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에서 반기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2008.07.07 09:09:00

열심히 일하되 일주일에 하루는 쉬라는 날이 일요일이던가? 6월 29일, 일요일 아침은 몸이 따라주지 않아 일찍 일어나는 게 부담스럽다. 문화사랑모임과 청주삼백리 회원들이 대나무로 유명한 담양으로 답사를 떠나는 날이라 아침 일찍부터 부산을 떨었다. 일어나기 바쁘게 김밥 집을 거쳐 출발지인 흥덕구청 앞으로 나갔더니 출발지가 충북도청으로 바뀌었다.

도청으로 차를 몰아 같이 답사를 떠날 사람들과 합류했다. 문화사랑모임에서 주관하는 행사인데 전날부터 비가 오락가락해 20여 명만 참여했다. 경비가 문제 되지만 오히려 답사하기에는 단출해서 좋은 인원이다.

같이 청주에 살고 있지만 처음 본 사람들도 있어 달리는 차안에서 인사를 나눴다. 문화사랑모임의 정지성 회장이 답사를 할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과 금성산성에 대해 안내하는 시간도 있었다. 여산휴게소에 들려 커피도 마시고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녹색세상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3시간여를 달려 담양에 도착했다.



먼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부터 들리기로 했다. 관광담양 테마여행(http://www.damyang.go.kr/tourism/index.php?from=sub5&url_link=sub5/sub5_6)에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메타세쿼이아라는 가로수가 심어져 있어서 이국적이며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고 있다. 멀리서보면 옹기종기 줄서서 모여 앉은 요정들 같기도 하고 장난감나라의 꼬마열차 같기도 하다. 길 가운데에서 쳐다보면 영락없는 영국 근위병들이 사열하는 모습이다. 질서정연하게 사열하면서 외지인들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 중략 ~ 2002년 산림청과 생명의 숲가꾸기 국민운동본부가 ‘가장 아름다운 거리 숲’으로 선정한 곳이기도 하다. ~ 중략 ~ 초록빛 동굴을 통과하다 보면 이곳을 왜 ‘꿈의 드라이브코스’라 부르는지 실감하게 될 것이다. 무려 8.5 k m에 이르는 국도변 양쪽에 자리 잡은 10~20m에 이르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저마다 짙푸른 가지를 뻗치고 있어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묶어둔다.

1970년대 초반 가로수조성 사업을 하며 3~4년짜리 묘목을 심었다는데 지금은 하늘을 덮을 만큼 울창한 가로수로 자랐다. 아침까지 비가 내린 날씨 덕에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진녹색의 푸름을 자랑한다. 차량출입이 금지된 가로수길을 걷노라니 나무에서 뿜어져 나온 향 때문에 삼림욕장에 와있는 기분이다.

가로수 사이로 다음 답사코스인 금성산성이 구름 속에 숨어있다. 담양호를 사이에 두고 마주 바라보고 있는 추월산도 모습을 감췄다. 금성산성 주차장으로 가며 남녘의 농촌 풍경을 감상했다.






주차장에서 동자암 방향의 산성길은 벚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는 오솔길이 이어진다. 그 끝에 ‘금성산성에서 전투를 지휘하던 전봉준이 친구 김경천의 밀고로 순창군 쌍치면 피노리에서 관군에 체포되고, 1천여 명의 동학농민군이 20여 일간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벌이다 희생 또는 체포되었으며, 이때 금성산성 내의 모든 시설이 전소되었다’는 ‘동학농민혁명군 전적지’ 표석이 서있다.

이곳부터 금성산성의 관문인 보국문까지 좁은 길이 이어진다. 제법 평탄한 길이지만 후덥지근한 날씨 탓에 이마에 땀이 맺힐 즈음 눈앞에 산성과 누각이 나타난다. 보국문은 관문답게 주변의 산세를 어우르며 위용을 자랑한다.

관광담양 테마여행(http://www.damyang.go.kr/tourism/index.php?from=sub5&url_link=sub5/sub5_6)에서 금성산성(사적 제 353호)을 알아보자.

동쪽으로 마주하고 있는 광덕산을 포함한 일대의 산성산은 사방이 깎아지른 암벽과 가파른 경사로 되어 있는데 특히 주봉인 철마봉의 형세는 주위가 험준한 암석으로 둘러싸이고 중앙은 분지로 되어 있어 예로부터 요새지로 이용되어 왔다. 그 대표적인 유적이 금성산성이다. 금성산성은 고려시대에 쌓은 것으로 전해오는데 산성의 둘레가 7,345m이고 성 안에는 곡식 2만3천석이 해마다 비축되었다 한다.

보국문을 들어서면 절벽을 따라가며 길게 이어지는 성벽과 건너편의 충용문이 또 다른 세상을 만든다. 충용문에서 바라보는 보국문 주변의 풍경도 인상적이다. 누각에 앉아 점심을 먹으며 처음 만난 사람들과 막걸리를 주고받으니 저절로 정이 싹튼다. 인근에 살고 있다는 등산객은 우리 일행이 청주에서 온 것을 알고는 아들이 청주와 이웃하고 있는 오창에 살고 있다며 반가워했다.



