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화음처럼 악기의 소리처럼

2008.11.24 21:28:00

2008년 11월 21일 목요일. 인천시립교향음악단의 초청 연주자 중국의 첸 주오황의 지휘로 백석고 학생을 위한 특별 연주회가 서구 문화 센터에서 열렸다. 명지휘자의 연주로 열리는 탓인지 문화 회관에 많은 외부 인사들이 모였다. 교향악이라 고요한 침묵을 더욱 정적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고요는 말 그대로 정막 그 자체였다.

대화 없이 대화를 하는 음악의 힘은 무엇인지 악기의 조화가 이루어내는 창조의 변수들은 또 무엇인지. 음악과 화음, 소리와 리듬, 비유와 은유, 정적과 시끄러움 등등이 균형을 이루어 대중을 끌어당기는 신비의 힘. 그것이 바로 음악이 주는 힘이 아닌가 싶다.

인성 교육도 마찬가지다. 학생을 상담하는 교사가 학생에게 음악의 멜로디처럼 감미롭게 듣게 하는 말솜씨, 생각하는 자에게 래포를 형성하여 동화되게 하는 노하우, 받는 자와 주는 자가 말에 의해서 정적인 무드를 형성하는 상황. 이것은 교향악단의 악기 소리에 매료되어 이심전심으로 서로를 통하게 하는 감성과 같은 것. 이런 것이 바로 인성 교육이 아니겠는가?

유치원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에, 초중고등 학생이 노는 자리에서 이들을 관찰하고 있노라면 이들의 왕성한 힘은 민태원의 글 “청춘”에 나오는 글귀들의 강건함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현실은 엄연히 청소년만의 세상이 아니다. 청소년은 기성세대들의 보호를 받지 못하면 청소년기는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어미의 보호를 받아 잘 자라게 되면 다른 동물들의 위협으로부터 잘 보호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어느 순간 다른 동물에게 희생양이 되고 만다. 이는 인간의 세계라고 다를 바 없다.

청소년 헌장에는 청소년의 권리와 책임으로 나누어 언급되어 있다. 청소년의 권리 규정에는 배움을 통해 진리를 추구하고 자아를 실현해 가야 하지만, 청소년은 가정, 학교, 사회, 국가, 인류공동체의 성원으로서 자기와 다른 삶의 방식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는 책임 규정도 제시되어 있다. 청소년의 비행이 청소년의 비행으로 끝난다면 청소년의 인성 교육을 그토록 중하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15년 전 학창 시절 교사의 잘못된 가르침이 오늘의 자신을 범죄자로 만들었다고 스승을 찾아가 죽인 사건이 최근 매스컴에 보도된 기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오늘의 교육의 중요성은 지식을 전수하는 것보다는 바른 인간됨의 모습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교육이 썩었다고 교사를 외면해도, 학생들의 말이 부패했다고 듣고자 하지 않아도 교사를 외면하는 학생, 학생을 외면하는 교사. 모두가 교육의 실종을 논할 수 없는 자들이다. 교육이 썩었다고 교사를 멸시하는 것은 교사에게 부패한 학생들의 말을 바로 치유하지 못하는 데서부터 받는 상처임을 알아야 한다. 썩은 물에는 물고기도 피해 가는데, 부패한 말로 교사를 대하는 학생을 바르게 지도하지 못할 때 교사의 바른 가름침은 시대만을 탓하는 화음을 넘어설 수 있을까?
조기철 인천 초은고등학교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