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 단풍이 내장산보다 낫다고?

2008.11.04 09:38:00



-일요일 광교산 산행기- 

지난 일요일 수원에 있는 광교산(光敎山)을 찾았다. 광교산이 수원시민의 건강지킴이 내지는 행복공간임을 이제야 알겠다. 경기대(京畿大) 정문에서 능선을 따라 가는데 줄을 서야 한다. 그 만치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은 것이다.

조금 가다보니 이마에 땀이 흐른다. 좀 쉬어갈만한 곳에는 의자가 놓여 있는데 그 곳마다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앉아서 쉬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정오가 가까와서인지 점심을 먹는 사람도 보인다. 김밥에 과일, 먹음직스럽다.

등산객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가족 산행이 제일 많고 그 다음이 부부, 친구, 홀로 산행 순으로 보인다. 뚱뚱한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광교산을 주기적으로 찾을 정도면 어느 정도 몸매 관리를 한 사람들이다. 몸매와 함께 건강을 챙기었으니 광교산은 수원시민에게 보배같은 존재다.

형제봉 가까이에 오니 산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형제봉 데크(계단)는 좌측 통행을 할 정도로 오르내리는 사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부부가 손을 잡고 이끌어 주고 부모가 자녀의 손을 잡고 오르는 모습이 정겹게 보인다. 어떤 어린이는 아버지가 무등을 태워간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형제봉 정상 가까이 가니 완전 점심시간이다. 그늘진 곳은 돛자리가 펼쳐져 있고 바위는 식탁이다. 전망 좋은 바위는 앉을 틈이 없다. 점심을 먹으며 내려다보는 광교산의 가을 풍경은 오래도록 추억에 남을 것이다.

이제 하산이다. 앞서가는 아줌마 일행이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광교산 단풍이 내장산보다 낫네." 농담 수준도 높다. 아마도 오늘 산행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아니면 광교산 선택이 잘 되었음을 강조하는 말일 것이다.

필자는 이렇게 해석한다. 괜히 내장산까지 가느라고 시간 낭비, 돈 낭비하지 않고 입장료도 없는 광교산에서 가을을 맘껏 즐기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뜻 아닐까? 아줌마들 복장을 보니 이 곳 사람은 아닌 듯하다. 운동화 차림에 가방을 하나씩 들은 것이 등산을 많이 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광교산을 즐겨 찾는 수원시민들은 대개 등산복, 등산화에 배낭을 갖춘 모습을 자주 보았기 때문이다)

백년수(百年水)에 들려 물 한모금으로 목을 축인다. 지금은 고1이 된 아들이 초등학교 시절 이곳을 찾았을 때의 일이 문득 생각난다. "아빠, 이 약숫물이 왜 백년수야?" "응, 이 물을 먹으면 백 살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대!" 우리 아들, 그 날 백년수를 세 번 씩이나 먹는 것을 웃음을 참으며 지켜 보았다.

문암골 감나무에는 감이 주렁주렁 열려있다. 한 폭의 그림이다. 좀 있으면 저 감들은 까치밥만 남기고 떨어지겠지. 산 속에서 만난 아줌마 일행이 경기대 가는 길을 묻는다. 외지에서 왔다는 내 짐작이 맞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광교산이 이렇게 유명해졌는지 자못 궁금하다.

하광교 저수지를 거쳐 다시 경기대 입구로 왔다. 11시에 출발하여 2시에 도착하였으니 3시간 산행이다. 가을에 취해, 단풍에 취해, 광교산에 흠뻑 빠져 배고픈 줄도 모르고 산행을 하였다.

떡만두국으로 점심을 먹었다. 가격도 저렴해 3,500원이다. 이래저래 해피수원이다. 외지에서 온 아줌마의 '내장산보다 낫다'는 말,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듣기 싫은 말이 아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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