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는 일과 배우는 일

2008.12.10 08:54:00

울산여고 앞뜰에는 커다란 돌비석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 "敎學相長(교학상장)"이라는 글이 큼직하게 새겨져 있다. 이 말은 ‘예기’에 나오는 말이다. 예기의 첫머리에 “玉不琢(옥불탁)이면 不成器(불성기)요 人不學(인불학)이면 不知道(부지도)니라”라는 구슬 같은 맑고 고운 구절이 나온다. 옥은 쪼지 않으면 그릇이 되지 못하고,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도를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한문(漢文)은 항상 대구의 형식을 많이 갖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 구절도 마찬가지다. 옥(玉)과 대비되는 글자가 인(人)이고, 불탁(不琢)과 불학(不學)이, 불성기(不成器)와 부지도(不知道)가 대칭을 이룬다. 이 대칭을 이루는 말들을 잘 눈여겨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람을 구슬과 대칭하였고 구슬에 비유하였다. 구슬은 무엇인가? 구슬은 보배다. 구슬은 왕을 상징한다. 구슬은 아름답다. 구슬은 밤하늘의 별과 같이 빛난다. 구슬은 무진장으로 감추어져 있다.

이와 같이 사람은 왕과 같은 귀한 존재다. 구슬이 아름답듯이 사람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구슬이 빛나는 것처럼 사람들도 밤하늘의 별과 같이 빛난다. 구슬이 무진장으로 감추어져 있는 것과 같이 사람도 무진장으로 많이 감추어져 있다. 구슬이 드러난 것이 적은 것처럼 사람들도 드러나는 것이 적을 뿐이다.

옥은 쪼지 않으면 그릇이 될 수 없듯이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그릇이 될 수가 없다. 옥을 쪼듯이, 옥을 갈듯이 사람은 배워야 한다. 배워야 그릇이 될 수 있다. 옥 같은 보배로운 그릇이 될 수 있다. 밤하늘의 별과 같이 빛나는 인물이 될 수 있다.

배우지 않고야 어찌 빛나는 사람이 될 수 있겠나? 배우지 않고야 왕과 같은 인물이 될 수 있겠나? 배우지 않고야 어찌 아름다움을 발할 수 있겠나? 옥이 땅에 무진장으로 감추어져 있는 것과 같이 옥과 같은 사람은 무진장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드러나게 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배워야 하는 것이다. 글을 읽어야 하는 것이다.

‘예기’에 “是故(시고)로 古之王者(고지왕자)는 建國君民(건국군민)에 敎學爲先(교학위선)하니라.”고 하였다. “이런 까닭에 옛날에 왕된 자는 나라를 세우고 백성들에게 임금 노릇을 함에 교(敎)와 학(學)을 우선으로 삼았다.” 고 하였다.

옛날부터 왕은 배움을 최우선으로 하였다. 배움보다 우선시한 것이 없다. 왕이라고 교만하여 배움을 등한시하지 않았다. 만약 그렇게 했다면 옥(玉)이 될 수 있었겠는가? 그렇게 될 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도 옥(玉)과 같은 존재요, 왕과 같은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부심을 갖고 오직 배우는 일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이어서 “雖有佳肴(수유가효)라도 弗食(불식)하면 不知其味也(부지기미야)요, 雖有至道(수유지도)나 弗學(불학)하면 不知其善也(부지기선야)니라.”라고 하였다. “비록(雖) 좋은 안주(佳肴)가 있더라도 먹지 않으면 그 맛을 알지 못하고, 비록 지극한 도가 있더라도 배우지 않으면 그 좋음을 알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러기에 좋은 책이 있으면 책을 읽어 그 맛을 맛보아야 한다. 그래야 그 책의 좋음을 알게 될 것이고 좋은 길이 어떤 길인지 판단이 설 것이고 좋은 사람이 될 수가 있을 것이다. 책을 읽어야 자기의 부족함을 알게 되고 많이 배워야 자기의 위치를 알게 될 것 아닌가? 가르치는 자도 가르치고 나면 자기의 부족을 깨달아 더욱 학문연구에 몰두하게 되는 것 아닌가?

배우는 자는 자신의 부족함을 알게 되기 때문에 더욱 겸손하게 배움에 임하게 될 것이고 더욱 배움에 힘을 쏟을 것이다. 가르치는 선생님도 가르치면서 진땀을 흘리고 가르침에 만족이 없음을 깨닫고는 자기연찬에 박차를 가하게 되는 것이다.

끝맺음에는 배우는 학생은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스스로 반성하며 분발하려고 하며 가르치는 선생님은 가르침에 한계를 느끼고 스스로 가르침을 위한 배움에 박차를 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더욱 열심히 자기의 부족함을 알고 선생님에게서 배워야 하고 선생님은 학생들이 배움에 감동을 받고 막힘이 없이 잘 가르치도록 자기연찬에 힘써야 하는 것이다.

‘교학상장(敎學相長)’ 즉 학생을 가르치는 일과 스승에게서 배우는 일이 서로 도와서 자기의 학업을 증진시킨다는 말을 잘 되새기고 옥을 갈듯이 배움에 박차를 가해 옥 같은 인물이 되었으면 한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