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체벌' 끝나지 않은 논란

2009.10.25 16:26:00

최근들어서는 학교에서 교사가 체벌을 가하면 무조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었다. 그 정도가 어느정도인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더라도 교사들은 무조건 약자일 수밖에 없었다. 사회적 분위기가 그렇기 때문이었다. 체벌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조차 없는 분위기였다. 아무리 교육적 목적을 위한 체벌이었다고 해도 결국은 교사들의 책임을 강조하는 분위기였다. 폭력과 체벌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몫했었다. 판사들의 인식이 대부분 체벌을 용납하지 않았던 것이 최근의 추세였다.

그런데, 이런분위기에서 수업 분위기를 해치는 여학생을 폭행해 얼굴 등에 상처를 입힌 교사에게 법원이 교육 목적상 정당한 지도행위라며 선처를 베푸는 판결이 나왔다. 판사의 판단에 대한 평을 하기 이전에 최소한의 기본적인 체벌은 교육적 목적이 동반되었다면 가능할 수 있다는 판결로 보인다. 물론 여러가지 정황상 교사의 노력을 어느정도 인정한 것이지, 앞으로 모든 경우가 여기에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교사의 손을 들어준 경우가 거의 없는 최근의 분위기에서 나온 판결이기에 주목할 만하다.

체벌의 정당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논하기 전에 사회적 분위기를 살피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요즈음 학생들은 '부모와 싸웠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예전 같으면 부모와 싸우는 일이 있었겠는가. 그냥 일방적으로 야단을 맞았다는 표현이 적절했었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야단 맞았다는 이야기보다는 '싸웠다'는 이야기를 학생들이 많이 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때 어떻게 부모와 학생이 싸웠다는 이야기가 가능할 것인가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학교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예전에는 선생님에게 혼났다. 야단맞았다 라는 이야기가 통상적으로 통용되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부모와 마찬가지로 선생님과 싸웠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그만큼 사회가 변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예전에는 체벌을 받았을 사안이 최근에는 싸웠다로 바뀐 것이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여기서 우리는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정에서 학생들과 부모가 말다툼을 하는 경우가 생길 수는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부모에게 막말을 하는 경우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말다툼 속에 자녀들로부터 막말이 나온다면 그 부모는 어떻게 하든지 자녀를 제압하려 할 것이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반항하는 정도는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막말의 경우는 더이상 참지 못하는 사태까지 진전될 것이다.

그럼 장소를 학교로 옮겨보자. 많은 보도에서 알 수 있듯이 학생들이 교사들에게 막말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럴때도 교사들은 교사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참고 넘겨야 하느냐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도 인내를 가지고 참아 넘기느냐, 물리적인 제재를 가하느냐는 순간의 선택이 되는 것이다. 가정에서 이런일이 발생할때 그것을 참고 넘어가는 부모가 과연 몇이나될까. 교사들도 성인군자가 아닌 다음에는 어떻게든 학생들에게 제재를 가할 것이다.

이런 정황으로 비춰볼때 학교에서의 불가피한 체벌이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것이다. 당연히 가정에서도 불가피한 체벌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경우에도 학생들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부모에게 유리할 것은 없다. 다만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해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체벌이 옳고 그름을 떠나 상황과 정황을 정확히 판단한다면 무조건 교사들에게 책임을 묻는 분위기는 다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상해를 입혔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단순한 체벌까지 모두 교사들의 책임으로 돌린다면 교육 그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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