충용문 안에 있는 3기의 돌탑이 이천골(二千骨)이라는 계곡이 있을 만큼 금성산성을 쌓거나 지키기 위해 피 흘린 선조들의 넋을 달래고 명복을 비는 위령탑이다. 그 옆의 금성산성 안내판에 소개된 대로 좌측은 노적봉과 철마봉을 넘어 서문으로, 우측은 동자암과 보국사터로 가는 길이다.

노적봉 방향의 성곽은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다. 성벽 윗부분에는 모래, 시멘트, 황토를 섞어 만든 황토색의 접착제가 발라져있다. 뒤편을 바라보면 충용문과 보국문 주변의 풍경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구름이 걷히며 노적봉이 나타난다. 절벽에 뿌리를 내린 노송 한 그루가 노적봉의 풍경을 업그레이드 시킨다. 날씨가 맑건, 오늘같이 구름이 많이 끼었건 노적봉에서 내려다보는 담양호의 풍경이 금성산성의 최고 볼거리다. 수시로 날씨가 변하는 백두산의 천지를 보고 있듯 몰려다니는 구름들이 담양호의 모습을 수시로 바꿔놓는다.



노적봉을 돌아서면 구름속의 철마봉이 바로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일행들이 일렬로 줄을 서 철마봉으로 향하는 모습도 한폭의 그림이다. 철마봉 정상은 바로 아래가 급경사의 낭떠러지라 조심해야 한다. 추월산과 무등산, 담양호가 운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같이 낭떠러지를 구름이 감싸 아래 세상이 베일 속에 가려 있는 날의 경치가 더 아름답다.



철마봉을 지나 서문방향으로 성벽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왼편으로 담양호가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앞에는 보수한 성곽이 가파른 산등성을 넘으며 이어진다. 비가 내린 덕분에 아래에 있는 계곡의 물소리가 제법 크다.



시간 때문에 서문, 북문, 운대봉, 동문, 시루봉, 동헌터는 다음에 돌아보기로 했다. 대신 산책로 같은 성안 길을 따라 보국사터로 갔다. 휴당산방(休堂山房)이라는 법당을 겸한 작은 오두막이 있는데 나무판에 쓴 글귀와 태양열 발전기가 이색적이다. 오두막을 왼쪽으로 돌아서면 풀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보국사터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충용문으로 가다보면 왼편으로 동자암 가는 길이 나온다. 이정표를 따라가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동자암이 있다. “여기는 금성산성 지킴이 동자암 가족이 사는 곳입니다.” 입구에 쓰여 있는 대로 매스컴에 널리 알려진 다섯 식구가 무술을 연마하며 이곳을 지키고 있다.

법당이자 생활터전인 창고 같은 건물이 안락수선당(安樂修禪堂)이다. 좁은 공간에 이들이 밖엣 사람들과 맺은 인연들이 사진으로 빽빽이 들어차있다. 산을 집으로, 성문을 대문으로, 자연을 학교로 여기는 사람들이라 붉은 기둥에 ‘무거운 짐 벗어라, 무거운 짐 걸어보세요’라고 쓰여 있는 글귀도 예사말 같지 않아 의미를 찾아본다.

아버지 청산스님은 우리나라 사찰의 무술역사를 열심히 설명하고, 엄마 보리스님은 가족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정을 베풀고, 두 형제 황룡과 청룡은 여러 가지 무술을 수련하며 볼거리를 제공하고, 막내 공주 구봉은 낯선 사람들을 빠끔히 내다보며 이곳을 찾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유별난 가족이다. 청산스님에게 사진촬영을 부탁하자 선뜻 가족들 모두를 카메라 앞에 세운다.



금성산성을 뒤로하고 담양을 대표하는 대나무를 제대로 보기위해 금성면 봉서리의 '대나무골테마공원으로 향했다. 대나무 숲길이 아름다워 영화 촬영지로 소문난 곳이다. 대나무골테마공원 홈페이지(http://www.bamboopark.co.kr)에 공원소개, 공원안내도, 이용안내, 갤러리, 찾아오는 길이 자세히 안내되어 있다.

대나무골테마공원에 가면 대나무로 만든 솟대가 입구에서 반긴다. 대밭에서는 고개를 내민 죽순들이 자라고 있다. 바람이 불어오자 대 잎이 소리를 내며 운다. 안내판에는 대나무를 주제로 지은 시들이 써 있다. 사진으로나마 복조리ㆍ참빗ㆍ대바구니 등 여러 가지 죽제품을 만드는 모습, 5일에 한 번씩 열렸던 죽제품 시장의 정겨운 풍경, 온 가족이 죽제품을 메고ㆍ이고ㆍ지고 시장으로 가는 장면도 볼 수 있다.

공원을 나와 담양시장을 찾았다. 착한 마음씨가 얼굴에 써있는 순대집 아주머니는 생긴 대로 인심이 후했다. 머리고기를 안주로 막걸리도 마시고 순대국밥도 먹었다. 술도 마시고 배가 부르니 자꾸 눈이 감긴다. 고속도로를 쌩쌩 달리는 차안에서 단잠을 자다보니 청주가 가까워진다. 하루를 되돌아보며 다음 답사에 만날 것을 약속했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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