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에서 어린이 모습, 참 좋습니다

2009.06.18 20:11:00

음악을 좋아하기에 지역에서 열리는 음악회를 찾아 다닌다. 그 중 삼호아트센터가 주관하는 정기공연인 클래식 음악회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멘델스존 탄생 200주년 기념 공연으로 핑갈의 동굴 서곡, 한 여름밤의 꿈, 이탈리아가 연주되었다. 모두 귀에 익은 곡이다. 친숙한 곡이 연주가 되면 나도 모르게 곡의 멜로디를 속으로 흥얼거리게 된다. 이런 공연장에서 졸음이란 있을 수 없다.

귀에 익숙하지 않은 악장에서는 교향악단 전체 인원수, 남녀 인원수, 악기별 인원수, 악기 이름 메모를 하면서 스스로 음악공부도 한다. 또 가장 외롭게 좌석 배치된 연주자도 찾고 연주자의 머리 모양, 얼굴 표정까지 살피니 그 재미 또한 새롭다.


특이한 사실 한 가지는 청중의 삼분의 일 정도가 어린이라는 것이다. 대개 부모의 손을 잡고 공연장을 찾았다. 우리나라 학부모 교육열이 대단하다고 하지만 클래식 공연장을 찾게 하는 부모들의 혜안에 존경심이 생긴다. 훌륭하신 학부모다.

관람 태도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악장과 악장 사이에서는 박수를 치지 말아야 하는데 어느 용감한 학부모는 연주가 끝나기도 전에 열렬한 음악팬처럼 박수를 힘차게 친다. 그러니 어린이들도 따라서 치는 것이다. 잘 모르는 어른이 어린이들을 잘못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음악 공연에서 젠체 박수는 음악 감상에 지장을 준다.

이번 공연의 미흡한 점은 최소한 한 곡 정도, 간단한 소품곡으로 앵콜곡을 준비해야 하는데 그게 없었다. 앵콜을 환호하던 관객들은 말없이 퇴장하는 지휘자와 연주자를 보고 그만 무안을 당하고 말았다. 비록 연습기간이 짧았더라도 앵콜곡은 그 날 음악회를 찾은 관객에 대한 기본 예의라는 생각이 든다.

공연이 끝난 후 복도에서 이루어지는 팬사인회. 줄 서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어린이다. 참 보기 좋은 광경이다. 어릴 때부터 좋은 음악을 접하고 지휘자, 연주자의 사인을 받는 것, 아름다운 추억이 된다. 안내 프로그램집과 사인을 보면서 음악과 친해지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제법 이름이 알려진 음악가들. 여기에는 연주자, 작곡자, 평론가를 포함하는 것이다. 50대 후반의 경우, 그들이 어렸을 때 등하교하면서 베토벤 교향곡 1번부터 9번까지, 그밖의 유명한 곡들을 입으로 연주를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오늘에 이른 것이다.

오늘 관람한 어린이들, 귀가하면서 멘델스존곡을 입으로 흥얼거리거나 또는 라디오에서 우연히 멘델스존곡을 들었을 때 오늘 연주를 떠올리며 제목을 알아맞추는 기쁨을 누렸으면 한다.

가까이서 클래식 음악을 접할 수 있다는 것,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말 그대로 해피수원이다. 삼호아트센터가 올해로 개관 두 돌을 맞이한다고 하는데 기업 이윤의 사회적 환원에서, 기업 윤리가 예술로 꽃피우는 과정에서 시민에게 베푸는 문화예술은 더 없는 행복을 준다. 

줄서서 사인을 받는 어린이 모습, 아름답다. 문화 봉사에 앞장서는 기업의 모습도 아름답고.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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