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학교분위기 만들기는 내 몫

2008.08.24 14:10:00

오늘은 처서가 지난 다음 날이라 그런지 가을이 완연하다. 하늘도 가을 하늘, 구름도 가을 구름, 나무도 가을 나무, 공기도 가을 공기. 참 좋은 가을의 문턱이다. 오늘 아침과 같은 날이 좀 길었으면 좋겠다. 오늘과 같은 날이 좀 많았으면 좋겠다.

다음 주부터는 개학을 하는 학교가 많다. 그 동안 선생님들께서 황금 같은 방학을 아주 값있게 잘 보냈으리라 본다. 지난 1학기 동안 완전 방전으로 인해 고갈되었던 에너지를 완전 충전했으리라.

개학을 앞두고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만나는 기쁨도 있을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학생들과 또 씨름을 해야 하는 부담감도 함께 찾아와 개학이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다. 가르치는 것에 대한 부담, 생활지도 하는 것에 대한 부담, 교재연구에 대한 부담, 과중한 학교업무에 대한 부담 등으로 인해 무겁게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본문은 학생들과 함께 생활함이고 학생들과 함께 부대끼는 것이고 학생들에게 시달리는 것이고 학생들에게 괴로움을 당하는 가운데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기에 학교로 돌아오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 새 마음으로 새롭게 준비하고 있으리라 본다.

선생님들은 방학 동안에 부족했던 부분들을 보완했을 것이고 전공과목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었을 것이고 가르침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연수와 연찬이 있었을 것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학생폭력과 문제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대한 연구도 있었을 것이다.

짧은 방학이지만 방학을 통해 나름대로 철저한 준비를 했기에 개학이 기쁨이 되고 기대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또 학생들과 시달려야 하고 괴로움을 당해야 하고 모욕을 당해야 하고 상처를 받아야 하고 어려움을 겪어야 하기에 마음이 썩 편치가 않을 것이다.

이런 무겁고 복잡한 마음을 안고 개학을 했을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학교의 분위기가 아닌가 싶다. 교무실이 조용해야 한다. 학교가 조용해야 한다. 학교가 안정이 되어야 한다. 선생님이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장선생님이나 교감선생님께서 특히 관심을 갖고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좋은 학교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선생님들도 한 몫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학교분위기를 좋게 만들어가기 위해 자신을 잘 관리해야 할 것 같다. 학교장의 학교방침에 따라 협력하고 함께 하고 따르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학교분위기를 좋게 하기 위한 자신의 관리가 아닌가 싶다. 학교방침이나 학교정책이 나하고 맞지 않다고 하여 그것에 대한 민감한 반응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에게 쏟아야 할 열정과 노력이 반감될 수 있고 전체 분위기를 흐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의 정책에 대해 학교방침에 대해 자꾸만 신경을 써다 보면 자기의 할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학교의 정책이 나의 생각과 달라도 틀린 것이 아니고 그른 것이 아니라면 따르는 게 좋다. 그래야 학교분위기가 좋아진다. 학교방침이나 정책이 다양한 학교선생님들의 생각과 일치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것 하나하나 따지고 반대하고 못하게 하면 학교가 편안할 날이 없게 될 것이다.

학교 안이 시끄러우면 선생님들이 안정되게 학교생활을 할 수가 없다. 교재연구도 안 되고 학생지도도 안 되고 학교생활도 재미없게 되고 학교생활에 만족을 가질 수가 없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가 없다. 그러면 결국 선생님들이 피해를 입게 되고 학생들도 손해를 입게 된다.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실력 향상과 바른 인성의 함양에 전적으로 힘을 기울여야 하기에 다른 곳에 눈을 돌릴 겨를이 없다. 학생들의 성장과 성숙을 위하는 것에 합당한 생활을 하는 것만 해도 너무 벅차다. 그러기에 개학을 하게 되면 자신의 변화된 모습으로 건강한 학교를 만들고 좋은 학교분위기를 만드는데 한 몫을 감당했으면 어떨까 싶다. 좋은 학교분위기 만들기는 남의 몫이 아니라 바로 내 몫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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