 '탄력적인 사고'를 전제로 하고, 면밀한 고려는 '폭넓은 사고'를 전제로 하며, 정확한 판단은 '비판적 사고'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민첩한 사고 능력은 다른 사고 능력의 집중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101p-사람의 대뇌는 왼쪽, 오른쪽에 각각 한 개씩 모두 두개의 반구로 구성되었으며 매초 40억 번의 신경 충돌을 하면서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다발로 구성되어 있다.

107p-습관에 얽매이지 말라.
111p-많은 정보를 수집하라. 많은 정보를 획득해서 사고의 비약을 이루려면, 사람들과의 관계를 넓힐 필요가 있다.
117p-흥미를 가져라: 흥미 그 자체는 창조적 사고가 아니지만, 창조적 사고를 추진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119p-정감을 가져라 :정감은 특히 예술 창조에서 매우 중요한 동기가 된다. 톨스토이는 창작의 동력에 대하여, "창작은 격정 없이는 안 된다. 작품이 잘 씌어지려면 그것이 작가의 마음 한가운데서 우러나온 것이어야 한다. 아무런 느낌도 없고 말하고 싶지도 않은 사물에 대해서는 서술하고 싶은 욕구도 일어나지 않는다."

124p-의지를 가져라.: 목적은 아무 근거 없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요구와 염원에 의하여 생기는 것이다. 발자크는 수십 년 동안 날마다 열여섯 시간씩 일을 해야 했지만 그러면서도 하루에 30~40매 되는 원고의 창작 일정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지켰다고 한다.

129p-용기를 가져라: 창조적 사고에 가장 위험한 적은 스스로 겁을 먹는 것이다. 겁을 먹으면 상상력과 독창 정신은 이내 사그라진다. 지나치게 자기 비판을 하거나 남의 의견에 신경을 쓰는 일은 종종 창조적 사고를 가로막는 장애가 된다.

140p-곡선적 사고: 여러 측면, 규칙, 기준, 결과들을 고려한 방식이다. 여러 갈래의 사고 방법들을 서로 교차하고 보충하고 통일시켜서 대상을 바라볼 수 있다. 자신의 사고를 좁히지 말고 시야를 넓혀서 사고하는 버릇을 들인다. 논리학이나 철학을 학습하여 실천 경험 속에서 적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143p-측향사고법 : 어떤 대상과 직접 관련이 없는 다른 대상으로부터 새로운 생각을 이끌어 내는 사고 방법이다. (문어다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농구화)
146p-반향사고법 : 결과를 놓고 원인을 따질 때 풀리지 않던 문제도 사고 순서를 거꾸로 해서 되짚어 보면 뜻밖에 쉽사리 풀리는 경우가 있다.

151p-합병사고법 : 서로 다른 사물들을 합하여 새로운 사물을 창조해 내는 사고 방법(자동차 + 대포=장갑차)
154p-분리사고법 : 어떤 사물을 구성하는 부분들을 분리시켜서 새로운 사물을 창조하는 사고 방법이다.
157p-형태를 바꾸는 사고법 : 기존의 사물을 놓고 크게 만들거나 작게 만들기, 색깔 바꾸기(소니 회사의 성공 사례)

160p-배열을 바꾸는 사고법(덧셈식 1+2+3 ---- 100 가우스 이야기)
163p-사고 과정에서의 긴장과 이완 : 창조적 사고는 계속 깊은 사색에 몰두할 때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사고를 한 발 늦추었을 때에 생각나기도 한다. (상대성 이론 연구를 하며 피아노를 친 아인슈타인) 괴테"가장 귀중한 사고와 가장 훌륭한 사고 방식은 산책할 때 떠오른다."

171p-오류로부터 발전한다: 잘못을 즉시 깨닫는 게 바로 총명함이다. 괴테"오류를 깨치기만 하면 새로운 힘으로 진리를 향해 나갈 수 있다." 오류를 범할까 봐 지나치게 조심하는 사람은 오류를 적게 범할 수는 있지만, 진리에 다가가기는 어렵다.

이 요약본은 모두 편지지 8장에 이른다. 자판을 두들기는 것이 글씨를 쓰는 것보다 덜 힘이 들지만 편지지에 쓰는 것이 너를 향한 어미의 진심이 더 전해질 거라는 확신으로 독서 편지를 썼단다. 아무쪼록 학문에 정진하는 네 어깨를 다독이고 싶은 어미의 진심을 받아주기 바란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네가 생각의 바다를 넓혀서 '一字千金'의 무게를 지닌 글힘을 비축하는 데 아낌 없이 시간을 투자하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2008년 6월 17일

            <생각은 힘이 세다/위기철 엮음/청년사/7,500원>를 읽고, 사랑하는 아들에게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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