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만남 긴 여운, 충북의 1박 2일은 특별하다

2009.06.23 11:45:00

어느 곳에서나 밝은 해, 푸른 하늘, 녹색 산, 맑은 물을 만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은 참 깨끗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옛날부터 삼천리금수강산을 자랑했다.

우리나라가 작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천만의 말씀이다. 수시로 여행지를 떠돈 햇수가 꽤 되었지만 아직 발길 닿지 않은 곳이 많다. 그나마 수박 겉핥기식으로 돌아봐 기억이 희미한 곳도 여러 군데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다. 하지만 음식은 맛이 생명이다. 좋은 구경거리를 찾아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도 그러하다. 아름다운 풍경만 있으면 재미없다.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인정이 느껴지는 여행지여야 마음에 든다. 이렇게 뭔가 남다른 여행지를 찾는 사람들이 눈여겨봐야 할 곳이 순박하고, 너그럽고, 여유로운 사람들이 사는 청풍명월의 고장 충청북도다.


사실 충북의 도세는 3%에 불과한 인구나 경제가 말해준다. 내가 살고 있는 청주가 충북의 도청소재지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도 종종 만난다. 전국을 누볐다는 여행가의 입에서 충북의 여행지에 대해 아는 곳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충북이 유일하게 바다가 없는 내륙도라는 것은 알지만 아름다운 호수들이 바다를 대신한다는 것은 모른다.

우리나라가 작지 않듯 충북은 결코 작은 도가 아니다. 충주호ㆍ대청호, 월악산ㆍ속리산, 화양계곡ㆍ송계계곡, 법주사ㆍ영국사, 상당산성ㆍ삼년산성, 고수동굴ㆍ천동굴, 도담삼봉ㆍ월류봉, 정지용문학관ㆍ오장환문학관 등 아름답고 빛나는 자연, 역사, 문화가 곳곳에 있다.

빠르지 않지만 꼼꼼하게 살피며 일하고, 민관이 하나로 힘을 모으며 '충북이 하면 된다. 충북이 움직이면 바뀐다.'는 것을 증명한다. 3.1운동을 이끈 민족대표 33명중 충북출신이 6명이나 되고,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소신투표로 선거 때마다 중앙 정치인들의 관심이 이곳으로 향하게 한다.


현대는 정보시대이자 자기PR시대다. 충북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충청북도가 온라인 세상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13,14일 전국의 유명 파워불로거들이 '충북으로의 초대, 불로거와 함께하는 1박 2일'에 초대를 받았다. 청주국제공항 때문에 이웃이 된 제주를 비롯해 수도권의 블로거들이 충북의 아름다운 자연과 구수한 인정에 취하며 즐거운 추억을 담아가도록 배려하는 도청 직원들의 모습도 돋보였다.

전국의 파워블로거 35명과 충북의 빅리거 5명이 함께 어우러진 이번 행사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긴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충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에 촬영했던 사진을 곁들여 1박 2일의 여정을 담아본다.

수도권의 블로거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충북도청에 도착한 게 9시경이다. 이곳에서 제주, 부산, 포항, 천안에서 달려온 블로거들이 합류하며 충북에서의 1박 2일이 시작되었다. 수암골로 가는 차안에서 충북도청의 허민규 팀장이 일정을 소개했다. 유머가 많은 달변가인데다 포용력이 강한 허 팀장이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금방 바꿨다.





누구나 아름답고 행복한 기억 몇 개는 가지고 산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흘러 까마득히 잊고 사는 것들도 있다. 그런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 '카인과 아벨' 촬영지로 유명해진 수암골이다.

우암산 아래 수동에 있는 수암골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정착한 청주의 대표적인 달동네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철거를 얘기하던 이곳이 공공미술의 옷을 입으면서 외지인들이 찾아오는 관광지가 되었다.

