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든 모습이 여인의 치마를 닮은 '적상산'

2009.10.20 14:33:00

그동안 바쁜 일이 많아 직원들끼리 얼굴 맞대고 오순도순 대화 한 번 나누지 못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고 이럴 때는 스스로 여유를 누리면서 즐거운 일을 만들어내야 한다. 즐거운 일이 있으면 엔도르핀이 저절로 나온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광고에 나오는 얘기가 아니라 생활에 활력소가 필요할 때는 여행을 떠나는 게 최고다.

문의초 직원들이 사면이 층암절벽으로 둘러싸여 가을 단풍이 붉게 물든 모습이 여인들의 치마를 닮았다는 적상산을 다녀왔다. 한국 백경 중 하나로 꼽히는 적상산은 단풍으로 붉게 물든 가을철에 찾아야 제 맛이 난다. 철이 조금 이르지만 안국사로 가는 굽이길 초입부터 붉은 단풍들이 맞이했다. 




정상으로 가는 고갯길에 제법 너른 공터가 있다. 차를 세우고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을 수 있는 장소다. 이곳에서 숲속으로 100여m 올라가면 깊은 산속을 닮은 골짜기를 수십 길의 암벽이 가로막는다. 하늘 아래 하나뿐이라는 천일폭포다. 갈수기라 아래로 떨어지는 물의 양이 적지만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 같다.




정상에 올라가면 적상호(산정호수) 둘레의 단풍이 예쁘다. 해발 800m에 위치한 적상호는 무주 양수 발전소에 필요한 물을 담아두기 위해 만든 인공호수다. 양수발전은 전력 소비가 적은 심야에 아래쪽 저수지의 물을 위쪽 저수지로 퍼 올렸다가 전력 수요가 많은 주간에 파이프를 통해 물을 떨어뜨려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 양식으로 무주 양수발전소의 상부댐과 하부댐은 고도가 약 600m 차이난다. 호수 끝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 적상호 주변, 굽이고갯길, 무주호와 백운산이 단풍으로 곱게 물드는 풍경과 멀리 보이는 덕유산의 향적봉을 바라봤다.


사고는 고려와 조선시대에 나라의 역사기록과 중요한 서적이나 문서를 보관하던 곳이다. 역대 실록을 보관하던 사각은 사고 안에 따로 있었다. 적상산 사고지유구(전라북도기념물 제88호)는 역대왕조의 실록을 보관하던 곳으로 선원전과 실록전이 있다.

적상산사고는 1614년(광해군 6) 천혜의 요새로 이름난 적상산에 실록전을 창건하고, 1641년(인조 19) 선원전을 세우고 왕실의 족보인 '선원계보기략'을 봉안했다. 일제강점기인 1910년 일본인들이 사고의 책을 규장각으로 옮겨가기 전까지는 정족산, 오대산, 태백산과 함께 중요한 사고였다. 




사고 옆 오르막길의 일주문을 지나면 바로 안국사다. 주차장에서 내려서면 적상산성호국사비(전북유형문화재 제85호)가 있다. 이조판서 겸 대제학 이식이 건의해 호국사를 창건하고 세운 비로 비문이 마모되어 글씨를 알아볼 수 없다.

바로 아래에 적상산성의 성곽이 길게 이어져 있다. 성곽 위에서 바라본 장군바위의 풍경이 장관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게 여행이다. 적상산 여행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구경거리가 장군바위, 천일폭포, 안렴대에서 내려다본 풍경이다.

적상산은 신라와 백제가 각축을 벌였던 요지였다. 고려시대 거란족이 침입했을 때 피해를 입지 않았고, 탐라를 토벌한 최영 장군이 이곳을 지나다가 산의 형세를 보고 왕에게 건의하여 성 쌓기를 건의했다. 적상산성(사적 제146호)은 낮은 석축물이지만 낭떠러지 위에 있어 밖에서 접근할 수 없는 천혜의 요새였다. 


주위의 단풍과 어우러지는 안국사의 풍경이 아름다운데 공사 중이라 어수선했다. 고려 충렬왕 때 건축된 안국사는 금산사의 말사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는 승병들의 거처였다. 양수발전소 공사로 수몰지구에 포함되자 옛날 호국사가 있던 자리로 90년대 초 옮겨온 사찰이다.

안국사에는 안국사영산회괘불탱(보물 제1267호), 극락전(전라북도유형문화재 제42호), 목조아미타삼존불상(전라북도유형문화재 제201호), 범종(전라북도문화재자료 제188호), 지장전, 천불전, 삼성각이 있다.

영산회는 석가모니가 영취산에서 제자들과 함께 하였던 모임이고, 괘불탱(괘불)은 큰 법회나 의식을 행할 때 법당 앞 뜰에 걸어놓는 대형 그림이다. 안내판에 의하면 석가가 설법하는 장면을 그린 안국사영산회괘불탱은 조선 영조 4년에 천신, 의겸 스님 등이 제작했다. 이 괘불로 기우제를 지내면 가뭄 때 비가 내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안국사는 관군과 승병이 주둔하던 호국의 성지로 고려시대의 건축물인 극락전에 17세기 후반의 것으로 추정되는 목조아미타삼존불상이 있다. 1788년(정조 12)에 제작된 범종은 요사체 옆에, 지장전ㆍ천불전과 삼성각은 극락전 좌우에 있다.

극락전을 왼편으로 끼고 돌아 위를 올려다보면 단청을 하다 말았다. 안국사를 보수할 때 경복궁 중건과 겹쳐 단청공을 구하지 못했다. 그때 늙은 노승이 단청을 맡으며 100일 동안 들여다보지 말 것을 요구했지만 궁금증을 참지 못한 주지승이 99일 되는 날 들여다보자 극락전 뒤 처마에 매달려 있던 학 한 마리가 휘장을 찢고 날아갔다는 전설이 있다. 다른 곳에서도 들어봤음직한 이 전설 때문에 안국사의 단청은 늘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사찰 옆 등산로를 따라가면 붉은 단풍이 한창이다. 등산로에서 바라본 사찰과 적상호의 풍경도 아름답다. 안국사에서 1.5㎞ 산책을 즐기면 정상과 안부를 지나 향로봉에 도착할 수 있다. 적상산의 남쪽 층암절벽 위에 위치한 안렴대는 사찰에서 0.5㎞ 거리에 있다. 

사방이 낭떠러지인 안렴대는 거란이 침입했을 때 각 도를 다스리던 삼도의 안렴사(안찰사)가 군사들을 이끌고 이곳으로 들어와 진을 친 채 난을 피하고, 병자호란 때는 난을 피하기 위해 적상산 사고 실록을 바위 밑에 있는 석실로 옮겼다는 곳이다. 안렴대에서 바라보는 단풍이 적상산의 가을 풍경 중 최고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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