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선생님, 1인 시위자가 나타났어요"

2008.10.14 08:42:00

"교장 선생님, 긴급보고입니다. 교문에 1인 시위자가 나타났습니다."

오늘 아침, 학생부장의 다급한 목소리다. 1인 시위자가 누구일까? 교사? 학부모? 시민단체? 1인 시위의 목적은? 짧은 순간이지만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현장의 한 여성이 들고 있는 시위문구를 보니 금방 답이 나온다. '일제고사 반대 시민연대'에서 일제고사 반대와 MB 교육정책을 반대하고 있었다. 허허, 우리나라 교육은 연대(連帶)가 다 망친다더니? 등교하는 아이들을 이렇게 선동해서야 쓰겠는가? 요즘 아이들은 일제고사라는 말을 모른다. 학업성취도평가는 알고 있다. 교육을 망치려는 성인들의 작태임이 드러난다.

"일제고사 반대 시민연대 회원이 모두 몇 명이죠?"
"……."

"어디서 나왔습니까? 그리고 왜 시위를 하고 있죠?"
"전교조에서 낸 보도자료 못 보셨어요. 인근 학교에서도 1인 시위를 하고 있고 경기도 300여 학교에서 시위를 하고 있어요. 일제고사는 경쟁에서 지는 아이들을 불행하게 하잖아요."

누가 전교조 보도자료를 유심히 본 단 말인가? 아, 이제 정체가 드러나는구나! 이들은 경쟁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경쟁에서 지는 사람은 불행하다고? 그러니까 시험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좀 더 솔직해지면 어떨까? 시험을 보면 모 단체 소속원들의 실력이 만천하에 드러나 반대한다고. 일 안하자주의, 일 편하자주의, 놀고먹자주의에 어긋나 딴지걸기를 하고 있다고.

평가도 교육의 본질이고 학습의 일부분이라는 말은 이들에게 사치스러운 문구다. 쉽게 이야기하자. 경쟁을 피하고 이 지구상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세계가 전쟁이다. 경쟁을 피한다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패배를 자초하는 것이다.

물론 경쟁은 피곤하다. 짜증이 난다. 귀찮다. 스트레스가 팍팍 쌓인다. 그러나 우리네 삶 자체가 경쟁 아니던가? 우리의 탄생 자체가 그러하고 하루하루의 삶이 모두 다 경쟁의 연속이다. 경쟁 없는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 같지만 그런 사회는 유토피아가 아니다.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공산국가 아닐까?

경쟁이 싫다면, 경쟁하지 않고 결과의 평등만 바란다면? 올림픽도 필요없을 것이다. 순위와 메달 수가 나오니까.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수행평가도 하면 안 된다. 왜? 결국엔 서열을 메기니까. 열심히 공부할 필요도 없다. 열심히 하나 놀고 먹으나 결과가 같으니까. 결국엔 함께 망하자는 이야기다.

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학업성취도 평가, 무조건 반대가 능사가 아니다. 평가 결과에 따라 개선방안과 대책이 나오면 되는 것이다. 부진 학생을 보충 지도해야 함은 물론 부진 학교에 대한 우수 교원 및 재정적 지원으로 학교를 살려야 한다. 또한 우수한 학생은 우수한 대로 더 잘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교원이건, 학부모건, 시민단체건 교육을 알고 이야기 하자. 시대의 흐름을 알고 나서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서는 안 된다. 함께 가자고 앞서 달리는 사람, 뒷다리를 붙잡아서는 아니된다. 내가 달리기를 못하니까 내가 갈 때까지 가지 말고 그 자리에서 기다려달라는 것은 함께 망하자는 것이다. 함께 잘 사는 길을 택해야지 함께 망하는 길을 가서야 쓰겠는가?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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