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노조와의 단체협약, 당연히 개정해야 한다

2008.08.27 09:12:00

공정택 서울교육감의 취임 이후 행보가 주목된다. 그는 25일, “교원노조 단체들이 단체협약 개정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10월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하겠다”고 밝히면서 “현재의 단체협약에는 있어선 안 될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수요자 교육이 이뤄지려면 단호히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공 교육감은 “교사들이 학습지도안을 교장에게 알려주고, 주번근무를 서는 것 등은 학생들을 위한 기본 활동인데 단체협약 때문에 다 없어졌다”며 “그저 편하게 지내자는 것인데 이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단체협약은 2004년 유인종 교육감 당시 시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등이 체결한 것으로 △주번·당번교사 폐지 △휴일 교사 근무 금지 △방학 중 교사 근무 자제 △교사 출퇴근기록부 폐지 △수업계획서 교장에게 제출 중단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경기도의 단체협약(2004년 윤옥기 교육감과 교원노조와 체결) 내용을 보면 △수업 장학 사전 예고 △인사자문위원회 구성 △학습지도안의 자율 작성 △연구시범 학교 교사 동의 얻기 △요청장학 교사 동의 얻기 △보충수업 및 자율학습 금지 △화장실 청소 용역비 반영 △교사 교통지도 금지 △자율출퇴근제 △학급운영비 예산 편성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타 시․도도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체결되어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 단체협약 무엇이 잘못 되었을까? 그 당시의 상황을 필자는 교육칼럼집 ‘연(鳶)은 날고 싶다’(pp.181-183)에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경기도 모 고등학교 K교장(60세)은 도교육청이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들을 적마다 한숨부터 나온다. 그 내용은 보나마나 뻔하기 때문이다. 단협으로 인하여 선생님들은 귀찮은 일이 줄어들고 학교생활이 좀더 편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교장의 입장에서 보면 학생과 학부모를 위하는 것보다 교권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학교장 중심의 자율 경영을 위축시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니 겉으론 표현 못하지만 체결 당사자인 도교육청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사심을 떠나 학부모의 입장에서 볼 때도 양심을 가진 공직자로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교육자임을 망각한 노조의 일방적인 주장을 대부분 수용한 내용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말이 합의지 심하게 표현하면 교육청이 노조의 입장을 대변하여 일선 교장을 옭죄는 것 같다고 말한다.

교사로서 사명감을 갖고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은 줄어들고 자기 권리만을 내세우거나 일안하자주의, 일편하자주의로 흐르고 있다. 억지로 표현한다면 단체협약은 교장 힘빼기와 교육 황폐화를 가속화시킨다는 교육감과 노조와의 약속에 다름 아닌 것이다.>

물론 그 당시 시대 상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참여정부의 집권세력이 진보좌파이기 때문에 어찌 할 도리 없이 노조의 일방적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과거 형태로 노조를 밀어붙이다간 교육청이 중앙정부로부터 소외되어 외톨이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급진 세력이 기존세력을 수구세력으로 몰아붙이는 세태가 대세였으니 속수무책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에 주목을 한 주요언론은 없었다. 단체협약이 우리의 교육에 어떠한 악영향을 미치는지 경고하지도 않았다. 일종의 직무유기였다. 분개하는 학부모와 교사도 별로 없었다. 학부모는 자기 자식 교육이 노조에 의해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있었고 정권과 코드를 맞춘 시민단체는 큰 목소리를 내며 국민을 오도(誤導)하고 있었다. 대다수의 교사들도 앞으로 교권이 무너지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 채 자신의 일신이 편한 것만을 생각하여 말없는 동조세력이 되어 있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 ‘잃어버린 10년’ 동안 교육은 망가질대로 망가져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 결과 최대의 피해자는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원들이었다. 교육의 황폐화가 부메랑이 되어 교육자의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져 학생과 학교가 싫어 교단을 떠나는 교사가 속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정권이 바뀌고 교원노조와 전면전을 선포한 교육감에 의해 우리 교육은 바로 설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잘못된 단체협약의 독소조항을 바로 잡으려 하는 것이다. 서울교육청에 단체협약의 시정요구는 2006년 서울시교육위원회에서 하였으나 교육청은 전교조의 반발을 우려하여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 집권세력의 위세에 눌려 교육이 정치권의 눈치보기를 한 것이다.

이제 서울교육이 잘못된 단체협약 바로잡기에 시동을 걸었다. 올바른 출발이라고 본다. 서울이 바로 잡히기 시작하면 그 여파는 전국으로 퍼진다. 그래야 공교육이 신뢰를 받고 학교교육을 바로 세울 수 있다. 자율과 경쟁의 바탕에서 평준화의 허상을 깨고 수월성 교육과 학교자율화를 제대로 이룰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교육이 살아나려면 일안하자주의, 일편하자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간의 올바른 관계가 형성되려면 교권이 바로 서야 한다. 교권을 세우는 것 어렵지 않다. 교사 자신부터 교직사회의 질서를 존중하고 국민의 사표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선생님을 본받고 존경하는 것이다.

교원노조와의 단체협약, 당연히 바로 잡아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들이 교원을 바라보는 시선이 존경과 감사에 머물게 해야 한다. 공교육 살리기, 먼 곳에 있지 않다. 교육계 내부의 잘못된 단체협약부터 바로 잡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교육선진화의 밑바탕이고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로 접어드는 첩경인 것이다. 공정택 서울교육감의 행보가 주목이 되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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