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노인이 될 것인가?

2009.02.04 08:41:00


"나는 어떤 노인이 될 것인가?"

며칠 전  우리 학교 모 선생님이 하는 말씀을 듣고 떠오른 생각이다. 이야기인 즉, 수도권 전철이 온양까지 연결되었는데 그곳에서 볼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노인네들이 전동차 빈자리를 먼저 차지하려다가 싸움까지 번졌다는 씁쓸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몸이 불편하여 편하게 앉아서 가려는 마음은 이해는 가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그런 추한 모습을 보인 자체가 실망스러운 것이다. 가뜩이나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어 노인 인구는 늘어만 가는데 젊은이들에게 본은 못될 망정 손가락질을 받아서는 아니된다는 생각이다.

문득 직무 연수에서 건강관리를 강의한 포천중문의대 전세일 교수가 떠오른다. 그는 70이 넘었는데 50세 정도로 보인다. 그만치 건강관리를 잘했다는 증거다. 그는 말한다. 전동차내에서 빈자리가 있어도 일부러 서 있는다고. 전철이 흔들리면 균형감각을 익히려고 일부러 손잡이를 잡지 않고 버틴다고.

또 5층 계단은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일부러 걸어다닌다고. 시간이 나면 외발로 서 다리를 들어 공중에 자기 이름을 써 본다고. 화장실에서도 앞으로 나란히 한 상태에서 좌우로 흔들거나 허수아비 상태에서 팔을 아래위로 흔들면서 상체운동을 한다고. 그 운동을 날마다 한다고.

설 연휴 때 80이 넘으신 장인어른께 질문을 드렸다. 전동차 빈 좌석을 찾으시는지? "응, 사위. 좌석이 있으면 앉고 없으면 서서 가지. 그런데 임산부를 발견하면 내가 먼저 자리를 양보하지. 우리나라 출산율이 떨어져 큰일이야!"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제시간에 식사를 하고 날마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있다며 팔을 구부려 알통을 만져보라 한다. 딱딱하다.

흔히들 노인에게는 4가지 고통이 따른다고 한다. 가난, 질병, 역할 상실, 고독이 바로 그것. 이른바 4고(苦)라는 것이다. 노인이 되기 전에 이것을 극복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세월의 흐름은, 늙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앞으로 찾아올 4가지 고통을 미리 알고 대비를 한다면 추한 노년은 보내지 않을 것이다.

50대인 나. 빈좌석을 일부러 찾지 않는다. 때론 앉아 있다가 하차할 몇 정거장부터 미리 일어나 바깥 경치를 살피며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본다. 주 1회 등산을 빠뜨리지 않는다. 시간을 내어 아파트 인근의 2km 저수지를 돌기도 한다. 조킹을 하는 사람도 눈에 띈다. 건강관리, 게을러지기 쉬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전동차 자리 다툼을 하는 노인, 건강관리를 위해 일부러 서서가며 균형감각을 익히는 70대 의사 교수, 임산부에게 선뜻 자리를 양보하는 80대 장인어른. 나는 어떤 노인이 될 것인가? 내가 선택을 해야 한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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