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었던 7월 20일은 청주삼백리와 대전옛생돌 회원들이 사람들의 발길이 적은 샘봉산을 답사하기로 한 달 전에 약속한 날이었다. 하지만 아침부터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 때문에 답사장소가 현암사가 있는 구룡산으로 바뀌었다.
현암정 휴게소에 미리 도착해 기다리던 청주삼백리 회원들이 대전옛생돌 회원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대청호의 전망대 역할을 하는 팔각정 정자 현암정에서 대청댐과 대청호를 바라봤다. 청남대가 위치한 곳의 임금 왕(王)자 지형과 호수 너머의 계족산도 한눈에 들어온다. 구룡산 중턱의 현암사도 이곳에서 가깝게 보인다.
휴게소 마당에는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 흰색 백일홍 한 그루가 하늘의 구름과 어울리고 있다. 100일간 꽃을 피워 백일홍이라 불리고, 나무줄기를 살살 긁어주면 나무전체가 간지럼 타듯 움직이는 것도 재미있다. 그동안 자주색 꽃을 피우는 백일홍만 많이 봐왔는데 무더운 날 흰색 백일홍을 보니 시원한 느낌마저 든다.
108계단을 올라 현암사로 향했다. 구불구불 산길을 걷는데 순결을 고이 간직한 참나리들이 드문드문 눈에 띈다. 사찰 입구의 참나리들은 활짝 꽃을 피우고 오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사찰 마당에서 오던 길을 뒤돌아보면 대청호와 대청댐의 수문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대통령들이 별장으로 사용했던 청남대도 눈앞에 있다. 호수에 박힌 산들이 옹기종기 작은 섬을 만들고 있는 풍경도 아름답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대청호를 내륙의 다도해라고 부른다.
구룡산의 가파른 중턱에 위치한 현암사는 법주사의 말사이다. 현암사는 오랜 역사에 비해 규모가 작은 사찰이기도 하고 대청호에서 올려다보면 다람쥐가 매달린 모습으로 보여 다람절이라고도 불린다. 사찰에서 오른쪽으로 조금가면 언덕에 탑돌이를 할 수 있는 오층석탑이 있다.
원효대사가 중창한 사찰이라 자연스럽게 원효와 의상에 관한 얘기도 나눴다. 국내파였던 원효와 연관된 사찰은 대부분 깊은 산속에 있어 작고, 유학파였던 의상과 연관된 사찰은 유명한 산에 있어 크다는데 의견을 같이하며 초등학생들까지 유학길에 오르는 현실을 생각해봤다.
석탑에서 삿갓봉까지의 등산로는 50여 개의 돌탑들이 이어진다. 구룡산 정상 삿갓봉은 조망이 좋고, 해돋이대장군과 해돋이여장군 장승ㆍ나무로 만든 대형 용장승이 있다. 삿갓봉 너머의 장승공원은 500여 개의 장승들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갑자기 몰려온 먹구름이 빗방울로 변해 삿갓봉을 바라보기만하고 오던 길을 되짚어 현암정 휴게소로 향했다.
휴게소에서 대청댐 주차장으로 가는 굽잇길은 호수를 끼고 돌아 드라이브하기에 좋다. 대청댐 광장은 호수의 풍경과 한국수자원공사 대청댐관리단에서 세운 조형물이 어우러지고 종종 작은 음악회 등의 행사가 있어 찾는 사람들이 많다. 바로 앞에 현암사, 현암정 휴게소, 청남대가 보인다.
광장 옆에 있는 대청댐 물문화관(http://daecheong.kwater.or.kr/Munhwa)도 들려볼만하다. 제1전시실에는 물은 자원이다, 제2전시실에는 대청호와 금강의 자연생태, 제3전시실에는 대청호 사람들의 삶과 문화가 전시되어 있다. 기획전시실에서는 대청호에 유입되는 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잡동사니의 새로남’이 8월 14일까지 열리고 있다.
날씨 때문에 예정보다 답사 코스가 짧아졌지만 나름대로는 같은 대청호의 물을 마시면서 뜻까지 같이하는 대전과 청주 사람들이 대청호 주변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알찬 하루였다.
[교통안내]
1. 경부고속국도 청원IC(좌회전) - 척산 - 문의(대전방향) - 문화재단지 - 현암사 주차장
2. 경부고속국도 신탄진IC(좌회전) - 대청댐 - 오가리(문의방향) - 현암사 주차장
3. 청주 - 고은삼거리 - 화당삼거리 - 문화재단지 - 현암사 주차장
4. 대전 - 신탄진 - 대청댐 - 오가리(문의방향) - 현암사 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