수암골에 들어서면 목간판과 삼충상회가 맞이한다. 큰 호랑이가 그려져 있는 입구의 뒤편으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좁은 골목길이 이어진다. 어미 닭의 뒤를 졸졸 따라 다니는 병아리와 파란색의 양철대문, 예쁜 발레리나와 금방 소리가 들려올 것 같은 피아노건반, 여름의 시원한 바캉스 풍경 등 미소를 머금게 하는 풍경이 골목길 가득하다. 옛 그대인 수암골의 골목 풍경과 이곳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청주시내의 전경이 대조를 이루며 다른 풍경을 만든다. 4월 말에 다녀간 곳인데 새로운 그림이 눈에 띈다. 이곳의 풍경을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22862&PAGE_CD=)에서 더 많은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수암골을 나와 대통령 별장 청남대로 향했다. '남쪽의 청와대'로 불리던 청남대는 대청호의 담수가 시작된 1980년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로 착공돼 3년 만에 준공되었다. 전체 부지면적 56만평에 본관 등 시설면적이 10만평 규모이며, 대통령이 숙소로 썼던 연면적 6백 평의 2층짜리 본관과 경호원 숙소 등의 건물이 있다. 이외에도 헬기장, 양어장, 간이골프장, 그늘막, 오각정, 초가정이 있지만 철통같은 보안으로 1999년 처음 사진으로 공개되기 전에는 입줄에만 오르내렸을 뿐 베일에 가려있던 미지의 성이었다.

반환하기 전날 단 하룻밤만 이곳에서 보내고 철옹성이던 청남대를 2003년 4월 18일 국민의 품으로 돌려준 분이 전 노무현 대통령이다. 그래서 전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충북사람들이 더 안타까워했다.

개인적으로는 개방하기 전 충북도청 청남대 인수팀 직원들과 D선, C선, B선, A선의 철책선을 통과하며 청남대를 돌아본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자주 찾는 곳이지만 당시 338경비대장의 브리핑과 나각 소리를 듣고 호수에서 날아온 오리들이 대장 오리를 선두로 피라미드 형태를 이루며 먹이(튀밥)를 향해 달려오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블로그 추억과 낭만 찾기(http://blog.daum.net/man1004)의 '대통령 별장! 청남대 주인되기'에서 청남대에 관한 것을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먹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다. 문의 소재지에서 가까운 부부농장(http://www.bubufarm.com)의 고추장삼겹살, 떡갈비, 더덕구이, 단호박영양밥과 직접 유기농으로 재배한 반찬들이 맛깔스럽다. 대청호를 바라보며 산책로를 걷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점심을 먹고 사과와 온천이 유명한 충주로 향했다. 남한강 물줄기인 충주시 가금면 탑평리에 높이가 14.5m나 되고 신라의 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중원탑평리7층석탑(국보 제6호)이 있다.

<현재 남아있는 신라석탑으로는 가장 높은 석탑이다. 2층 기단 위에 세워진 일반형석탑이지만 탑신에 비해 기단부의 너비가 넓어졌다. 기단은 각부를 몇 장의 돌로 조립하였는데 아래위층 기단이 모두 면석에 탱주 네 개씩을 세워 놓았다. 탑신부 역시 각부를 몇 장의 돌로 구성 하였는데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좁아들면서 중첩되었고 옥개석 받침은 각층이 모두 5단으로 되었으며, 옥개석 각층마다 낙수 홈이 파여져 있다. 상륜부는 노반을 이중으로 포개어 쌓았고 그 위에 복발 앙화만이 남아있다.
~ 중략~
이 탑은 지리적으로 한국 중앙부에 위치한다고 하여 중앙탑이라는 속칭으로 불리어 지는데 신라 원성왕대(785~798)에 세워졌다는 전설이 있으며 그 양식으로 보아 그 시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충주시관광포털사이트(http://tour.cj100.net)에 소개되어 있는 대로 나라의 중앙임을 증명하기 위해 전해오는 유래가 재미있다. 원성왕 때 잘 걷고, 같은 보폭을 가진 사람을 뽑아 남북에서 동시에 출발시키면 꼭 이곳에서 만나 통일신라 당시 국토의 중앙임을 표시하는 탑을 세웠다는 것이다. 오마이뉴스 '통일신라의 중앙에 세운 중원탑평리7층석탑'(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892619)에 중앙탑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쉽게 타볼 수 없는 조정도 체험하고 리쿼리움 술박물관도 돌아봤다. 중앙탑 앞에 조정하기에 알맞은 탄금호가 있어 충주는 2013년 세계조정선수권대회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충주조정체험학교(http://cafe.daum.net/cjres)에서 영상물을 본 후 노젓는 방법을 배우고 탄금호로 나가 조정을 직접 타보는 체험을 했다.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고 제법 빠른 속도로 물살을 가른다. 겁에 질렸던 얼굴도 환한 미소로 바뀐다. 조정은 국민소득 3만 불 이상인 나라에서 선호하는 스포츠란다.














