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동명이인(同名-異人)'

2009.08.03 16:08:00

전교조에서 시국선언 교사들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교육청과 학교가 방학중임에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름아닌 시국선언 참여교사 명단 때문이다. 이미 한국교총에서 시국선언 교사들의 명단발표로 인해 동명이인 교사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적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보다 더 큰 어려움이 일선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각 교육청에서는 학교별 명단과 시국선언참가 교사 명단을 비교하여 학교별로 분류한 다음, 해당학교에 명단을 통보하여 확인작업을 거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의 명단중 동명이인(同名-異人)이 너무나도 많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일선학교에서도 어려움은 마찬가지이다. 일단 명단에 올라있는 교사들을 상대로 일일이 확인작업을 펼치고 있는데, 같은 이름이 너무 많아서 곤혹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서명을 하지 않았음에도 확인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감정이 상하기도 한다. 일단 자신과 관계없는데도 자신의 이름이 거명됨으로써 기분이 좋을리 없기 때문이다.

특히 흔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교사들은 더욱더 불만이 높다. 흔하지 않은 교사들의 경우는 동명이인이 거의 없지만, 비슷하거나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교사들은 상당히 기분이 상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교사들의 명단만 발표됨으로써 해당교사의 소재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전국의 교사들 중 동명이인이 어디 한 두명 뿐이겠는가. 수많은 교사들이 이번의 전교조 시국선언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선의의 피해자이긴 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기분이 언짢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사정때문에 일선학교에서도 불만스럽긴 마찬가지이다. 명단을 발표할려면 해당학교까지 발표해야지, 이런 식으로의 발표로 인해 일선학교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방학이라 일일이 전화를 통해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곧바로 연락이 되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어렵게 확인한 결과 이들 모두가 동명이인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대부분의 학교에서 확인했지만, 결과는 서명교사가 없거나,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명을 했어도, 부인하는 경우, 응답을 하지 않는 경우등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전교조에서는 사전에 예측을 했었는지 모르지만, 결국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교육발전과 현실을 직시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시국선언을 한 것을 이해한다고 해도, 수많은 교사들에게 곤란함을 주는 것은 원래의 취지는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시국선언문제로 선의의 피해를 보는 교사들은 보이지 않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마음이 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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