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늬들이 교육을 알아?”

2009.03.09 09:08:00

- 학업성취도 평가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중심으로 -

국가단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의 공개와 임실발 성적 허위보고의 후폭풍이 우리 사회를 혼란의 늪으로 빠뜨리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는 성적 재점검단의 방문으로 학년초 중요한 업무 처리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어수선함을 가중시키고 있다. 교과부의 이번 재점검 지시는 실추된 여론과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서지만 일선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한마디로 쓸데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언론에 보도된 모 학교에서는 이번 점검의 채점 오류 지적을 피하기 위해 주관식 학생 답안을 교사가 역으로 조작하는 일까지 발생해 교육신뢰에 먹칠을 하였다. 교과부의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수가 이런 억지를 불러온 것이다. 급기야 모 단체에서는 학업성취도 평가 거부 운동까지 벌리니 무엇이 올바른 교육이고 평가의 본질은 과연 무엇일까?

리포터는 학업성취도 평가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본다. 국가 단위 평가는 필요하고 학교도 그 평가 결과를 교육의 개선자료로 유용하게 활용해야 한다. 국민의 알 권리 충족에도 맞다. 그래야 학력이 증진되고 교육이 발전한다.

이번 학업성취도 평가 공개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해결방안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교과부의 큰 실수는 이번 결과를 지역교육청 단위로 공개하면서 ‘한 줄 세우기’를 하려 한 것이다. 교육적 접근이 아니라 정치적 접근이며 조급함의 발로로 보는 것이다.

한 줄로 세우면서 성적이 낮은 지역과 학교를 야단치려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학교는 성적을 좋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성적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편법이 등장한다. 공부 못하는 학생 결석 유도(?), 특수학급 학생과 운동부 통계 제외, 시험 부정행위에 눈감고 감독 엉터리로 하기 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교육의 현장에서 있어서는 안 될 비교육적인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 줄 세우기’는 학업성취도 평가의 본래 목적이 아니다. 부진 지역, 부진 학교, 부진 학생 야단치기는 더욱 아니다. 평가의 본래 목적은 학습목표 도달을 확인하고 피드백 지도를 통한 교수-학습의 개선 자료로 삼는 것이다.

국가의 입장에서는 성적 부진 학교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대책으로 우수 교사 배치, 예산 지원, 학업성취 향상 프로그램 지원 등 해당 학교를 살리려는 지원책이 우선 강구되어야 하는 것이다. 성적이 낮다고 야단치거나 공개적인 망신을 준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결과만 가지고 책무성을 강조하면서 인사와 연계시키는 것은 심사숙고 하지 못한 성급한 정책인 것이다. 인사와 연계시킨다면 어느 교원들이 지역여건이 열악하여 성적이 낮게 나오는 학교에 근무하려 하겠는가? 자칫 잘못하면 선호지역으로 교원들이 대거 몰리는 인사대란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 ‘교육 빈익빈’이라는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

타 학교와 비교하는 상대평가는 자칫 비교육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학교 자체의 전후비교가 중요하다. 평가 대상 학생을 중 3학년이 아니라 중 2학년으로 하여 1년 후 비교 수치 향상 여부 등이 유용한 정보다. 평가시기도 10월에서 1학기로 앞당겨야 하는 것이다. 피드백 지도와 통계 발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학생의 성적 요인은 학교 요인보다 지역여건, 가정 경제, 사교육 비중이 큰데 그것을 간과하고 학교에 온통 책임을 물으려한 것은 교육의 단편적인 시각을 반증하는 것이다. 모든 교사들은 알찬 교육의 열매를 맺으려 하고 학생들의 높은 학업 성취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성취도평가 사태는 교과부의 교육을 모르는 아마추어 교육행정에도 그 원인이 있다. 표본조사에서 무계획적으로 전수조사로 바꾸고 그에 대한 치밀한 대책이 부족하였다. 학교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는데 무신경, 무감각, 무대책으로 일관하였다. 평가관리체제가 아마추어다.

리포터 경험으로 보아 30년 전 교육행정보다도 못한 것이다. 그 당시 학업성취도평가에서조차 시군 지역교육청 단위별로 학교 시험 감독을 바꾸어 채점하고 학생들이 답안지를 직접 확인하면서 문항통과율까지 정확히 산출해낸 기억을 갖고 있다. 채점 오류, 허위 보고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이번 평가 결과에 의하면 서울, 인천, 경기가 하위로 나왔다. 평가의 신뢰성에 의심이 간다. 수도권 지역에 기초학력 부진 학생이 많다고? 이 결과를 믿으라고? 수도권 지역의 학부모와 학생들의 교육열은 전국 최고인데? 대학 진학률도 타 지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은데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머리가 명석한 요즘 학생들, 자기 잇속과 관계 없으면 엉터리로 한다. 그 단적인 예가 중학교 3학년 2학기말 고사이다. 내신에도 반영되지 않으니 장난으로 본다. 학교생활기록부에 성적이 기록되지만 아무렇게나 치른다. 모 학교에선 모범생 학생회장이 해당답안을 모두 1번으로 표시한 웃지 못할 사건('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한교닷컴 2006.12.5)도 있었다.

하물며 그 어디에도 반영되지 않는 국가단위 학업성취도평가에 최선을 다하라는 교사들의 설득은 공허한 메아리다. 시험지와 답안지 나누어 주기가 무섭게 엎드려 자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왜 필요 없는 시험으로 우리를 괴롭히느냐? 잘 보든 못 보든 아무 상관도 없는데….” 하는 표정이다. 그렇게 시험을 치룬 학생들 성적을 믿으라고? 말도 아니 된다.

교육은 어디까지나 교육적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치 논리가 개입해서는 아니 된다. 평가를 통해 학교와 사람을 잡으려 하지 말고 학교도 살리고 학생도 살려야 하는 것이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교육을 살려야 하는 것이다.

국가단위 학업성취도 평가는 선발적 교육관이 아닌 발달적 교육관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 줄세우기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적절한 학습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가능한 한 모든 학습자가 의도하는 바의 교육목표를 달성하도록 해야 한다.

평가관리체계에 있어 한 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아니 된다. 그 만치 계획과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교육에 있어 시행착오는 용납되지 않는다. 한 번 실추된 교육에 대한 신뢰는 회복하는데 오랜 시일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까?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와 정부의 사태 처리를 지켜보면서 “늬들이 교육을 알아?”와 “아마추어 같이 왜 그래?”라는 개그가 리포터의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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