중앙탑 옆에 위치한 리쿼리움 술박물관은 술이 지향하는 아름다운 세계로 즐거운 여행을 떠나게 한다. 리쿼리움은 리쿼(Liquor;술)와 리움(Rium;전시관)의 합성어로 술 박물관이라는 뜻이다. 동양주관ㆍ증류주관 등의 전시관이 있고, 세계 각국의 음주문화ㆍ술과 건강에 대한 자료들이 있어 어린이들과 함께 들려도 좋다. 음주문화 체험관에서는 관람객들이 직접 칵테일을 만들어 보거나 테이블 매너를 실습 할 수 있다.

호수 건너편으로 강금원씨의 시그너스 골프장이 그림처럼 보인다. 작년 9월 전 노무현 대통령이 이곳에서 열린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아들과 이병완 전 대통령비서실장 딸의 결혼식에 주례를 서 화제가 됐었다.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고구려 석비 '중원고구려비(국보 제205호)', 남한강을 바라보고 있는 장미산성(사적 400호), 악성 우륵이 가야금을 연주하고 신립 장군이 왜군과 격전을 치룬 탄금대도 가까운 곳에 있다.














첫째 날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충주에 위치한 켄싱턴리조트로 갔다. 뷔페로 저녁식사를 한 후 야외 바비큐장에서 환영파티를 했다. 나이 먹으면 따라 붙는 것들도 많아진다. 나이 많아 추대된 자리인데 충북 빅리거 회장이라고 이승훈 정무부지사님의 환영사에 이어 건배제의를 하란다.

전국의 블로거들이 한자리에 모이니 대화가 진지하고 대화의 내용이 다양하다. 사는 얘기와 블로그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자리가 늦게까지 이어졌다. 좋은 사람들과 충주 사과로 만든 술 '사랑할때'도 많이 마셨다. 상큼한 맛만큼이나 뒤끝이 깨끗해 좋은 술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둘째 날은 2010년 9월 16일부터 10월 5일까지 한방엑스포를 여는 제천에서 약초밭하이킹으로 시작했다. 박달재가 시작되는 참숯공장 앞에 행사 진행을 위한 자전거들이 일렬로 늘어서있다. 가요 '울고 넘는 박달재'로 알려진 박달재는 옛날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가던 길로 산짐승과 도적이 많아 시집가면 친정에 가기 어려워 '울고 넘는 고개'였다. 과거시험 보러 한양으로 가던 영남의 박달도령이 박달재 아래 평동마을의 금봉낭자와 눈이 맞았다. 과거시험이 끝난 뒤 박달이 돌아오지 않자 금붕은 상사병에 걸려 죽게 되고 과거에 낙방하고 뒤늦게 돌아온 박달도 절벽에 몸을 던졌다는 애절한 전설이 전해져온다.

맑은 날씨라 시원한 공기가 달게 느껴진다. '사르르~' 자전거바퀴가 부드럽게 굴러간다. 소풍나온 어린아이들처럼 모두 즐거워한다. 자전거를 못타니 자기가 지나가면 알아서 비키라는 뷰리님의 말에 한바탕 웃음보를 터뜨렸다.

