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화분을 뒤집어보니

2009.06.09 09:13:00


드디어 베란다에 있던 난이 죽었다. 모진 생명을 이어오다가 생을 마감한 것이다. 살릴 수도 있었을텐데 정성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그 난은 2006년 4월 필자의 교육칼럼집 '연은 날고 싶다' 출판기념회 때 축하 손님이 선물로 가져온 것이다. 그러니까 무려 3년을 산 것이다. 대개 1년이면 관리 부실로 죽고 만다는 난이다. 이 정도면 가꾸는데 제법 신경을 쓴 것이다.

이제 난 화분을 비워야 한다. 호접란 화분을 뒤집어보고 나서 깜짝 놀랐다. 죽게끔 되어 있었다. 그 속에서 나온 것은 난 뿌리만이 아니다. 제일 많이 나온 것이 스치로폼. 그 다음이 나무껍질, 그리고 플라스틱 화분 하나. 죽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1년 전인가? 비실비실하는 이 난을 살펴보았다. 난 8개가 심어져 있었는데 뿌리를 헤쳐보니 비닐 화분째 넣어 위를 나무껍질로 덮고 있었다. 뿌리가 더 이상 자랄 수 없도록 하였다. 비닐 화분을 제거해야 하는데 그냥 눈가림을 한 것이다.

비닐을 제거하였다. 저절로 업자 욕이 나온다. 이건 해도 너무한 것이다. 생명체를 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돈을 벌려 한 것이다. 업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마져 팔아먹은 것이다. 화원을 하는 사람은 식물에 대한 사랑이 기본 아니던가?

그래서 필자는 축하 선물로 난을 보내는 것을 반대한다. 대개 1년이면 죽이기 때문이다. 또 우리 것도 아니고 대개 수입난이기 때문이다. 교장 승진 때에도 지인들에게 난을 보내지 말고 쌀을 보내달라고 하여 노인복지회관에 송편을 만들어 제공한 적이 있다.

아무리 먹고 살기 바쁘다지만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 한다. 난이 장삿속이지만 그래도 사랑이 있어야 한다. 게으른 소비자가 난을 가꿀 수 있게 해야 한다.

교육을 생각해 본다. 혹시 실적을 과시하기 위해 속은 엉터리로 하고 겉만 그럴 둣하게 포장하지나 않았는지? 교육 본질에 충실해야 하는데 그저 보여주기 위한 교육을 하지 않았는지. 그런 교육은 결국엔 죽고 만다. 몇 년 못 가 정체가 드러나고 만다.

교육 환경도 마찬가지다. 교육이 잘 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교육이 더 이상 자랄 수 없는 조건을 만들어 놓고 교육의 꽃을 피우라는 것은 연목구어다. 교육환경이 중요하다. 그리고 교육에 쏟는 애정과 정성이 중요하다.

죽은 호접난, 좀더 빨리 화분 속을 관찰하였더라면...그리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였다면 죽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난 가꾸기보다 교육은 수 십 배 어려운 것인데.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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