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장선생님의 명쾌한 학습정리

2009.05.19 17:16:00

30대 초반 교사시절에 있었던 일이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어느 날 젊은 선생님이 교내 공개수업을 하였다. 매일 학생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교사라도 연구수업이라고 하는 수업공개를 앞두고는 밤잠까지 설쳐가며 혼자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하여 선생님 전원이 참관하는 수업을 하려면 교과와 단원, 학습주제를 선택하여 수업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수업준비물을 손수제작하고 학생들의 학습준비물까지 챙겨주어야 한다. 교실환경정리정돈을 하자면 일과가 끝나고 또는 주말에도 남모르게 준비하여 멋진 수업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교사의 마음이다.

아이들이 잘 따라주어야 하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수업기술이 성숙되지 못한 경우 아이들과 연습을 하거나 약속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공개수업이 있는 날은 교사와 학생들까지 긴장하기 마련이다. 분단을 만들어 과학수업을 했던 것으로 기억이 되는데 그런대로 수업을 잘 마치었다.

한 시간 내내 수업을 참관하신 교장선생님께서 수업이 끝난 다음에 얘들아 잠깐만 ! 하고 일어서 앞쪽으로 나가시더니 학생들과 몇 가지 질문을 던지며 확인을 하시더니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수업내용을 명쾌하게 정리하여 주셨다. 수업참관을 하던 모든 선생님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업경험이 풍부하신 교장선생님의 학습정리에 모두가 감탄을 하였다.

만약 그날 교장선생님의 명쾌한 정리가 없이 공개수업을 마쳤더라면 다양한 학습활동은 했지만 무엇을 배웠는지 머릿속에 정확히 정리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입 전개도 중요하지만 학습한 핵심내용을 쉽고 간단명료하게 정리해 주는 수업기술은 많은 수업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교사의 노하우라고 생각된다.

아직 미분화된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많은 자료를 가지고 학습활동을 화려하게 했다고 하여 그 시간의 수업이 성공적이고 학습목표에 도달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것인데도 핵심내용이 정리가 되지 않은 채 넘어가면 학습이 부실해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 때 그 교장선생님의 명쾌한 학습정리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어 더욱 존경스럽고 우리 모두가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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