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의 <치명적인 내부의 적 간신>을 읽고

2009.05.25 10:27:00


‘해로운 여섯 종류의 신하 즉 육사신(六邪臣)이 있는데 1)구신(具臣):아무 구실 못하고 숫자만 채우는 신하, 2)유신(諛臣):아첨하고 비위 맞추는데 급급한 신하, 3)간신(奸臣):간사한 신하, 4)참신(讒臣):남을 헐뜯고 고해바치고 덮어씌우는데 능한 신하, 5)적신(賊臣):임금에게 불충한 신하, 6)망국신(亡國臣):나라를 망하게 하는 신하. 일반적으로 간신이란 위의 육사신(六邪臣)을 망라한 뜻…’정도가 책을 읽기 전에 나 스스로 학습한 내용이다.

간신의 전형, 중국 역사상 죄질이 악랄한 간신을 가려 뽑고 그들의 탄생과 성장, 종말을 16년간 100여 차례 저자가 현지답사를 통해 파헤친 <치명적인 내부의 적-간신>은 간신 19명에 대한 만화책보다 재미있는 역사이야기이다. 상상을 뛰어넘는 간신 백태를 읽어가노라면 그들의 달변과 정보력, 미끼에 한 번 걸려들면 누구도 그를 피해갈 수 없는 대단한 친화력과 동물적 감각, 좋은 일에 쓴다면 한없이 존경받을 통찰력과 창의력을 가지고도 본인의 영달과 출세를 위해 상대방을 비방 중상 모략하였던 간신. 그래서 가족도 군왕도 국가도 권력 앞에 내팽개치며 탐닉하다가 결국은 전성기에 떨치던 위세와 화려했던 권세는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교활함과 위선의 이력만큼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간신들의 모습은 추악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간신들의 파렴치하고 짐승만도 못한 비행과 만행들은 육사신의 여섯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고도 남는다.

권력을 위해서라면 어린 자식까지 요리로 바치는 역아, 여색과 재물을 끔찍이 밝히면서 은혜를 원수로 갚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춘 백비, 진시황 죽음을 교묘히 이용해 유서까지 조작하는 조고, 왕을 제 멋대로 농락하기 위해 왕이 총애하는 여인을 구워삶는 간교함이 뛰어난 이의부, 19년간 황제의 비위를 맞춰 방탕과 음란의 길로 이끌었던 이임보, 양귀비 치맛자락 잡고 들어와 거대한 제국을 멸망 일보직전까지 몰아갔던 양국충, 죄짓고 죽은 뒤에도 황제가 못 잊어 할 만큼 완벽한 위장술의 노기, 구국의 영웅 무덤 앞에 무릎 꿇은 형상으로 남아 멸시와 수치감을 자손 대대로 물려준 진회, 8년 집권하며 17년 동안 재상 50명 갈아치운 황제를 완벽하게 속인 온체인…대표적 간신들은 서로 전혀 다르면서도 판에 찍은 듯 같기도 하다. 간신들의 닮은 점은 시기와 질투, 협박 공갈, 모함과 이간질하기, 자신의 본색은 숨기고 귀신같이 천사로 변하는 위장술, 살육과 보복의 악랄함 등인데 그 과정은 자신의 심복을 여러 군데 심기, 권력독점, 정적제거, 부정축재…, 결과적으로는 부패와 타락, 사치를 낳고 마침내 백성 파탄과 국가 멸망의 원인 제공자란 점. 간신의 역사는 중국왕조와 늘 함께 해왔다.

간신이 간신을 끌어들이고 제거하고, 다시 끌어들였다가 제거당하는 악순환의 반복에 대해‘역사의 흐름에 한순간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진땀나는 교훈’을 얻을 뿐이라는 저자 김영수는 간신이 창궐하는 이유로“인성의 약점, 제도의 미비, 경각심과 역사의식과 통찰력 부족 때문”이라면서 우리 몸속의 기생충 같아서 “간신은 싹이 보일 때 과감하게 즉시 잘라버려야 한다.”라고 거듭거듭 강조한다. 지금도 암약하는 우리 주변 간신으로 정치판의 정간, 언론계의 언간(言奸), 학문적 양심을 저당 잡히는 학간(學奸), 황금으로 권력자 비위 맞추기에 개인금고 노릇하는 상간(商奸), 무인정신을 망각한 채 정치꾼 되기에 여념 없는 무간(武奸), 종교란 권위의 탈을 쓰고 악취만 풍기는 목간(牧奸), 여기에 권력자 꽁무니를 따르는 딴따라(독자인 나는 감히 예간(藝奸)이라 칭한다)들에게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소설 보다 흥미 있고 자서전보다 실감나는 이야기들로, 군데군데 나오는 고사성어‘지록위마, 진정지곡, 구밀복검, 와신상담, 절치부심…’에 관련된 역사적 유래나 황태자와 황제와 비유한 간신의 별칭인‘구천세,’간신들의 모략과 은밀한 간행들을 표현한‘명수잔도, 혼수모어 또는 생진강, 점장록, 청군측…’에 대한 적절한 설명도 유익하다.

부록으로‘중국사 연표와 주요 간신 행적’에 나타난 150여명의 기록은 저자의 연구 자료로 일목요연하다.‘간신지수 측정’또한 참으로 재미있는 발상인데 고전 전문가인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간신지수 60을 넘으면 간성을 일부 지닌 정도이며, 70-80점이면 간신에 가깝고, 80점 이상은 간신이 틀림없다하니 각자의 간신지수를 가늠해 보는 일도 흥미롭지 않은가?

요즘 계속해서 우리나라는 ‘박연차 리스트, 정관계 로비, 검은 돈 상납 고리…’조사에 관련하여 언론에서도 참여정부 실패에 대해“충신과 간신을 구별하지 못한 전임 대통령의 책임 추궁”이니 “OOO 대통령은 간신정치에서 벗어나 민심정치로 돌아와야 한다.”라는 보도들이 있는 것을 보면 지금도 분명 간신들이 각계각층에 머물러 있다는 증거이다. 예나 지금이나 비열하고 위선적인 간당(奸黨)들에 대한 원망은 하늘 끝까지 닿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니 간신은 크게 두 부류란 생각이다. 학문이나 인품, 전술이 뛰어나 처음엔 정의롭고 존경받을 만했던 충신이나 장수가 권력 맛을 들이면서 간신이 된 부류, 처음부터 학문도 신분도 하찮았지만 재물과 특유의 간교함으로 권세의 줄을 잡고 미관말직에서 승승장구한 간신 부류가 그것이다. ‘간신들의 속임수와 위장, 간교함으로 무장한 남다른 술책이나 그 행태는 천태만상이라 국적과 시대를 불문하고 시사하는 점이 상당하다.

누구나 한번쯤 읽고 삶의 타산지석으로 삼을 책이라 여겨진다. 장래희망이 대통령이라면 부모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읽어볼 가치 있겠다. 1990년대 이후 중국은 간신 연구와 역사서 출간이 꾸준히 진행되는데 우리나나는 친일파 일부 연구를 제외하고는 준열한 고발서나 변변한 논문 한편 없어 매우 안타깝다는 저자의 생각에 동감한다.

사족- 저자는 간신들의 행적을 마무리 요약하면서 이미 언급한 내용을 재차 그대로 반복 소개한 곳이 있다. 중요한 핵심 내용이라 강조의 뜻으로 그리 하였다고 이해하고 있다. 만약에 재판 발행의 기회가 오면 서술적 변화에 유념해 수정하기를 감히 당부 드린다. 
이장희 안심중학교 정년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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