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기와 생각하기의 조화로운 교육

2009.01.28 12:42:00

논어(論語) 위정편 (爲政篇)에 보면 “學而不思則罔(학이불사즉망)하고 思而不學則殆(사이불학즉태)니라” 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의 뜻은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무망(誣罔)하게 되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하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 최초의 학자이며 교육자이기도 한 공자께서 하신 이 말씀 속에 핵심 되는 두 한자(漢字)가 있음을 보게 된다. 그것은 ‘學’과 ‘思’다. ‘배우기’와 ‘생각하기’다. 배우기와 생각하기의 연관성에 대한 말씀이다. 배우기와 생각하기는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배우기와 생각하기가 균형을 이루어야 함을 말해 준다. 배우기와 생각하기의 조화를 이루어야 함을 강조한다. 배우기만 해도 안 되고 생각만 해도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배우기에 치우쳐도 안 되고 생각하기에 치우쳐도 안 됨을 일깨워준다. 생각 없이 배움도 안 된다. 생각 없이 배우기만 하면 어떻게 되나? 망(罔)하게 된다고 하셨다.

罔은 어떤 뜻을 가지고 있나? 罔은 우선 ‘그물’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고기가 그물에 걸리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고 새가 그물에 걸리면 더 이상 날아갈 수 없듯이 배우기만 하고 생각을 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진전이 있을 수 없다. 더 이상의 발전이 없다. 더 이상의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그러니 배우되 반드시 생각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罔은 ‘어리석다.’의 뜻도 있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리석게 된다. 어리석은 자는 바보다. 하는 일마다 우스운 일만 한다. 상식 밖의 일을 한다.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일들만 골라서 한다. 그러니 배우되 필히 생각도 함께 해야 하는 것이다.

또 罔은 ‘어둡다’의 뜻이 있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게 된다. 어둡게 되면 바른 길을 구분하지 못한다. 혼자서 바른 길을 걸어갈 수가 없다. 어두운 자가 되니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판단이 안 된다. 앞으로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알지를 못한다. 밝은 자가 되기 위해서는 배우되 생각하기를 곁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 다음 罔은 ‘없다(無)’의 뜻을 지니고 있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머릿속에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말한다. 아무리 배워도 생각하지 않으면 머릿속이 텅 비게 되고 만다. 멍청해진다. 망연해져 얻는 게 없다. 텅 빈 머리는 어떻게 되나? 빈 깡통과 같이 시끄러운 소리만 만들어낼 것 아닌가? 아무런 도움이 되는 발상을 하지 못하고 오직 듣기 싫은 소리, 피해주는 소리만 내어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는 것도 금하고 있다.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위태롭게 된다. 위험하게 된다. 지식의 기반이 없으니 위험하지 않을 수 없다. 지식이 부족하니 말의 위엄이 없게 된다. 든든하게 서 있을 수 없다. 지식의 뿌리가 든든해야 바람이 불어도 지식의 나무가 흔들리지 않는다. 많이 배워야 허망한 생각에 밀리지 않는다.

배우지 않고 자기의 생각만 하다 보면 남의 경험과 남의 생각을 우습게 생각하게 된다. 남의 쌓아놓은 지식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자기 혼자 똑똑한 체 해도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 인정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인정해 주고 알아주는 지식의 토대 위에 나의 생각과 경험이 보태져야 더 유능한 인재가 될 수 있다.

배우기와 생각하기는 함께 가는 것이다. 저울에 달아도 어느 쪽으로 기울지 않고 균형을 이루면서 함께 가야 하는 것이다. 실과 바늘이 함께 가듯이 배우기와 생각하기는 동반자로서 늘 함께 가야 좋은 효과를 가져올 수가 있다. 교육도시 울산에서도 배움과 생각이 함께 하는 유능한 인재, 생각과 배움을 다 갖춘 세계적인 인재가 많이 나와 지식정보화 사회를 잘 선도해 나갔으면 한다. 새해에는 더욱 배우기와 생각하기의 균형 있는 교육, 생각하기와 배우기의 조화로운 교육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해 본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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