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는 교육계의 숙원과제 해결과 교육정책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교총 등 교육계에서 꾸준히 제기해왔던 우수교원확보법 제정, 교육정책의 영속성을 담보하는 초정권적 교육기구인 교육혁신위 설치, 수업 질 개선의 핵심인 학급당 학생수 감축을 비롯하여 대학 의사결정구조의 변화 시도 등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학교급별 전문성을 훼손할 수 있는 교사대 통폐합 문제나 초등교원 수 부족 등 당면한 교육현안에 대한 대책이 누락되었고, 공교육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던 교원정년 환원에 대해 분명한 언급이 없는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금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번 업무보고가 평가를 받는 이유는 한결같이 결코 간단치 않은 문제에 대해 정책의 시급성을 인정하고 실천의지를 교육부가 직접 표방하였다는 점이다. 우수교원확보법의 경우, 역대 대통령 공약의 단골메뉴였으나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교육재정의 GNP 5% 역시 문민정부 출범 후 2년이 지나서야 겨우 확보 계획을 발표될 수 있었다.
이는 이른바 돈줄을 쥐고 있는 힘있는 부처의 반대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인수위가 교육부의 보고사항이 실천될 수 있도록 어떻게 힘을 실어주느냐의 문제다. 인수위는 새로운 제안보다는 정책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실천 가능성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
예컨대 최근 논란이 된 바 있는 학부모회의 법제화나 예체능과목의 내신성적 제외 등은 학교교육의 파행과 갈등을 야기할 소지가 있는 것으로 심도있는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문제이다. 공약에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책의 실천방안을 교육부에 강요하여 중요한 정책이 희석되거나 혼란을 초래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특히 정책의 우선 순위 선정에 있어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경계해야 한다. 최근 한 시민단체의 토론회에서 정부의 정책과정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인수위원의 자격을 문제삼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시민단체의 행동이야 당사자들의 판단이지만, 인수위가 시민단체의 여론몰이식 압력에 의존하여 정책의 우선 순위가 뒤바뀐다면 이는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목소리는 높으나 책임은 지지 않는 주장들의 옥석을 가리는 현명함이 요구된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첫 단추가 중요하다. 부디 향후 5년간 공교육을 살릴 수 있는 밑그림을 인수위가 그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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