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치, 우리의 관심만큼 발전한다

2009.10.29 11:19:00

우리 국민들의 교육열, 세계 최고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자식’의 교육과 진학에 국한된다고 하면 너무 심한 말일까? 교육자치제도에는 관심이 적은 편이다. 개정 법률에 의하여 현재의 교육위원회가 없어지고 도의회 상임위원회에 통합·흡수되든, 교육위원이 교육의원으로 바뀌든 상관하지 않는다. 교육감을 직접 내 손으로 뽑아야 하는데도 ‘내 일’이 아니라 ‘남의 일’이라는 방관적인 태도다.

20여년 경력의 초등 교사인 아내에게 필자가 문제 하나를 냈다. [문제] 경기도 교육을 총괄하는 교육 수장(首長)의 공식 직책은? ①경기도교육장 ②경기도교육청장 ③경기도교육청교육감 ④경기도교육감 아내는 ③이라고 답한다. 틀렸다. 정답은 ④. 원인을 분석하니 초등학교 업무 처리에 있어 지역교육청의 수장인 ‘경기도수원교육청교육장’이 익숙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적인 모임에서 정년퇴직한 모 교육장은 말한다. 자기가 주로 만나는 일반인들은 대부분 대학 이상을 나온 사람들인데 ‘교육감과 교육장’ 직책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친한 친구는 한술 더 떠 “지난 4월,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투표용지에 퇴직한 친구 이름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더란다.

요즘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경기도청 ‘교육국 설치’에 대해서 관심 있는 몇 명 빼놓고는 대부분의 교직원이 도지사와 교육감이 무엇 때문에 그리고 왜 논쟁을 벌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교육에 직접 종사하는 사람도 이러할진대 하물며 일반 국민들의 무관심은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니다.

경기도청의 ‘교육국’ 설치에 대해 경기도는 평생교육법, 인적자원개발기본법, 지방자치법 등에 의거 교육국 아래 교육정책과와 평생교육과를 두어 평생교육, 대학 유치, 인적자원 개발, 학교교육지원 등의 주요기능을 수행하는데 교육자치 훼손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행정안전부와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의해 적법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교육국 설치를 원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경기도청의 교육국 설치는 지방교육자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문제라는 것이다. 헌법과 교육기본법이 보장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등 교육자치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이며 교육감의 고유권한에 대한 침해이자 월권행위라고 보고 있다.

과연 어느 쪽 말이 옳을까? 지금 도교육청에서는 조례를 통과시킨 도의회를 대상으로 법정 대응에 들어가 있다. 두 기관과의 싸움이 법정 다툼으로 비화한 것이다. 경기도는 도교육청의 조례 정지 가처분 등 반발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하자가 없다며 규칙 공포를 서두르며 11월 2일 ‘교육국’ 출범을 앞두고 있다.

지난 번 국정감사에서 김문수 도지사는 “교육국을 본청에 하나 더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해 교육국 논쟁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이성적인 발언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제 경기도와 도교육청 간의 싸움은 점입가경으로 진흙탕 속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처음엔 논리적으로 공방을 벌이는가 싶더니 이제는 정치적,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경기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사건을 보고 있는 필자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도지사와 교육감의 감정 싸움이 도민을 불안하게 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도 교육협력 사업 추진에 차질을 가져와 일선학교는 혼란에 빠져있다. 두 기관장은 타협할 줄 모르고 상대방을 공격하고 비난하는데 급급하고 있다.

경기도민은 도지사와 교육감이 화합하고 협력하여 도민의 교육복지 향상에 전력을 다하기를 바라고 있다. 도 단위 기관의 수장답게 성숙된 자세로 조금씩 양보하고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열었으면 한다. 국민 혈세를 써가며 법정 싸움을 벌일 것이 아니라 교육국 설치에 관해 교육담당부서인 교육청의 의견을 수렴하고 논란이 되는 ‘교육국’ 명칭을 ‘교육협력국’이나 ‘교육지원국’ 등으로 바꿀 수 있는 지혜로움이 아쉬운 것이다. 지금의 무모한 소모성 싸움 대신 상생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의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무관심이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은 화합과 소통을 거부하도록 만든다. 국민들의 무관심이 심해질수록 이들 기관간의 싸움은 치졸, 경박해지고 극단으로 치우치게 된다. 심지어 도민들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게 된다. 도정(道政)과 교육행정은 도민의 수준을 능가할 수 없다. 교육과 지방교육자치는 우리의 관심만큼 발전하는 것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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