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이 훈련교관으로 근무했던 해미읍성

2009.10.15 16:04:00


10월 10일 아내와 해미읍성을 다녀왔다. 서해안 여행길에 일제에 의해 헐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청주읍성을 생각하며 자주 들리던 곳이지만 최근에는 찾을 때마다 공사 중이라 문 앞에서 돌아섰었다. 복원공사가 끝나고 관광객이 늘어났다더니 볼거리도 많아졌고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훈훈한 인심이 느껴져 읍성의 주막에 앉아 막걸리를 한 주전자나 마셨다.

지방의 주민을 보호하고 군사와 행정을 담당하던 읍성이 일본의 철거령으로 대부분 파괴되었지만 낙안, 고창, 해미에 가면 옛 모습을 간직한 읍성을 만난다. 서산시 해미면 읍내리의 해미읍성(사적116호)은 서해안고속도로 톨게이트와 가까워 서해로의 여행길에 들리기 쉽다. 천주교 성지이고 주변에 볼거리들이 많은 해미읍성은 고려 말부터 서해안에 출몰한 왜구를 물리치기 위해 조선시대인 1491년에 만든 석축물이다. 


해미는 태안반도에서 육지로 들어가는 요충지라 한때는 해미읍성에서 주변의 내포지방은 물론 청주까지 관활했다. 해미읍성에서 처음 만나는 것이 예전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진남문이다. 입구인 진남문은 무지개 모양의 홍예문 위에 팔작지붕의 단층 문루가 있다. 충청도병마절도사가 200여 년 동안 서해안 방어의 중요 임무를 담당하던 곳이지만 대부분 낮은 평지이고 둘레가 1.8㎞라 문에 들어서면 해미읍성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진남문에서 관아가 위치한 호서좌영까지는 길이 직선으로 뻗어있다. 그 사이에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회화나무, 최근에 복원한 옥사와 민가들이 있다. 호서좌영 왼쪽 끝에 조정의 관리들이 묵어가던 객사가 보인다. 객사는 귀빈들의 숙소이자 관원들이 국왕에 대해 예를 올리던 장소다.


성안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는 호야나무가 천주교 박해당시 신자들을 매달아 고문했던 해미읍성회화나무(충청남도기념물 제172호)이다. 엄밀히 따져보면 나무도 피해자다. 슬픈 역사를 알리듯 철사줄이 박혀있던 줄기에 울퉁불퉁 흠집이 남아있다.


회화나무 앞 옥사는 교도들을 투옥하고 문초하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터를 발굴하여 최근에 복원했다. 돈이면 다 해결되는 세상이니 별반 다르지 않겠지만 예전에는 신분에 따라 내옥과 외옥으로 나뉘어 있다. 남녀의 옥사도 구분되어 있다.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투옥 및 처형당한 현장이다.


재현한 초가집 민가는 생긴 모습이 아담하고 소박하다. 한편에 삼베 짜기 시연장이 있어 시원한 여름옷이나 수의를 만드는 삼베를 마을 노인들이 전통방식으로 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식들 옷 한 벌 입히려고 저렇게 고생했을 어머님이 생각났다. 식당을 겸한 주막은 나이 먹은 분들이 운영하는데 옛 사람들 복장에 인심이 후해 오래 앉아 있어도 탓하지 않는다. 


외삼문인 호서좌영 앞에서 해미농악단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흥을 돋워준다. 문을 들어서면 병마절도사를 비롯한 현감겸영장의 집무실로서 관할지역의 일반 행정업무와 재판이 행해지던 동헌이다. 임진왜란 전에 이순신 장군이 이곳에서 훈련교관으로 10개월간 근무했다는데 흔적은 남아있지 않다. 동헌 서쪽편의 좁은 문을 들어서면 관아의 관리와 그 가족들이 살던 살림집인 내아가 있다.


동헌 뒤편으로 계단을 올라가면 읍성의 낮은 뒷동산에 청허정이 있다. 청허정 주변의 풍경이 아름다운데 가까운 곳에서 모양이 괴상한 소나무가 길을 막는다. 바로 아래에 있는 솔숲은 그윽한 솔향기 때문에 산책하거나 쉬기에 좋다. 바쁜 세상이지만 해미읍성에 가면 꼭 들려야하는 곳이다. 성곽을 따라가면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석축을 쌓아 만든 수로장애물 해자가 보인다. 


북문에 해당하는 암문과 국궁장을 지나면 서문인 지성루를 만난다. 그 앞에서 천주교 성지를 또 만난다. 서문 밖 순교성지에 순교현양비가 서있다. 해미읍성은 천주교 신자들이 즐겨 찾는 성지순례 장소이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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