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향한 우선순위 어디에?

2008.12.22 09:44:00

우리들은 자식을 키우면서 어디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에 대한 갈등을 일으킬 때가 많다. 돈을 모아야 하나? 교육을 시켜야 하나? 돈도 모으고 교육도 시키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이겠지만 우리의 형편은 그렇지 못하다. 대개 교육을 시키고도 황금을 모을 만큼 넉넉하지가 않다. 그러면 돈과 교육과의 갈등에서 어디에 비중을 둘 것인가? 어디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럴 때 명심보감의 훈자편에 나오는 말씀에서 힌트를 얻어 보면 좋은 것 같다. 명심보감의 훈자편에 “黃金滿영(황금만영)이 不如敎子一經(불여교자일경)이요. 賜子千金(사자천금)이 不如敎子一藝(불여교자일예)니라.”라는 말이 나온다. “상자(바구니)에 황금을 채워두는 것이 자식에게 경서 하나를 가르치는 것만 못하고, 자식에게 천금을 주는 것이 그에게 한 가지 재주를 가르치는 것만 같지 못하다”는 뜻이다. 이 말은 가르치는(敎) 것이 황금(黃金)보다 더 나음을 말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추구해 왔던 것이 황금(黃金)이다. 하지만 황금보다 더 귀하고 가치 있고 좋은 것이 있으니 그게 敎이다. 가르치는 것이다. 가르침이 없으면 황금을 지킬 수가 없다. 가르침이 없으면 아무리 많은 황금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오래 지킬 수가 없다.

황금은 분명 부귀를 나타내고 영화(榮華)를 상징하고 찬란함을 드러낸다 할지라도 이렇게 부귀와 영화와 찬란함을 가져다주는 황금도 오래 가지 못한다. 그것보다 오래가는 것이 있으니 그게 지식이고 지혜이다. 지식과 지혜는 분명 배움에서 오는 것이다. 배움이 없이는 지혜를 얻을 수 없고 지식을 구할 수 없다. 그래서 배워야 한다. 배움이 있는 곳에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지혜를 구할 수 있으니 배워야 하고 가르쳐야 한다.

시서(詩書)를 가르치지 않으면 어리석어진다고 하였으니 자식이 어리석으면 부모가 물려준 황금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겠는가? 황금을 얻기도 어렵거니와 황금을 지키기는 더욱 어렵지 않은가? 자식이 현명하고 지혜롭고 지식이 가득차야 그런대로 황금을 지켜나갈 것 아닌가?

한서(漢書)에서는 무엇을 배우고 가르쳐야 한다고 하나? 그것은 經書(경서)다. 經은 글 경, 책 경의 뜻이 있다. 그러니 經書(경서)란 글을 말한다. 글로 이루어진 책을 말한다. 가치 있는 책, 황금보다 귀한 책을 말한다.

황금을 많이 보관하는 것보다 글을 가르치는 것이 더 낫다는 말에 힘을 얻어 자식교육에 우선순위를 두는 게 어떨까 싶다. 재물 즉 돈을 많이 저축해 두는 것보다 자녀들에게 한 권의 책을 배우도록, 한 권의 책을 만나도록, 한 권의 책을 읽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하겠다.

한서(漢書)에서는 황금 위에 책이 있다. 황금 위에 글이 있다. 황금 위에 재주가 있다. 황금 위에 기술이 있다. 그러니 황금을 자꾸만 많이 가지고 있으려 하지 말고 그 가진 황금을 자녀의 가르침에 투자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賜子千金(사자천금)하려고 애쓰지 말고 敎子一藝(교자일예)에 관심을 쏟고 천금을 자식에게 주려고(賜) 하지 말고 차라리 하나의 기술, 재주를 익히도록 가르치는 것이 낫다는 말이 우선순위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한 열쇠가 될 법하다. 명심보감 훈자편에 이어서 나오는 말이 가장 필요한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지극한 요체가 바로 자식을 가르치는 것이라는 말을 보아서도 자식을 가르침이 얼마나 중한지 엿볼 수 있다.

책을 읽게 하고 배우게 해 주는 것이 행복을 갖게 하고 기쁨을 갖게 하며 즐거움을 누리게 하는 가장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하는 말씀이 자꾸만 귀밖에 맴돌아서야 되겠나? 나는 지금 자식을 향한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자식을 향한 가장 긴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한번쯤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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