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활동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정신 키워야

2008.09.07 09:46:00

오늘은 가을하늘의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날인 것 같다. 가까운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 티도 없고 흠도 없다. 멀리서는 약간의 산과 아파트를 감싸는 안개구름이 보이긴 해도. 오늘과 같은 가을하늘처럼 언제나 흠도 없고 티도 없고  깨끗한 삶이었으면 얼마나 좋으랴!

어제는 9월 첫 토요일이라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학교에서 수업활동을 하는 날이지만 교육청에는 쉬는 날이다. 한 주간의 피로를 풀 수 있고 밀린 일들을 할 수 있는 황금 같은 날이다. 그렇지만 우리 교육청 관내 직원들은 하루를 집에서 쉬지 않고 관내에 있는 자매기관인 태연재활원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였다.

리포터도 함께 하였다. 두 시간의 봉사활동은 꿈, 보람, 감동을 주는 시간이었다. 원생과 함께 미술활동을 하며 손을 잡고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아름다움이었다. 그 자체가 꿈같은 시간이었다. 그 자체가 감동을 주는 시간이었다.

매일 매일의 프로그램의 시간에 따라 선생님이 배정해 주는 곳에 가서 활동을 하였다. 교육장님과 관리국장님과 리포터는 미술활동을 하는 반으로 배정되었다. 어느 분야보다 미술은 정말 자신이 없는 반이었다. 모두가 그러했다. 미술활동반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한 교실에 들어갔다. 세 명의 원생이 있었다.

원생 한 명에 우리 한 사람씩 짝을 지어 긴 탁자에 앉아서 진흙으로 각종 과일이나 원하는 것을 만드는 시간이었다. 교육장님과의 짝은 32세의 남자원생이었는데 노래에 맞춰 춤을 주는 것이 특기이었다. 관리국장님과 짝을 이룬 원생은 33세의 남자원생이었는데 표정이 밝고 말을 잘 하였다.

리포터와 짝을 이룬 원생은 22세의 남자원생이었는데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었고 말을 못하고 거기에다 중이염을 앓아 수술을 한 후 들을 수 없는 원생이었다. 그러니 가장 힘든 짝이었다. 두 원생은 대화가 통해 미술활동을 통해 대화를 할 수 있었지만 리포터의 원생은 말할 수도 들을 수도 없어 눈치만 보고 따라만 하였다.

처음에는 진흙으로 팥죽에 넣는 알을 몇 개 만들었다. 그 다음에 하트모양의 틀에 흙을 넣어 하트를 만들었다. 그렇게 하니 원생도 그렇게 하기 시작했다. 아주 꼼꼼한 성격인 것 같았다. 아주 정성을 들여 하나하나 만들어 나갔다. 한 시간 반 이상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여러 그림들을 만들어 나갔다. 그 후에는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혼자 힘으로 손을 깨끗이 씻었다. 그 후 손에 손을 맞잡고 산책하는 시간을 끝으로 봉사활동을 마쳤다.

이들과 함께 하면서 여러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원생들을 보면서 저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비록 똑똑하지 못해도, 비록 뛰어나지 못해도, 비록 특출하지 못해도 자기 손발로 움직이고 누구의 도움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자녀를 가진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몰랐다.

원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대단했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희생정신과 하고 싶어 하는 사명의식이 없으면 불가능한 직업이었다. 선생님들의 사랑, 희생, 봉사, 섬김의 정신이 특별히 돋보였다. 미술활동반 지도 선생님은 목이 다 쉰 상태에도 열심히 원생들과 함께 하고 있었다.

우리 관내 교육청에서는 1교 1복지기관을 통해 체험활동을 통해 인성교육을 시켜나가고 있는데 주말이나 방과후 시간을 이용해 많은 체험활동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았다. 이런 곳에 가서 봉사를 함으로 사랑도 배우고 희생도 배우고 섬김도 배우고 바른 생각, 바른 행동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많은 학생들이 체험활동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정신을 기르는데 큰 힘이 될 것 같았다.

2박 3일간의 수련활동도 복지기관을 이용하면 좋을 것 같고 CA활동도 복지기관을 이용하면 좋을 것 같고 나아가 수학여행도 복지기관을 한 코스로 선정해 잠시나마 봉사의 시간을 가지면 더욱 좋을 것 같은 생각도 해 보게 된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인근 식당에서 미역국으로 점심을 하게 되었는데 그 맛이 얼마나 좋은지 꿀맛이 따로 없었다. 어느 때보다 미역국이 맛이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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