제천은 옛날부터 약초로 유명해 약령시장이 열리던 곳이다. 약초도 우수농산물(GAP) 인증제로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하고 있었다. 모정 2리의 약초밭을 하이킹하고, 약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약초를 캐 잎이나 뿌리를 맛보는 색다른 체험이었다.














청풍대교를 건너 차가 달려간 곳은 금수산 아래에 있는 능강 솟대문화공간이다. 고조선 때부터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로 나무나 돌로 된 긴 장대위에 오리나 새 모양의 조형물을 올려놓아 마을 입구에 설치한 것이 솟대다. 대한민국 최고의 창작솟대 작가 윤영호 선생님과 솟대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솟대문화공간답게 솟대와 수려한 경관이 어우러지도록 배치되어 있다.

자연과 인간, 문화가 함께하는 능강 솟대문화공간에는 우리 고유의 솟대문화를 현대적인 조형언어로 재구성한 윤영호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야외의 산책로는 야생화들이 꽃을 피워 여유를 누리며 돌아보기에 좋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하늘을 향한 희망의 안테나 솟대로 희망의 노래를 부른다.





이제부터는 번지점프, 이젝션시트, 빅스윙을 경험하는 레저팀과 청풍문화재단지를 둘러보는 관광팀으로 나눠 행사가 진행된다. 촉박한 시간 때문에 두 가지 다 경험할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며 청풍문화재단지로 이동했다. 

청풍문화재단지는 충주호 수몰지역의 문화유산을 1만 6천 평의 부지위에 원형대로 이전 복원한 곳이다. 보물 2점(한벽루, 석조여래입상)과 지방유형문화재 9점(팔영루, 금남루, 금병헌, 응청각, 청풍향교, 고가4동)이 있는 문화유산의 산실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풍경이 뛰어난 내륙의 바다 청풍호반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충주호 뱃길 130리를 오가는 관광선과 수경분수(162m)에서 쏘아 올린 시원한 물줄기를 보는 것도 또 다른 볼거리다.

조정체험 수료증과 충북도청에서 준비한 선물을 받고, 잡어 매운탕으로 배를 채우고 나니 이제 헤어질 시간이다. 각자 사는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이지만 이번 충북에서의 1박 2일은 전국의 블로거들이 충북을 찾아오는, 충북을 소개하는 글이 많아지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1박 2일이었지만 정이 많이 들어 모두들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기념사진을 남기며 '충북! 블로거와 1박 2일'도 힘차게 외쳤다.

귀한 자리를 만드느라 고생이 많았을 이승우 공보관, 강성택 홍보팀장, 허민규 홍보보좌관, 정진성 주사, 정상희 담당자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고생한 님들 덕분에 온라인에서 충북의 위상이 비상할 것을 확신한다.

[수암골 교통안내]
1. 시내버스 : 우암초 하차 → 우암초등학교 담길(도보로 10분 거리)
2. 자가용 : 우암초등학교 담길 지나 직진 후 수동 수암골 위쪽 주차장에 주차

[청남대 교통안내]
1. 시내버스 : 청주시내 → 청남대매표소(약 30분 소요)
2. 자가용 : 당진상주고속도로 문의 IC
※ 청주시내에서 자가용으로 약 20분 소요되고 문의행 시내버스 20여분 간격으로 운행

[중앙탑 교통안내]
북충주 IC → 가금방면(82번 지방도) → 입석삼거리(좌회전, 중원고구려비) → 반석삼거리(우회전) → 중앙탑공원

[청풍문화재단지 교통안내]
1. 중부내륙고속도로 → 감곡IC → 제천 → 82번지방도 → 청풍문화재단지
2. 영동고속도로 → 중앙고속도로 → 남제천 IC → 청풍
3. 제천 → 82번 지방도 → 청풍문화재단지(24km)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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