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군 장연면 방곡리에 해발 825m의 박달산이 있다. 이 산에 오르면 표석에 ‘박달산 정상 대한민국국기게양대’라고 써있는 국기게양대를 정상에서 만난다.
그런데 몇 개 단체가 이름을 내걸고 합동으로 건립한 게양대치고는 표석에 써있는 내용이 조잡하기 이를 데 없다. 오죽하면 누군가가 대표들의 이름을 돌로 긁어 알아보지 못하게 해놓아 꼴불견으로 방치되고 있다.
아랫부분에 ‘이 산은 제33대 단군 감물왕국의 진산이었음을 전한다’는 내용이 써있는데 부연설명이 없다. 산 정상에 어떤 목적으로 국기게양대를 세웠는지, 그저 평범한 산으로 알고 있던 박달산에 어떤 역사적 진실이 숨어있는지 궁금하게 한다.
그 정도면 다행이다. 내가 찾았던 27일 오후에는 찢어진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형태로 봐 오래전부터 찢어진 채 방치된 듯하다. 아무리 좋은 것이더라도 쓸모없이 방치되면 쓰레기다. 이곳에 국기게양대 건립을 허가해준 관청이나 게양대를 세워놓고 국기가 찢어진 채 휘날려도 관심이 없으면서 이름 내세우기만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잘잘못을 따져보면 도토리 키 재기다.
요즘 독도 문제가 불거지면서 나라사랑에 관심이 많아졌다. 독도에서 우리의 국기인 태극기가 펄럭이는 것을 보기만 해도 가슴이 뭉클하다. 이런 때, 찢어진 태극기가 웬 말인가... 더구나 남보다 역사를 더 안다고 낯 세우는 사람들이 세운 게양대에서... 태극기 관리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알아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찢어진 태극기가 이곳에 오른 사람들의 가슴을 찢어지게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자. 이름을 내건 것은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이다. 그 장소에 국기게양대가 꼭 필요하다면 태극기는 물론 조잡한 표석을 건립 당사자들이 빨리 교체해야 한다. 관청에서도 제대로 관리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며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말로만 나라사랑 외칠게 아니라 우리의 국기인 태극기를 소중히 여기는 것부터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