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국집, 불황에서 살아남기

2008.11.14 06:49:00


경제가 좋지 않다. 불황의 늪이 깊고 길기만 하다. 특히 음식점을 하는 분들의 말씀에 따르면 권리금마져 반토막이 나고 '울며 겨자먹기'로 식당을 운영한다고 한다. 인건비를 줄이려 가족이 운영하는 생계형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렇지만 이 불황을 거뜬이 이겨내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식당도 있다. 리포터는 그 비결이 궁금하여 일부러 찾아가 음식을 사먹어 보았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순대국집, 그 현장을 찾아가 본다.

경기도 수원의 서부지구, 구운동과 서둔동, 탑동쪽에는 순대국집이 여럿이다. 대략 10여개가 된다. 가격은 공통으로 3,000원이다. 대개 파리 날리거나 손님 몇 명이 눈에 띌 정도인데 딱 한 집은 손님들이 바깥에 줄을 서서 대기한다. 점심이나 저녁이나 대기 행렬이 줄지 않는다. 대기 인원은 10여명 전후이다. 자리가 날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리포터는 이 사실이 궁금하였다. 대체 저 순대국집이 무엇이길래? 저리도 순서를 기다리면서까지... 일시적인 현상일까 의심이 들어 일부러 그 집 앞으로 퇴근을 하기도 하였다. 현장 확인이다. 또, 기다리는 사람이 없으면 음식맛 좀 보려고. 그러나 대기 행렬은 줄어들지 않았다.

며칠 전, 퇴근하면서 보니 가족 단위 몇 명이 기다리고 있다. 기회다시퍼 1인이 식사 하고 있는 곳에 합석하여 순대국밥을 주문하였다. 종업원이 되묻는다. "남자용이요, 여자용이요?" "그 차이가 뭐죠?" "머리 고기가 들어가면 남자용입니다." "그럼 남자용으로 주세요"

한 10여분 지나니 설설 끓는 순대국이 나온다. 다른 곳과 별 차이가 없다. 반찬을 보니 깍두기, 김치, 양파와 고추, 양념된장이 전부다. 그리고 공기밥 하나. 상 위에 놓여 있는 새우젓과 양념장, 들깨가루는 다른 집과 같다. 공기밥 두껑을 여니 푸다만 것 같이 양이 적다. 이래가지고 단골을 확보할 수 있을까 의심이 간다.

이젠 시식하면서 구체적인 관찰에 들어간다. 우선 순대국의 양이 푸짐하다. 건데기가 많다. 잡채를 넣은 순대도 무려 4개나 들어 있다. 다른 집에서는 1-2개가 고작인데. 이래가지고 이익이 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어 먹어보니 그런대로 괜찮다. 먹을만 하다. 아니다. 가격에 비해서는 푸짐하다.

옆자리 손님에게 이 집 음식의 맛을 물었다. "돼지고기 냄새가 나지 않는 것 같아요" 다른 손님에게 물었다. "가격이 저렴하잖아요. 그리고 음식도 먹을 만하잖아요." 긍정적인 평가다. 한 종업원은 손님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공기밥을 하나 더 가져다 준다. 단골 손님의 식사량을 알고 있는 듯 했다.

그 단골 손님에게 물었다. "장사가 꽤 잘 되는데 하루에 손님이 얼마나 올까요?" "한 700-800명 됩니다." 그렇다면 하루 매출이 210만원? 대략 30% 이익이 남는다면 하루에 60여만원 순이익. 한 달이면 1800만원, 1년이면 2억원? 멋대로 계산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종업원 수는? 주인은 카운터를 지키고, 주문 받고 음식나르는 아줌마 3명, 주방에서 일하는 아줌마 3명, 두 곳의 방, 밥상의 수는 총13개. 한 상에 2명씩 계산하면 26명 수용. 순대국 한 그릇 먹는데 소요시간은 30분. 쉬지 않고 손님이 들어온다면 30분에 78,000원 매상을 올린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니까 총 11시간. 풀 가동시키면 170여 만원이다. 그러고 보니 아까 단골손님은 뻥튀기 한 것이다. 풀 가동시켜도 570명 정도다. 그럼 하루 매출액은 최대 170만원 정도다. 아까 계산보다는 정확히 나온다. 30% 이익으로 잡으니 하루 50여만원, 한 달 1500만원. 종업원 6명의 인건비를 제하고 나면?

순대국밥을 다 먹으니 배가 든든하다. 단돈 3,000원에 저녁 포식을 한 것이다. 리포터가 먹는 동안에도 손님들이 계속 바뀐다. 카운터에 앉은 주인아줌마는 번호표 발부에 바쁘다. 그리고 자리가 빌 적마다 번호를 신나게 부른다. 종업원의 친절도는 중간이다. 너무 손님이 밀려들다 보니 정신 없이 주문 받고 음식을 나른다.

이제 나갈 시간이다. 계산을 하며 주인과 대화를 주고 받는다.

"정말 잘 먹었습니다."
"안녕하세요? 그런데 요즘 뜸 하셨네요?"

"아, 저를 아세요? 저 오늘 여기 처음인데요?"
"아, 제가 손님을 잘못 보았네요. 하하하..."

"하루 몇 그릇이나 파세요?"
'얼마 안 되요."

들어오려는 손님, 계산하려는 손님들이 계속 밀려 있어 길게 이야기 하기 어렵다. 이튿날 전화로 취재를 하였다. 알고보니 주인 아줌마(48)는 순대국집 경력 20년의 달인이었다. 그 녀는 장사 비결을 간단 명쾌히 말한다.

"손님에 대한 배려와 친절입니다. 맛도 자부하고요. 밥은 무한 리필을 하고 있어요.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은데 4살 이하 어린이에게는 공기밥과 국물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문득 '눈높이, 역지사지, 손님은 왕' 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박리다매라는 말도 스쳐 지나간다. 재료비가 무척이나 올랐지만 장사하는 분들이 내 이익을 조금 줄이고 손님의 입을, 마음을, 지갑을 즐겁게 해 주면 이 어려운 역경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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