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넘치는 사회를 걱정한다

2009.07.07 06:30:00

지금 세상은 말에 의해 질식할 정도이다. 말을 못하는 사람이 없다. 저마다 말을 뱉어내고 있다. 정치가는 정치가대로, 교수는 교수대로, 심지어 종교 지도자들도 말의 낭비에 합류하고 있다.

말이란 소통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말은 소통이 아니라, 상대방을 공격하는 무기가 되었다. 칼날보다 더 예리하게 상대방을 겨눈다. 인격도 없고 예의도 없는 폭탄이 되어버렸다.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내뱉는다. 말을 배설한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다. 의견을 주고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해서 상대방을 깔아뭉개겠다는 욕심만 있다. 말로 싸움을 걸고 모진 말로 미움을 번지게 한다. 난폭한 말로 상대를 찌르고 잔인한 말로 상대를 벼랑으로 민다.

지금 말이 길을 잃었다. 말로 상대방을 감화시키고, 대중에게 감동을 주는 일이 없다. 아주 오래전에도 수천 년 전 공자는 자기가 싫으면 남에게도 하지 말라고 했다(己所不欲 勿施於人). 말도 마찬가지다. 듣기 싫은 말은 삼가야 한다.

사람이 동물과 구별되고, 고귀한 존재로 칭송 받는 것은 말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인간 본성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말을 제대로 못한다면 이보다 더 수치스러운 일은 없다. 예의 없고, 버릇없는 말, 그리고 남을 공격하는 험한 말은 절대로 상대에게 가지 않는다. 그 말은 내입에서 떠나는 순간 내 파멸의 구덩이를 파는 역할을 한다.

과거부터 지도자에게는 말이 생명이었다. 미국의 영원한 대통령 링컨은 핵심을 찌르는 간결한 말투로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냈다. 영국의 처칠도 혀 짧은 소리와 말더듬을 극복하고 분위기를 압도하는 명연설로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다. 마틴 루터 킹 목사도 영국의 대처 여사도 모두 말로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21세기에도 리더의 역할은 말을 통해 남을 설득하는 일이 핵심이다. 정보화 시대로 규정되는 현대 사회에서 정치 지도자의 대중 능력 연설은 국가의 성장 발전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다. 시장에서도 기업의 가치는 경영자의 말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시대가 왔다.



우리는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 매일 말을 하며 산다. 묻고 답하고, 의견을 교환하고 위로하고 칭찬하고 축하하면서 삶을 영위한다. 인간이 말을 안 하면 곧 죽게 된다. 인간은 말로 삶을 생생하게 표현함으로써 동시대의 삶을 더욱 실감 나게 한다. 인간은 말을 만들고, 말은 인간을 만든다. 말은 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화로 만들어진다.

성공하는 사람은 말부터 다르다. 말에 기품이 있고, 감동이 있다. 명분과 정의가 있어서 대중이 따른다. 흔히 성공했기에 말이 달라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 다르기에 성공한 것이다. 말이 인생을 성공으로 이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성공하는 삶을 꿈꾼다면, 말하는 법부터 배워라. 말을 잘하는 것은 현란한 말솜씨에 있지 않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말을 통해 전해지는 품성에서 나온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철학이 있어야 한다.

철학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도 아니다. 제일 먼저 자신이 겸손해야 한다. 겸손은 비굴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존중하는 것이다. 만일 자신이 교만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가장 큰 교만일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은 결코 말을 잘 할 수 없다. 그 사람은 무슨 일을 하든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맑은 햇살이 퍼지는 봄에는 사람들이 마음이 밝아진다. 도시도 쾌적한 느낌이 든다. 햇살 같은 말을 하자. 말로 상대를 움직이려 하지 말고, 말로 감동을 여울지게 해라. 말로 영혼을 움직이려고 해야 한다. 밤하늘의 유성처럼 빛을 발하는 말을 하라.

행복한 사회 만들기, 아름다운 사회 만들기 등을 외치는데 이 운동의 최고 수단은 말이다. 감사의 말은 부드러운 상대의 얼굴을 보게 한다. 격려의 말은 고통을 덜어주고 사랑의 말은 축복을 안긴다. 칭찬의 말, 상처를 치유하는 말, 믿음을 주는 말, 우리를 웃게 하는 말, 상냥한 말. 이 모두가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말이다. 외롭거나 용기를 잃은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존중하는 몇 마디의 말을 건네라.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 말을 하는 순간 당신은 상대에게는 고마운 사람이고, 이 땅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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