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정보 공개 신중히 접근했어야

2008.12.04 21:07:00

학교정보공시제의 도입으로 전국의 초·중·고와 대학의 학교정보가 일제히 공개되었다. 그동안 없었던 일이 공개됨으로써 우리사회는 큰 관심과 더불어 가치관의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이번 정보공개로 인해 학교간의 차이가 극명히 드러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으며, 정보를 잘못이해하여 올림으로써 곤혹을 치르는 학교도 있다.

왜 이런일들이 발생하는 것일까. 그동안 학교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던 국민들이 정보공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과 관련해서는 각 학교의 발생건수를 비교하면서 조금이라도 건수가 많은 학교는 벌써부터 깡패학교라는 이야기가 돌만큼 이번의 정보공개파장은 실로 크다 하겠다.

정보공개가 정확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심한 경우는 언론에서 '엉터리'라는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시행초기의 문제일 뿐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될 문제라는 생각이다. 갑작스런 시행과함께 자료준비에 충분한 시간이 없었기에 발생한 문제라고 본다. 여기에 애매한 표현으로 인해 공개항목의 이해부족으로 발생한 측면도 있다. 좀더 시간을 주고 좀더 자세히 공개범위와 방법을 공개했더라면 이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성급하게 시행하여 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성급한 공개보다는 일선학교에서 해당정보를 정확히 파악하여 공개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 이렇게 급하게 공개할 것이 아니라 예견되는 문제점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아쉽다. 내년 3월 신학기부터 공개했어도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이제껏 공개되지 않았던 정보를 급하게 공개할 타당한 이유가 없었다는 생각이다. 법적인 문제만 빼고는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좀더 시간이 지나면서 학교정보공개의 중요성이 대두된다면 이러한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우려했던 부분들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깡패학교나 깡통학교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학업성취도평가결과가 공개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학교마다 여건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공개함으로써 나타난 부작용이라고 본다. 학교를 서열화시킬 수 있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조건이 같은 상황에서 비교가 되어야지 서로다른 조건에서 비교한다는 것은 비교자체가 어려운 것이다. 올림픽의 유도경기에서 체중과 체급에 관계없이 경기를 하도록 하는 것과 다를바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진학률을 허위로 올린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특히 서울지역의 경우는 내년부터 고교선택제가 시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진학률이 민감한 사항일 수 밖에 없다. 고등학교에 대한 비교를 많은 학부모들이 진학률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진학률이 높은 학교를 선호하게 될 것이다.

다른 정보와 관계없이 진학률만 고집한다는 것은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 측면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다양한 정보를 비교해서 학교를 선택해야 함에도 진학률이라는 단 한가지 기준에만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현실때문에 진학률을 부풀리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진학률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따라서 내년부터 공개하기로 한 정보는 그 타당성을 좀더 신중하게 검토한 후 공개해야 한다. 물론 학교서열화와 학교간의 경쟁유도를 위해 정보공개를 강행했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겠지만, 학부모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한다는 취지로 공개했다면 좀더 손질을 한 후에 공개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공개에는 좀더 신중하게 접근되어야 함은 물론, 일선학교도 정보공개자료를 면밀히 검토하여 공개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줄여야 할 것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