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서관개방', 취지는 좋지만

2009.09.27 21:55:00

초·중·고교 도서관을 학부모와 지역주민에게 개방하고, 모든 교사들을 상대로 독서교육 직무연수를 실시한다고 한다. 교과부에서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독서교육 및 학교도서관 종합추진방향'을 발표했는데, 취지는 책읽는 학교문화를 조성하고 독서를 통한 학생의 자기주도적 하습능력과 창의력 및 논리력, 비판력, 표현력을 길러주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에도 여러번 독서교육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번처럼 구체적으로 발표된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취지야 백번을 강조해도 옳은 취지임에 분명하다. 기본취지는 학생들이 독서를 열심히 하여 기본적인 취지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것이겠지만, 학생들에게 독서를 권장하기 위해서 도서관을 개방하고, 교사들을 상대로 독서교육 직무연수를 실시한다는 것이 기본취지에 잘 맞는가이다. 물론 교사들도 학생들의 독서지도를 위해서는 독서관련 직무연수를 받아야 하는 것은 맞다. 다만 모든 교사들이 독서교육과 관련된 직무연수를 받아야 하느냐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예를들어 과학교육을 활성화하고 영어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모든 교사들이 과학교육 직무연수를 받고, 영어교육 직무연수를 받아야 하는가이다.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을 수 있지만 '모든'이라는 것이 다소 어색하다는 것이다.

독서교육 직무연수야 받으면 그만이지만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독서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이다. 현재의 부진와 지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독서능력을 키우기 위한 지도가 실효를 거둘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읽기능력을 길러야 함은 물론, 독서를 통해 이해능력과 독서후의 독후감쓰기 교육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상황이 나타날 것이다. 학부모들의 책읽어주기 멘토링에 대한 계획도 마찬가지이다. 학부모가 어떻게 시간을 내어 책읽어주기 멘토링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우려가 앞선다. 아무 시간때나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부모가 학교교육에 참가하는 것은 백번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아 보인다.

여기에 학교도서관을 개방하는 문제는 정말 쉽게 풀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 일선학교에서는 도서관 담당교사 1명이 도서반 학생들과 함께 도서관을 꾸려 나가고 있다. 재학생들 관리에도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학생들을 상대로 점심시간 만이라도 도서관을 개방하는 문제도 쉽지 않다. 학생들 관리와 도서대출 관리등이 전산으로 처리되지만 현재의 학교인력으로는 학부모와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도서관을 개방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예산지원이나 도서보조원을 투입하지 않고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취지만큼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이야기이다.

결과적으로 도서관개방 등 독서교육 및 학교도서관 추진방안은 취지 자체는 매우 좋고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해결되어야 할 문제와 전제되어야 할 문제, 선결과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인위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와 관련하여 파생될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 나갈 필요가 있다. 방안만 발표하고 일선학교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의 추진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과감한 투자와 함께 세부적인 사항을 정확히 짚어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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