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왕자요 공주다

2008.09.03 08:49:00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끝났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푸른 들녘이 황금빛으로 변해간다. 푸른빛보다 황금빛이 더 많다. 여름 더위에 많이 단련되어온 결과가 아닌가 싶다. 선생님들은 9월을 맞아 방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와 공부하는 학생들이 황금빛처럼 빛나 보일 것 같다.

어제는 관내 폐교학교인 무룡분교에 출장을 갔다. 폐교된 무룡분교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임대를 요청하는 다른 기관에 임대를 할 것인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를 위해 관계되는 분들과 함께 그 학교를 방문했다.

그곳은 생각보다 너무 좋은 곳이었다. 아주 조용하였다. 공기도 좋았다. 교통도 좋았다. 동해바다도 가까이 있었다. 학교 뒤로는 병풍처럼 산이 둘러 있었다. 학교 안에 들어가보니 애들이 뛰어놀던 놀이기구도 그대로 있었다. 조례대도 그대로 있었다. 운동장은 자연잔디가 깔려 있었다. 학교 앞에는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그곳은 지금도 애들의 뛰어 노는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여기저기서 애들이 운동장으로 뛰어나올 것 같았다. 교실에서는 선생님들의 힘찬 목소리가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교실 곳곳에서 애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학생들이 있을 때는 참 좋은 학교였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간만 나면 가까운 산에 가서 자연과 친했을 것 같고 틈틈이 가까운 바닷가에서 추억을 낚았을 것 같았다. 이곳에서 공부한 학생들은 아주 환경이 좋은 곳에서 공부한 것을 추억으로 삼고 아름다운 추억 속에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학교가 아니었다. 청소년체육활동장으로 변해 있었다. 학생들도 없었다. 선생님들도 없었다. 행정직원들도 보이지 않았다. 학교를 지키는 지킴이 아저씨 한 분만이 그 학교를 지키고 있었다. 교실을 둘러보니 학생들이 만들어 놓은 각종 작품들만 학생들의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교실은 모두 숙박실로 변해 있었다. 학생들이 없으니 학교가 쓸모가 없게 되었고 폐허로 변해가고 있었다.

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고 학교는 학생들이 주인공이고 학교는 학생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학생들이 없으니 운동장도 아무 쓸모가 없게 되었고, 학생들이 없으니 놀이기구도 마찬가지였다.

학생 없는 학교는 더 이상 학교가 아니다. 학생 없는 학교는 죽은 학교다. 모양만 학교라고 학교가 될 수 없다. 학생이 있어야만 학교다. 학생이 있어야만 선생님이 필요하다. 학생이 있어야만 운동장이 필요하다. 학생이 있어야만 놀이기구가 필요하다. 학생이 있어야만 교실이 필요하다. 학생이 없으면 다 필요없다. 학생 없는 선생님은 더 이상 선생님이 될 수 없다. 학생 없는 운동장, 학생 없는 놀이터, 학생 없는 교실 아무 의미가 없다. 오직 무용지물일 뿐이다.

오직 학생! 학생들만을 위한 곳이 학교임을 깨닫게 된다. 선생님을 위한 학교가 아니다. 지역주민을 위한 학교도 아니다. 행정직원들을 위한 학교도 아니다. 오직 학생들을 위한 학교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학생들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했으면 한다. 학생들이 학교에서는 최고다. 학생들이 학교에서는 가장 값진 존재다. 학교에서는 학생 말고 대접 받아야 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푸대접을 받아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무시당해서도 안 된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사랑받아야 할 존재다.

그러니 학생들을 가장 귀하게 대접해야겠다. 공부를 잘하니, 공부를 못하니 따져서는 안 될 것 같다. 말을 잘 듣니 안 듣니 가려서도 안 될 것 같다. 문제 학생이니 아니니 해서도 안 될 것 같다. 착하니 착하지 않니 해서도 안 될 것 같다. 속을 썩이니 어떻니 해서도 안 될 것 같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왕자요 공주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보배요 진주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가장 대접을 받아야 한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대접을 받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왕자 노릇하고 공주 노릇해야 한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왕자 노릇, 공주 노릇 할 수 있도록 보호 역할을 해야 한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옥수수 알처럼 따뜻하고 귀하게 감싸주고 땡볕더위를 막아주어야 한다. 학생들은 왕자요, 공주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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