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중에는 발음과 의미가 비슷해서 제대로 구분하지 않고 쓰는 경우가 있다. ‘좇다’와 ‘쫓다’가 그 예다. 둘은 모두 올바른 표현이고, 쓰임만 다르다. 그런데도 일반인은 ‘쫓다’만을 쓰는 경향이 있다. 즉 ‘좇다’를 써야 할 자리에도 ‘쫓다’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좇다’와 ‘쫓다’는 차이가 있는 말이다. 두 단어를 사전에서 검색하면,
‘좇다’
1. 목표, 이상, 행복 따위를 추구하다.
- 명예를 좇는 젊은이
- 태초부터 사람은 살기 편한 것을 좇게 마련이오. 그래 연장이라는 것도 생겨나고 모든 것이 발전해 간다고 소생은 생각하오(박경리, ‘토지’).
2. 남의 말이나 뜻을 따르다.
- 아버지의 유언을 좇다.
- 부모님의 의견을 좇기로 했다.
3. 규칙이나 관습 따위를 지켜서 그대로 하다.
- 3일 아니면 4일 신행이 관례였다. 그러나 그런 관례를 좇고 있을 계제가 못 되었다(하근찬, ‘야호’).
4. 눈여겨보거나 눈길을 보내다.
- 시선은 서편 하늘로 멀어지는 까마귀 떼를 좇고 있었다(김원일, ‘어둠의 축제’).
- 사열받는 병사들처럼, 곁을 지나가는 무당을 좇아 눈길만 따라갈 뿐이었다(송기숙, ‘자랏골의 비가’).
5. 생각을 하나하나 더듬어 가다.
- 태영은 다시 자기의 생각을 좇고 이는 눈빛이 되었다(이병주, ‘지리산’).
- 준구는 손으로 책장을 넘기면서도 머리로는 이십 대 여인의 영상을 좇느라고 거의 눈을 감고 있었다(이영치, ‘흐린 날 황야에서’).
6. 남의 이론 따위를 따르다.
- 스승의 학설을 좇다.
‘쫓다’
1. 어떤 대상을 잡거나 만나기 위하여 뒤를 급히 따르다.
- 쫓고 쫓기는 숨 막히는 추격전을 벌이다.
- 어머니는 아들을 쫓아 방에 들어갔다.
- 사냥꾼과 몰이꾼들은 눈 위에 방울방울 번진 핏자국을 따라 노루를 쫓았다(이청준, ‘병신과 머저리’).
2. 어떤 자리에서 떠나도록 몰다.
- 새를 쫓다.
- 귀신을 쫓다. 황소가 꼬리를 흔들어 등의 파리를 쫓았다.
3. 밀려드는 졸음이나 잡념 따위를 물리치다.
- 머릿속에 드는 망령된 생각을 애써 쫓았다.
- 혀를 깨물기도 하고 팔뚝을 꼬집기도 하면서 잠을 쫓았다(한승원, ‘해일’).
둘은 ‘…을’이라는 조사 다음에 쓰이는 동사다. 하지만 쓰임은 다르다. 우선 ‘좇다’는 목표나 이상, 관습, 이론 등의 추상적이고 심리적인 지향을 나타낼 때 쓴다. 언중은 ‘좇다’를 잘 안 쓰지만, 사실은 여러 상황에서 쓰이는 단어다.
‘좇다’와 관련된 단어도 여럿이 있다. ‘좇아가다’도 ‘남의 말이나 뜻을 따라가다(학생들은 선생님의 가르침을 하나씩 좇아가면서 배우고 있었다.).’와 ‘어떤 대상을 눈길로 따라가다(그녀의 그윽한 눈길은 그의 뒤를 좇아가고 있다.).’의 의미로 쓴다. ‘좇아오다’도 사전에 있다. 이 말도 역시 ‘남의 말이나 뜻을 따라오다(너희들은 나를 믿고 내 뜻을 좇아오기만 하면 큰 실패는 하지 않은 것이다.).’와 ‘어떤 대상을 눈길로 따라오다(길을 걷다가 낯선 사람의 시선이 나를 좇아온다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쓴다.
반면 ‘쫓다’는 어떤 대상을 잡거나 만나기 위해 물리적으로 이동하거나 구체적으로 움직이는 경우에 쓴다. 드라마 등에서 경찰과 범인은 직접 발걸음을 떼서 옮기는 물리적인 이동 상황이 있으므로 쫓고 쫓기는 관계이다.
이도 역시 비슷한 단어가 있다. ‘쫓아가다’가 그렇다. 이는 ‘어떤 대상을 만나기 위하여 급히 가다(부모님이 학교에 쫓아가 사정을 했지만 결국 그는 퇴학을 당하고 말았다.)’라고 할 때나, ‘어떤 사람이나 물체 따위의 뒤를 급히 따라가다(선두에선 흰말의 뒤를 검정말이 기를 쓰고 쫓아가고 있었다.).’라고 할 때 쓴다. ‘쫓아내다’도 ‘강제로 어떤 곳에서 밖으로 내몰다(마을에서 불량배들을 쫓아내다.).’ 혹은 ‘직장이나 학교 따위를 그만두게 하다(회사에서 무능력한 사람을 쫓아내다.).’에 쓰고 있다. 그리고 이는 ‘밀려드는 졸음이나 잡념 따위를 아주 물리치다(나는 졸음을 쫓아내려고 찬물로 세수를 했다.).’에도 쓴다. 또 ‘쫓아오다’도 많이 쓴다. 이는 ‘어떤 대상을 만나기 위하여 급히 오다(그는 나에게 조석으로 쫓아와서 돈을 내놓으라고 행패를 부렸다.).’라고 쓰거나, ‘어떤 사람이나 물체 따위의 뒤를 급히 따라오다(적병들이 우리를 쫓아온다.).’라고 쓴다. 참고로 ‘쫓다’의 옛말은 ‘좇다’이다. 즉 옛말에는 ‘좇다’ 하나로 ‘쫓다’의 의미까지 나타냈다.
‘내쫓다’란 단어도 많이 쓴다. 이도 사전에서 살펴보면,
‘내쫓다’
1. 밖으로 몰아내다.
- 마당에 널린 곡식을 쪼아먹는 참새 떼를 밖으로 내쫓았다.
- 외할머니는 …집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을 모조리 밖으로 내쫓은 다음 대문을 단단히 걸어 잠갔다(윤흥길, ‘장마’).
2. 있던 자리에서 강제로 나가게 하다.
- 어린 조카를 왕위에서 내쫓았다.
- 요즈음 경영 합리화라는 이름 아래 많은 사람을 직장에서 내쫓고 있다.
‘쫓다’는 어떤 대상을 잡거나 만나기 위해 물리적으로 이동하거나 구체적으로 움직이는 경우에 쓴다고 했는데, ‘내쫓다’도 어떤 대상을 물리적으로 이동할 때 쓰는 말이다. 이도 고어에는 ‘내좇다’였는데, 현대에 ‘내쫓다’로 쓰고 있다. 간혹 ‘내쫓다’ 대신에 ‘내어쫓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는 사전에 없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