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광교산(光敎山)을 찾는 이유

2008.07.30 17:30:00


며칠 전부터 폭염이 시작되었다. 찜통더위, 불볕더위, 가마솥더위 같은 말이 실감이 난다. 오늘 수원기상대 사이트를 찾아가니 열대야 현상도 있다고 한다. 더위 때문에 잠 못드는 밤이 시작되는 것이다.

지난 일요일 오후,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광교산(光敎山, 582m)을 찾았다. 내가 광교산을 찾아가는 방법은 좀 다르다. 자가용으로 가지 않는다. 우선 아파트 근처의 일월저수지를 한 바퀴 돌고 13번 버스를 타기 위해 동네를 가로질러 구운중학교쪽으로 간다.

70대 노인들이 폐지를 모으기 위해, 그것을 팔아 용돈을 마련하려고 동네 곳곳을 찾아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어떤 분은 쓰레기봉투를 풀어헤친다. 삶의 치열한 현장이다. 그만치 삶이 고된 것이다.

시내버스를 타기 전 "아빠!"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고 1 아들이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하도 더워 그늘에서 땀을 식히는데 아들이 친구 한 명과 함께 택시를 잡는다. 걸어가도 되는 거리인데 아마도 더위에 지친 모양이다.

우리 아들, '돈 천원의 귀중함' 알고 있을까? 70 넘은 허리가 꼬부라진 노인네들은 하루 몇 천원 벌이를 위해 동네를 뒤지고 있는데...극과 극이 대비되는 모습이다. '내가 가정교육을 잘못 시킨 것은 아닌지?'

광교산 버스 종점에서 법성사(法性寺) 뒤 능선을 오른다. 이 길로 내려와 보긴 했어도 오르기는 처음이다. 광교산을 주1회 정도 찾지만 가능하면 가지 않았던 길을 간다. 그래야 풍경이 새롭고 새로운 생각이 떠오른다.

경사가 심하니 숨이 차다. 땀이 줄줄 흐른다. 속옷이 흠뻑 젖는다. 나무에 기대어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러면서 내가 광교산을 찾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건강을 위한 체력 단련, 삶의 재충전, 자연의 변화 관찰, 복잡한 생각의 정리, 세상 번뇌를 잊으려고, 아내와 대화를 나누려고.... 그때 그때마다 다르다. 그렇다면 오늘은? 피서다. 더위를 잊고 계곡 물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광교산이 나에게 주는 혜택은 엄청나다. 유년시절 칡뿌리 캐던 일, 중학생 때 송충이잡이 하던 곳, 수원시 백일장에 참가했던 광교저수지 제방, 예비군 훈련을 받던 추억...건강을 챙겨주고 애향심을 북돋워 주는 것이다.

7부 능선쯤 오르니 계곡물 소리가 나를 유혹한다. 계곡으로 내려가니 물이 맑고 수량도 풍부하다. 손을 담그지 않아도 그냥 바라만 보아도 땀이 쏙 들어간다. 와, 이 행복! 수원사람이면 누구나 경험하였을 것이다.

광교산이 있기에 수원시민들은 행복한 것이다. 산은 누구나 반갑게 맞이한다.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빈부귀천을 따지지 않는다. 산 속에서 사람들은 위안를 얻고 삶을 되돌아보고 희망을 재충전하는 것이다.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열치열이라는 말도 있다. 광교산 높은 곳에 오르지 않아도 좋다. 초록의 광교산을 바라만 보아도 물소리만 멀리서 들어도 더위를 잊는다. 광교산, 나에게는 인생의 가르침을 주는 소중한 산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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