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2009.04.05 08:48:00


- 민심의 현장을 보다 -

바로 어제 저녁,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 본지 정말 오랜만이다. 자가용이나 버스를 탄 적은 많아도 택시는 접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흔히들 택시 기사를 통하여 민심을 확인한다고 한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부근에서 구운동 아파트까지 가는 것이다. 기사는 내가 리포터인지 중학교 교장인지 모른다. 신분을 밝히지 않았으니까. 구태어 밝힐 필요도 없다.

파장동 술집 거리를 지난다. 말을 걸기 전 기사의 얼굴 표정을 살핀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데 표정에 수심이 가득하다. 그래도 한번 접근해본다. 기자 심보의 발동이다.

“여기 유흥업소에 손님이 좀 있습니까?"
“요즘 같은 불황에 누가 술을 먹습니까? 먹더라도 집근처에서 간단히 1차로 끝나고 집으로 들어가죠. 2차, 3차로 가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아, 경제가 좋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다. 불황에는 제일 먼저 술집이 영향을 받는단 말인가? 음식점들은 영업이 안 되어 개점 휴업, 폐업이 일쑤다. 소비자들 지갑 닫기 제1순위가 외식분야라는 말도 들린다.

“누가 경제를 이렇게 만들었는지?"(기사는 한숨을 내쉰다)
“우리만 그런가요. 세계 경제가 다 불황인데요.”(마치 내가 경제에 대해 아는 듯 답한다)

“몇 개월 안에 경제가 좋아져야 할 텐데요.”(기사는 다시 한숨을 내쉰다)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빨라야 내년 상반기라 하던데요.”

어랍쇼? 묻고 대답하는 사람의 위치가 바뀌었다. 세상살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전문가도 아닌 내가 대답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하루 종일 부지런히 일해 번 돈에서 기름값, 사납금을 제하고 나면 기사 몫으로 남는 것은 단돈 3만원이라고. 손님 찾아 돌아다니다 보면 기름값 많이 먹히고...그래서 운행차량보다 정류장의 빈 택시가 더 많다는 것이다.

직업을 잃고 택시기사 해보겠다고 모여드는 사람도 많다는 말도 한다. 그런데 그들은 금방 그만두는 사람이 대부분이란다. 밀물처럼 왔다가 수입은 좋지 않아 썰물처럼 빠져나간다고 한다. 수원시의 경우, 이용하는 손님보다 택시 공급이 많아 수입을 올리기 어렵다고 한다. 택시기사 월급제가 되면 직업이 안정되겠다는 희망도 피력한다.

도로변에 내걸린 교육감 후보의 현수막이 보인다. 슬슬 나의 직업의식이 발동하기 시작한다.

“교육감 선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경제도 안 좋은데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누가 교육감이 되던 나랑 아무 관계가 없어요.”

교육감 선거에 대한 무관심과 부정적인 생각을 대변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교육감 선거 투표율이 20% 미만이라더니 경기도도 예외가 아니란 말인가? 그렇다면 이번 선거는 교육자만의 선거? 다른 사람은 관심이 없다고? 내가 아는 초중고 학부모도 교육감 선거를 왜 주민 직선으로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사실 선생님들도 관심이 크지 않다. 후보가 누구인지도 잘 모른다. 정당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 정당이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선관위에서는 여러 가지 홍보 방법을 통해 선거 참여를 권유하고 있지만 제대로 침투가 안 된 것이다.

아마도 기사 자녀가 이미 학교를 다 졸업했나보다. 이럴 땐 무어라고 말해야 하나? 간접선거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법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강변할 수도 없고. 그래도 어느 후보가 경기교육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가를 가려서 꼭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고... 혼자 머리 속으로만 답한다. 기사의 어두운 얼굴을 보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제 대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렇게 선거라도 해야 경제가 돌아가잖아요. 인쇄업과 현수막업체 그리고 선거관련 각종 홍보업체들에게요.”
“그렇긴 하겠네요.”(마지못해 수긍하는 표정이다)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했다. 택시요금은 6,000원.

“기사님, 그래도 미래에 대해 밝은 희망을 가지세요.”

가장 불행한 사람이 희망의 끈을 놓은 사람이라고 한다. 희망이 없는 사람은 인생을 포기한다. 자포자기한다. 이런 사람이 늘어나면 어두운 사회가 되는 것이다. 국가 발전이 아니라 퇴보를 하는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지도자들은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희망을 불어넣어야 한다.

선진국은 국가가 어려울수록 교육에 투자한다고 한다. 그래야 나라의 위기가 극복이 되면 교육의 힘이 열매를 맺어 국가가 크게 발전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지혜와 국가 지도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오는 4월 8일(수) 경기도교육감 선거. 투표시간은 06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번호순서와 정당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후보자의 번호 순서는 후보 이름의 가나다 순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해 놓았다. 국회의원들은 위헌적인 발상으로 그들의 당리당략에 따라 교육을 정치에 예속시키려 한다. 우리나라 국회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된다. 

나의 깨끗한 한 표가 경기교육을 살린다. 공휴일은 아니지만 경기도민 19세 이상이라면 모두 투표장으로 향하자. 소중한 주권 행사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우리 경기교육을 든든한 반석위에 올려 놓자.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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