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문화의 충돌현상

2009.01.29 21:16:00

어린 시절 산골에서 태어나서 자란 나는 문화의 혜택 보다는 자연의 혜택을 더 많이 받으며 자랐다. 그 당시는 자연의 고마움을 느끼며 자라기보다는 도시의 문화를 그리워하며 자랐던 것 같다. 50년대 전쟁을 겪고 살기가 어려웠던 시절, 새로운 문물을 가장 쉽게 접했던 것이 시골의 5일장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어머니가 장에 가실 준비를 하면 왜 그리도 따라가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어른들은 20여리 길을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그만큼 힘이 들었기 때문에 안 데리고 가려고 했는데 울면서 따라갔던 기억이 난다.

장엘 따라가려는 이유는 신기하기만 했던 새로운 문물을 눈으로 보는 것이요, 또한 장엘 따라가면 간식으로 먹을거리를 사주기 때문에 힘들게 걸어서 따라다녔다. 달걀꾸러미나 농사지은 곡식을 머리에 이고 가서 팔아야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었다. 어떨 때는 필요한 물건을 사다보면 점심은커녕 간식도 못 얻어먹고 굶고 집에 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신발이 닳을까봐 맨발로 걸어 올 때도 있었으니 얼마나 가난했던 시절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 시골 장에 가서 느꼈던 문화와의 첫 충돌이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데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겪었던 새로운 문명과 문화의 충돌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이 겪었다. 증조부가 사셨던 경주지방에 겨울방학이면 어른들을 따라 성묘 겸 친척집 방문을 갔을 때 언어가 전혀 달라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던 생활문화의 충돌현상이 나타났었다. 그 시대는 음식이나 생활양식도 많이 달랐기 때문에 신기함에 호기심이 너무 많았었다.

문명의 발달로 제주도를 처음 갔을 때는 우리나라라는 느낌보다는 해외에 온 기분이 들 정도로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충돌현상을 경험했었던 것 같다. 외국여행이 자유롭지 못했던 1986년에 내가 처음 해외여행을 간 곳은 대만이었다. 음식과 언어가 전혀 다른 이국땅에서 겪는 새로운 경험은 호기심 차원을 넘어 그렇게 새로울 수 가 없었다. 호텔의 샤워기 사용도 우리와는 전혀 달랐고 음식은 느끼한 냄새 때문에 거의 식사를 못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제는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져서 연수나 모임, 가족끼리 여행을 많이 하는 시대가 되었다. 글로벌 시대 많은 외국인들과 접하며 생활해야하는 지구촌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문화가 전혀 다른 외국여행을 하면서 문화의 충돌을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지역과 인종이 다르고 기후와 종교가 다르며 생활문화가 다른데다가 언어, 사용화폐가 다르니 얼마나 많은 문화적인 충돌현상이 나타나겠는가? 이슬람문화권인 터키를 여행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문화의 충돌현상을 경험으로 느끼고 돌아왔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렇게 우리와 다른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호기심을 가지고 외국여행을 하는 것 같다. 외국엘 나가보면 우리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외국여행을 많이 하는지 외국상점에 들리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말을 제법 잘하는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세계 속을 누비며 대한민국의 꿈을 펼치는 젊은이들에게 우리의 희망과 미래를 걸어야 하겠다. 우리와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문화의 충돌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고 본다. 젊은이들이 더 넓은 세상을 체험하고 세계 속에 자신의 꿈을 펼치는 용기와 자신감을 갖게 하는 교육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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