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송편, 우리집 이야기

2009.10.04 09:19:00

부모님이 돌아가고 계시지 않으니 추석이 쓸쓸하기만 하다. 우리 부모님의 자식들 모임도 추석 몇 주 전에 미리 갖다보니 추석이라고 특별히 모일 일이 없는 것이다. 또 고향이 수원이다보니 귀성, 귀경 이야기는 내 일이 아니다.

추석 때 그래도 송편맛은 보아야 한다고 아내가 송편을 사왔다. 솔잎이 묻어있어 마치 집에서 만든 것 같은데 우리집 네 식구가 몇 개씩 맛을 볼 정도의 분량이다. 5,000원 어치면 충분하다.


문득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해 주시던 송편이 생각난다. 벌써 40여 년전 일이다. 추석 때면 온 식구가 모여 앉아 송편을 빚는다. 어머니, 형, 누나가 가르쳐 주는대로 빚지만 그 모양이 어설프기만 하다.

내가 만든 어설픈 송편은 누가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우선 송편 크기가 크다. 껍질이 일정하지 않다. 속이 삐져나온다. 모양이 예쁘지 않다. 입술이 벌어진다. 울퉁불퉁하다. 마치 송편 반죽으로 장난을 논 것 같다.

우리집에서는 송편 속으로 밤, 깨, 콩 등을 넣었는데 송편을 찌고 나서 가장 맛있는 깨송편을 골라먹는 것이 재미있었다. 깨의 단맛 때문이었다. 밤이나 콩이 든 송편은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추석 송편 만들 때 가장 싫은 일은 콩 까는 일과 솔잎 뜯어오는 일. 콩가지의 콩꼬투리에서 콩을 까는 일은 그래도 여러 명이 달라붙어 하기 때문에 좀 힘이 들어도 참아내면 금방 끝난다. 협동하여 일을 해내니 그런대로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솔잎을 준비하는 것은 혼자서 해야 한다. 지금은 시장이나 마트에서 솔잎을 살 수 있지만 그 당시는 산에 가서 채취를 해야 했다. 인근 팔달산에 가야 하는데 나라산을 지키는 사람에게 걸리면 붙잡힌다고 하여 마치 도둑놈의 심정으로 그 일을 수행해야만 했다.

빨리 따고 가야 들키지 않기에 손에 잡히는대로 솔잎을 뽑는다. 자연히 딴 솔잎이 고르지 않고 거친 것을 따가면 어머니께 야단을 맞는다. 연하디 연한 어린 솔잎을 따와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해에는 잘못 솔잎을 따와서 어머니가 다시 채취한 적도 있다.

그나저나 내가 딴 솔잎이 송편의 솔 향내를 풍기게 해주어 송편의 맛을 좋게 한다고 생각하면 하기 싫어도 그 일은 숙명처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막내 아들로, 가족의 일원으로서 솔잎 따는 것이 내 일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어른이 되어 교직생활을 30년 넘게 하고 있지만 요즘엔 학교에서 송편 먹을 일이 흔치 않다. 집집마다 송편을 집에서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방앗간도 구경하기 힘들다. 고작 맛본다는 것이 추석을 전후해 학교 식당에서 나오는 송편 한 두 개가 전부다.

요즘 아이들, 송편의 재료가 무엇인지 알고나 있을까? 송편 만드는 방법을 어깨 너머로라도 배울 기회조차 없다. 편한 것만 추구하다보니,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생각에 문화의 단절이 일어날까 걱정이 된다. 아, 그 옛날이 그립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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