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학원과 달라야 하는 이유

2009.02.19 23:27:00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가 공개된 후, 일부지역에서 결과를 고의적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 조사가 진행되면 더 많은 지역에서 결과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런 와중에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뒤늦게 학업성취도평가의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겠다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파문을 줄이기 위한 방편일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충분한 준비기간을 두지않고 조기에 학업성취도평가를 강행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이긴 하지만, 그보다 결과에만 매달리는 사회적인식이 더큰 문제이다. 또한 단위학교에서 학생지도에 소홀했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낮게 나왔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지 않다. 학교에서 학원보다 더 열심히 가르쳤다면 이런일이 없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인성교육이나 생활지도, 특별활동 등 다양한 교육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학업성취도결과가 낮게 나왔다는 이유로 대응하지만 그것을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일정부분은 학교교육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100%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은 그래도 선택받은 학생들이라는 것이다. 하루벌어서 하루를 지내는 부모밑의 학생들은 학원을 갈래야 갈 수가 없다. 따라서 학원에는 학교처럼 기본적으로 학력이 많이 떨어지는 학생들의 비율이 높지 않을 것이다.

학교에서도 학원처럼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 문제는 학원강사처럼 행정업무를 처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하겠지만, 시간을 두고 처리해야 하는 행정적인 업무는 많지않다. 당장에 처리해야 하는 것들이 훨씬 더 많다. 이번의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서울지역이 하위권으로 알려지면서 서울시교육청에서 대책을 세우고 있다. 그 대책중에는 교장 교감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포함되어있다. 나머지 대책을 세우면서 일선학교에 대책을 세워서 보내라고 한다. 그것도 결국은 교사들의 업무를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학부모는 자녀가 학원가는 것을 포기했다고 한다. 학원에 다녀도 성적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연히 방문한 학원에서 목격한 사실때문이다. '학원계단에서 학생들이 흡연을 하고 있는데도 학원에서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더라. 학원에 이야기 했더니 자기 학원생들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지도할 시간이 없다.'라는 것 때문이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이런 사실을 접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학교외부에서 발생하는 문제까지도 교사들은 모든일을 뒤로하고 곧바로 달려나간다.

물론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학원에도 기본적인 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이 학원을 다님으로써 몰라보게 성적이 오르지는 않는다. 학교교육에도 소홀히하고, 학원교육에도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학원과 학교를 비교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학원에서는 잘 가르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지만, 막연한 생각일 가능성도 높은 것이다. 학원과 학교를 객관적인 근거없이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학교도 학원처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는 공교육기관이다. 당연히 사교육과는 차별화되어야 한다. 그것이 공교육에서 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그 차별화 과정에 인성교육이나 생활지도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한 것들을 인정해야만이 공교육이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학원과 비교하면서 학원이 더 우수하다는 인식을 자꾸 심어주는 것은 교육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 시점에서는 학원과 학교의 비교보다는 학교교육발전을 위한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 교육여건 개선에서 시작하여 교사들이 단 1분이라도 수업에 충실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한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실이 없어서 억지로 하는 수준별 이동수업으로는 높은 기대를 하기 어렵다. 전반적인 문제를 찾아내고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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